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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스트레스 관리해주는 한국EAP협회 상담사들



 

직장생활 15년차의 대기업 과장 A씨. 상사와의 관계가 너무 힘들어 직장을 그만두겠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 무렵 회사에서 제공하는 근로자 지원 상담이 있다는 것을 알고 ‘떠날 때 떠나더라도 상담이나 받아보자’는 심정으로 신청했다.

그는 상담 프로그램에서 실시한 심리 검사를 통해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예민하게 반응하고 스트레스를 받는지 객관적으로 알게 됐다. 또한 일과 사람의 문제를 차츰 분리해서 받아들이게 됐다.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상사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게 된 A씨는 일에 대한 자신감도 회복했다. 그 결과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활기찬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국EAP협회가 기업체에서 위탁받아 진행한 상담 서비스의 한 사례다. 한국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근로자 지원 상담)협회는 상담을 통해 근로자의 스트레스를 관리함으로써 기업의 생산성과 근로자의 삶의 질을 함께 향상시키는 사회적 기업이다.
 

미국, 일본 등의 산업계에선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서비스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외국계 기업과 몇몇 대기업을 중심으로 점차 알려지고 있는 수준이다. 정부는 이런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에 EAP 온라인 상담을 도입했다. 상담을 받은 공단 직원들의 반응이 좋아 오는 3월부터는 면대면 상담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한국EAP협회의 상담 서비스는 근로자 개인뿐 아니라 가족까지 포함한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상담 외에도 컨설팅, 코칭, 서비스 연계 등을 통해 종합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 당시 주민 2백명에 대한 상담을 실시했고, 2009년 노사분규 사태를 겪은 쌍용자동차와 협력업체의 실직 근로자 7백여 명을 대상으로 위기관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한국 근로자들의 연평균 근무시간은 무려 2천3백16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인 1천7백68시간보다 5백 시간 정도가 많다(2009년 OECD 통계연보 기준). 다른 나라에 비해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고 ‘조직 우선’을 강조하는 한국적 기업문화가 겹쳐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받는 직장 스트레스는 매우 심각한 편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상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54.6퍼센트가 ‘그렇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회사를 그만둔 적이 있거나 탈모, 성인 여드름 등 스트레스성 질환을 겪었다는 경우도 있었고 극소수지만 자살충동까지 느꼈다는 사람도 있다. 해소되지 못하고 쌓여가는 직장 스트레스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과 사회에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한국EAP협회에서 만난 전문 상담사인 김숙향, 우현미, 이영실, 차하나 씨는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이 자리 잡는 데 있어 “상담은 자기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무능한 사람이 찾는 것이라는 선입견이 큰 걸림돌”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현미 상담사는 “상담하러 오는 직장인 대부분은 자기 개발과 발전에 대한 욕구가 강해서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적극 모색하는 사람들”이라며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젊은이들은 회사가 지원하는 상담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인 반면, 40대 중반 이상 직장인들은 남의 시선을 의식해 선뜻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 상담사는 “40대 중반 이상 연령대의 직장인들이야말로 중간 관리자로서의 스트레스도 심하고 오랫동안 혼자 문제를 쌓아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상담사들은 직장인들이 겪는 스트레스의 원인을 여러 가지로 꼽는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은 자신의 기질에 맞지 않거나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하는 데서 오는 갈등, 경쟁시대에 회사가 원하는 많은 양의 업무를 맡다 보니 가정을 소홀히 하는 데서 생기는 문제, 상사 및 동료와의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어려움 등이다.

20대 직장인들의 경우 대체로 직업이 자신과 잘 안 맞는 것 같다는 의구심, 자기개발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다는 불만 때문에 상담을 신청한다. 이들에게는 심리·적성 검사를 통해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도록 도와준다.

이영실 상담사는 “직장에서 보람을 찾지 못해 스트레스가 심했던 한 20대 후반 여성은 적성 검사를 통해 자신이 글쓰기에 소질과 감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며 글 쓰는 일과 관련해 자신을 개발한다는 방향과 목표를 갖게 되면서 활기를 되찾게 됐다”고 말했다.

30대 중반 직장인들에게는 가족 문제와 부부갈등, 상사 및 부하 직원과의 갈등이 많이 나타난다. 이 경우에는 상대방과 감정싸움으로 번지지 않으면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의사소통 기술을 조언해준다.

김숙향 상담사는 이렇듯 “‘일’ 자체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그는 상사 때문에 또는 옆 사람 때문에 못살겠다는 불만이 쌓인 분들에게 ‘다른 사람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고 내가 달라져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해 답을 찾아가도록 도와준다.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면 답은 스스로 찾을 수 있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자녀교육을 둘러싸고 부부갈등이 많은 40대 직장인들에게는 자녀, 배우자가 함께하는 가족상담도 이뤄진다. 퇴직을 앞둔 50대 직장인들도 평균수명이 길어진 시대에 인생 2막을 준비하기 위해 직업 흥미 및 적성 검사를 하기 위해 찾아온다고 한다. 한국EAP협회 상담사들은 직장에서의 문제로 받는 스트레스를 방치할 경우 가정과 사회로 상처가 옮아갈 수밖에 없다며 직장 일로 힘들다면 상담부터 받아볼 것을 권했다.

“최근에는 산업재해의 원인으로 물리적인 사고로 입은 상해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생기는 질병이 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도 조직문화를 개선해서 직원들이 회사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쪽으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고요. 상담을 통해 개인이 자신의 장점을 개발하고 생산적인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면 그 변화가 건강한 가족과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나갈 겁니다.”
 

글·오진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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