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하영(51) 기후변화대사는 요즘 산악자전거(MTB) 타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외교통상부의 외교관들 가운데 그는 아마도 MTB를 즐기는 최연장자일 것이다. 문 대사가 MTB를 취미로 삼은 것은 1년도 채 안 된다. 그는 지난해 3월 우즈베키스탄 대사를 끝내고 귀국하자마자 MTB를 한 대 샀다.

“서울에서는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나와 이웃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 아니겠어요. 에너지도 부족한 나라에서, 더구나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세계적인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는 말입니다.”

그는 출퇴근 때는 주로 전철을 이용한다. MTB는 원래는 건강 다지기용으로 구입했는데 막상 타보니 그 어떤 운동보다도 재미있는 데다, 이산화탄소 배출 줄이기에 동참하는 셈이기도 해서 기분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대치동의 집에서 우면산까지 주말에 보통 3시간쯤 MTB를 탄다. 나이 쉰이 넘어 처음 자전거를, 그것도 산악자전거를 타다 보니 적잖게 자빠지고 깨지기도 했다.


MTB 타며 환경사랑 동참
기자의 요청으로 그가 바지를 걷어올리자, 정강이와 무릎 언저리로 아직도 선명하게 크고 작은 흉터들이 드러났다.

문 대사가 MTB를 타면서 즐기는 것은 물론 넘어지고 깨지기는 아니다. “땀을 흘리며 산을 오르는데 콧속으로 스며드는 나무 냄새가 너무 싱그럽습니다. 눈이 즐거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MTB를 타면 인생의 즐거움이 다른 데 있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곧잘 들곤 합니다.”

외교관이 아닌 환경론자 같은 얘기다. 외교무대를 30년 가까이 숨 가쁘게 누벼온 그의 인생철학에 미묘한 변화가 일고 있는 느낌이었다. 기후변화대사라는 직책이 이 같은 시기에 그에게 주어진 것은 우연치고는 조금 공교롭다. 그는 지난해 말 외교통상부 사상 처음으로 신설된 기후변화대사 자리를 맡았다.

“1992년 환경기후과장을 하면서 기후변화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습니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기후변화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입장이 그렇게 절박하지 않았습니다. 기후변화를 큰 문제로 느끼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한국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최근 수년 사이 한층 빈발하는 기상이변과 재해를 그 역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체감하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외교관으로 이 문제를 좀 더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일 게다.

“기후변화는 본질적으로 과학의 영역입니다. 일반인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가 하면 기후변화는 경제 문제, 생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에 규제가 따르고, 또 기후변화 자체가 농산물 생산 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지난해 연세대 국제대학원에서 두 학기 동안 외교특임교수로 강의를 하면서, 기후변화 문제를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학생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막연히는 인지하면서도, 예상 밖으로 이 문제에 어둡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문 대사가 지난해 말 책『기후변화의 경제학』을 내게 된 데는 이런 배경들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는 출판 관계자들로부터 기후변화와 관련한 내용을 제대로 정리한 책으로는 국내 처음인 것 같다는 호평을 전해 들었다면서 조금 머쓱해 했다.

문 대사는 “기후변화에 대한 외교적 대처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제 기후변화 협약의 틀인 교토협약에서 한국은 그간 의무 면제 국가였으나, 이제 규제대상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 대응은 그 중 발등의 불로 지적된다. 이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국가적 성장 동력의 약화가 불가피하고, 결국 국가경쟁력 저하와 직결된다고 문 대사는 설명했다.

“기후변화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 흐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인류 전체의 사활적 이슈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산업과 경제 전 분야에 걸친 파급력이 대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기업들의 경우 생존을 위해서라도 탄소 저배출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소비자들도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상품은 외면할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실제로 영국의 경우 과자 봉지에도 탄소 배출량을 표기하는 실정이다. “이 과자 생산을 위해 얼마만큼의 탄소가 나왔다”는 문구가 들어가는 것이다.

문 대사는 지난 2개월 동안 기후변화와 관련한 정부 대응 방안의 큰 줄거리를 잡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대응 방안은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지 않으면서도 국제적인 규제의 틀에 부응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에너지자원외교대사도 맡아
기후변화와 관련한 정부의 정책 기조를 만들기 무섭게 그에게는 또 하나의 일거리가 주어졌다. 지난 2월 초 에너지자원외교담당대사에 임명된 것이다. 이 역시 외교통상부 사상 처음 신설된 대사이고, 그는 두어 달 사이 연거푸 초대 대사에 오르는 기록을 갖게 됐다.

기후변화와 에너지자원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고 보면 에너지자원외교담당대사는 그로서는 어쩌면 피하기 힘든 자리였을 수도 있다.

문 대사는 천연자원이 풍부한 우즈베키스탄 대사 경험이 에너지자원 외교에 적잖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에너지자원 외교를 이끌어 갈 한승수 총리 지명자를 유엔총회 의장 시절 보필한 인연도 있어, 최상의 팀워크를 일궈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사는 민간과 정부가 힘을 합쳐 유전 확보,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에 나선다면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바꿔놓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사는 78년 외무고시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았으며 프랑스, 영국, 태국, 유엔 등에서 근무했다.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