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김정복(61) 국가보훈처장을 만났다. 호국·보훈의 달을 앞두고 하루 24시간이 짧다고 한다.
하긴 현충일과 6·25전쟁 등 상징적 날짜들이 겹쳐서이지, 딱히 보훈의 달이 따로 있을 것도 아니라 365일이 짧다고 해야 옳다. 자신이 독립 유공자 후손이어서 보훈처 일을 게을리 하는 것은 스스로 용서가 되지 않는다고 귀띔한다. 부친을 굳이 내세우진 않지만 이 사실은 잘 알려졌다. 선친은 3·1 기미만세운동 무렵 일제에 맞서 싸웠던 김영규(金永奎, 1898.9 ~1952.7) 선생이다. 1919년 3월 18일 부산 범어사 학생 독립만세운동을 이끌어 2년여 옥고를 치렀다.
그래서 부친에 대한 뿌듯함은 곧 무거운 책임감과 맞닿았다. 7급으로 공직에 들어와 장관까지 올랐다. 그것도 별다른(?) 집안에서 태어나 그런 가정을 돕는 일이 주어졌으니 남다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보훈행정을 총괄하는 장관으로 일하게 된 느낌을 물었다.
“개인적으로 영광이지만 1년 반의 남은 임기를 생각하면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존경하고 예우를 아끼지 않는 것이야말로 일류 선진국가로 가는 지름길 아닐까요. 그런 사회를 만드는 데 온힘을 다할 각오입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알찬 계획을 세웠다. 1일부터 10일까지를 추모의 기간으로, 11~20일을 감사의 기간으로, 21일부터 30일까지를 화합과 단결의 기간으로 삼았다. 추모의 기간에는 현충일 추념식과 시·군 지역의 현충탑 참배 등 행사를 갖는다. 6일 오전 10시 서울 동작동 국립 현충원에선 전몰군경 유가족과 한국전쟁 참전 우방국 사절 및 각계 대표 등 5000여 명이 추도식에 들어간다. 김 처장에겐 각별할 수밖에 없다. “이날 하루만이라도 엄숙하게 가신 넋들을 떠올리는 시간을 모두 가졌으면 합니다. 전국에 일제히 사이렌이 울려 퍼지면 온 나라가 고개를 숙여 선열을 기리며, 집집마다 조기(弔旗)가 나부낄 것입니다.”
감사의 기간엔 국가유공자 및 유족들을 위로하는 행사가 줄을 잇는다. 값진 희생이라는 자부심을 심기 위해 포상식을 열고,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호국정신을 가르치기 위해 백일장과 웅변대회를 곳곳에서 갖는다. 음악제와 예술제, 공연 등 잔치도 손님을 맞는다.
호국·보훈의 달 마지막인 화합과 단결의 기간도 대미(大尾)를 장식하기에 걸맞다. 올해로 57주년을 맞이하는 6·25전쟁 기념식이 서울 장충체육관을 필두로 전국 239개 지역마다 열린다. 우방국 참전용사들을 초청해 전적지를 탐방해 낯선 땅에서 희생을 무릅쓴 정신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시간이다.
우문(愚問)이라고 여기면서도 꺼냈다. 특별하게 애정이 가는 사업이 있을까.
“3년째 접어든 일인데요. 바로 ‘나라사랑 큰 나무’ 달기 운동입니다. ‘당신의 나라사랑이 대한민국을 키워갑니다’라는 슬로건이 붙었지요.”
나라사랑 큰 나무 달기는 광복 60주년이던 2005년부터 시작했으며, 특히 올해에는 자석식으로 디자인을 바꿔 옷감을 상하지 않고도 나라사랑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게 만들었다. 태극 모양을 새긴 배지를 가슴에 달면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리라는 기대는 뜻밖에도 큰 열매를 맺고 있다는 게 보훈처 가족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개관 20년을 맞은 독립기념관의 활성화 작업도 못잖게 뜻이 깊다. 국민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거듭나도록 2010년까지 421억 원을 쏟아 넣는다. 올해엔 모두 93억 원을 들여 보다 편리하게 관람동선을 개선하고 7개 전시관 가운데 3·1운동관의 전시물들을 관람객들이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전면 개편할 계획이다. 반만년 역사가 살아 숨쉬는 7개 전시관과 815개의 태극기가 휘날리는 기념관으로 초대한다며, 7000만 겨레에게 명실상부한 애국애족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되뇐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대부분 어렵게 지내는 유가족 등을 위해 실제 피부에 와닿는 행정을 펼치는 데도 애쓴다. 국민들이 십시일반 낸 성금으로 조성한 보훈기금이 재원인 대부지원 제도가 대표적이다. 김 처장은 “국가 유공자 가정의 주거안정을 도우려는 기본사업입니다. 그러나 필요한 금액을 제때 받지 못하고, 신청서를 제출하거나 수령할 때 관서를 찾아가야 하는 불편을 끼쳤지 뭡니까. 이젠 그런 부작용을 말끔히 씻어 다행입니다.”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팀을 만들어 노력 끝에 국민은행과 양해각서를 맺었다. 이에 따라 자금이 필요한 사람은 오는 7월부터 가까운 은행에 가면 받을 수 있게 됐다.

안타까운 일도 더러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라는 국가기관의 판단이라 보완책을 마련해 우려를 털어냈다.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에게 채용시험 때 10% 가산점을 주는 제도와 관련해 지난해 2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보훈처는 공청회와 여론수렴을 거쳐 국가유공자 본인과 전몰군경, 순직자 등의 유족에 대해서는 종전대로 가산점 10%를 유지하고 그 가족에 대해서는 가산점을 5%로 낮췄다. 대신 상대적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7급 및 9급 시험과 외국어 인증시험을 준비할 때 온라인 수강을 하면 강의료의 절반을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해 이달부터 시행한다.
보훈처는 나라를 위해 몸을 던진 선조나 참전자 등 어떤 길로든지 국가에 헌신한 이들에 반해 나라를 위기에 몰아넣은 과거를 청산하는 작업과도 잇닿아 있다.
“친일반민족 행위자 9명에게서 몰수한 땅은 공시지가로 36억 원이라는데 시가로 치면 6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압니다. 아직 절차가 남았지만 관리권이 옮겨오면 독립 유공자와 유족을 돕고, 독립정신을 계승해 민족정기를 드높이는 사업을 발굴해 오롯이 쓸 생각입니다.”
국내에는 지금 독립운동의 발자취가 담긴 유적지 689곳과 국가위기 때 수호의 현장이었던 857곳을 합쳐 1546곳의 현충시설이 있다. ‘1교(校) 1사(社)-1시설 결연’을 통해 실질적으로 보호되도록 애쓰는 한편 나라사랑 정신이 깃들게끔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자칫 소홀하기 쉬운 해외 시설물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나라 바깥에 흩어져 있는 독립운동 사적지 719곳을 효율적으로 보존·복원하기 위해 본청에 현충시설과를 새로 만들었고 독립기념관에 이를 전담하는 팀을 꾸리기 시작했어요.”
입대를 기피하는 풍조와 달리 제대하고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군인들을 위한 지원계획도 알차다. 지난 1월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과 민간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청사진을 만들었다. 전직 지원금 월 50만 원 지급, 취업교육, 사이버 강의, 공공주택 우선 공급, 자녀 학자금 대출한도액 인상 등이 그 골자다.
“영국에서는 파피 데이(Poppy-day)라 해서 해마다 11월 11일을 앞뒤로 인조 양귀비를 온 국민이 패용하고 있어요. 프랑스에서도 같은 날을 전후로 비슷한 행사가 전국을 뒤흔듭니다. 승전 기념일인데 상이군인들을 돕기 위해 간호사들이 수레국화를 판매하는 큰 잔치가 열립니다. 우리 ‘나라사랑 큰 나무 달기’ 운동 또한 전 국민이 참여하는 마당으로 됐으면 좋겠어요. 추운 겨울날 따뜻한 이웃사랑이 피어나길 바라며 너도나도 가슴에 빨갛게 장식하는 사랑의 열매처럼 말이지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지 않을까 ….”
글 송한수 기자 사진 도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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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해 10월 국무총리 주재로 제1회 ‘국가보훈위원회’를 열어 국가보훈발전 기본계획을 심의 의결했다. 보훈가족은 영예로운 삶을 누리고 국민은 나라사랑 정신을 가꾸는 사회를 비전으로 한다. 국민이 공감하는 보훈체계 확립과 수준 높은 의료·복지체계 구축, 국민과 함께 나라사랑 정신 확산을 목표로 설정해 꾸준히 추진할 생각이다. 기본계획을 분야별로 살펴보자. 첫째, 국민이 공감하는 미래지향적 보훈체계 확립이다. 둘째, 보훈대상자의 질환 악화와 급격한 고령화에 대응하여 수준 높은 의료·복지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2009년까지 1794억 원을 들여 3차 진료기능을 갖춘 보훈중앙병원을 건립하고, 2010년까지 972억 원을 투입해 5대 도시에 총 1000명 수용규모의 노인요양시설을 건립한다. 내년까지 수원, 부산, 광주, 내년부터 2010년까지 대구, 대전에 들어선다. 또 보훈복지사, 보훈도우미서비스를 연차적으로 확대, 2010년엔 연간 3300명(2006년 1300명)의 노약·질환자에게 가사·간병 지원을 해나갈 계획이다. 셋째, 나라사랑 정신을 확산시키기 위해 전문가 25명이 참여하는 사료발굴 분석단을 운영, 독립유공자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내년까지 ‘균형 있는 독립운동사’를 전 60권으로 발간한다. 이밖에 서울 효창공원 독립공원화 사업에 내년까지 262억 원을 들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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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