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SET_IMAGE]2,original,center[/SET_IMAGE]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석동 차관보는 재정경제부의 대책반장으로 불린다. 금융실명제 대책반장을 시작으로 대우사태 당시 금융시장 대책반장, 카드사태 대책반장 등 경제 위기가 닥칠 때마다 단골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참여정부가 명운을 걸고 추진한 8·31부동산정책도 그의 작품이다.

김 차관보는 지난 여름 각 부처 실무책임자 10여 명과 함께 서울 시내 모 호텔로 ‘잠적’했다. 이후 70일간 호텔방에서 ‘비밀작업’을 벌였다. 탈선한 부동산시장을 본궤도에 올리고,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부동산 대헌장’을 만드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8·31부동산정책이다. 국회 입법을 앞둔 지난 12월12일 김 차관보를 만나 정책 추진 배경과 뒷이야기를 들었다.

8·31부동산정책의 추진 배경은 무엇이었습니까?
“2003년 발표된 10·29부동산대책 이후 상당기간 안정됐던 부동산 가격이 지난 2월부터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판교 인근에서 시작돼 분당·용인·수지 등 수도권 일원으로 급속한 속도로 번졌죠. 땅값 역시 개발예정지역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이를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걷잡을 수 없는 투기열풍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판단했죠.”

 

“8·31정책은 시스템 전체를 바꾸는 개혁”
8·31부동산정책의 기본 방향은 무엇입니까?

“당면 과제는 부동산시장의 불안을 잡는 것이었지만, 우리는 그것을 넘어 부동산시장을 선진화하고 투명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부동산시장 불안 해소와 시장 정상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내놓은 것이 4대 정책입니다. 그러나 발표하는 순간까지도 무엇을 첫 번째로 꼽을 것인가 고민했습니다. 장시간 논의 끝에 서민의 내집마련을 도와주는 서민주거안정책을 첫 번째 정책으로 올렸습니다. 그 다음은 거래 투명화입니다.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의 대표적 문제가 투명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신고 가격과 거래 가격이 다르죠. 셋째는 투기수요 억제입니다. 정상적인 수요는 살리되 투기수요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막는 세제정책을 마련하느냐가 관건이었죠. 마지막으로 공급정책입니다.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공급이거든요.”

각 부처 실무자들이 70일간 호텔에 감금되다시피 해서 8·31부동산정책을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정확히 지난 6월17일 들어가 8월31일까지 작업했죠. 70일이면 긴 시간이라고들 말합니다. 그러나 그 방대한 작업을 하기에는 긴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부동산시장 조사부터 시작해 그동안 나온 부동산정책을 전부 검토해야 했습니다. 호텔에서 작업한 것도 무엇보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였죠.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재경부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위원회·행정자치부·건설교통부 등 여러 부처가 합동으로 일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정상적인 결재 절차를 따르다 보면 한도 끝도 없이 늘어지니까요. 각 부처 실무책임자를 꾸려 호텔에서 일하면 그 자리에서 부처 간 협의를 하고 결론을 낼 수 있거든요. 밤을 새워 가면서 결론이 날 때까지 토론을 거듭했습니다.”

호텔 작업은 누구 아이디어였습니까?
“제 아이디어입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대책반장을 맡아오며 쌓은 노하우죠. 부동산정책을 호텔에서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건국 이래 부처 간 광범위한 조율을 요구하는 초대형 부동산정책을 만든 것은 8·31부동산정책이 처음이거든요.”

부처 간 조율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8·31정책이 단순히 집값을 안정시키는 정책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를 바꾸는 개혁이라는 점을 각 부처에 이해시키는 작업이 힘들었습니다. 건교부·행자부·금감원·국세청은 물론 국방부·환경부·농림부와도 협의해야 했으니까요. 국방부처럼 부동산정책과 관련된 적이 없었던 부처를 이해시키고 협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어려웠죠.”

발표 직전까지도 철통 같은 보안을 지켰는데 보안 유지는 어떻게 했습니까?
“8·31부동산정책은 모든 정책이 법률로 실현됩니다. 때문에 정책 입안 과정에서부터 열린우리당과 당정협의체제를 만들었습니다. 당정협의를 한 번 하면 수많은 사람이 참여합니다. 이때마다 관련 자료를 배포하고, 배포한 자료를 현장에서 한 부도 빠짐없이 수거하는 작업을 반복했죠. 참석자들에게도 보안을 지켜줄 것을 신신당부했고요.”

 

“지속 가능한 발전 위해 법안 원안 통과 중요”
이번 정책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무엇입니까?

“첫째는 부동산시장을 완전히 죽이지 않으면서 어떻게 초과수요를 잡을 것인가였습니다. 두 번째는 공급대책이었고요. 시장조사 결과 수도권에 연간 30만 가구의 신규주택을 꾸준히 공급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5년간 약 1,500만 평 정도의 택지가 부족했습니다. 그 토지를 찾아내야 했죠. 확실하고 실질적인 공급대책이 없으면 시장에 의한 가격안정은 불가능하거든요. 세 번째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책 형성 과정을 ‘메이킹 필름’으로 남겼다는 점입니다. 이 필름을 보면 어떤 정책이 어떤 협의 과정을 거쳐 어떻게 풀렸는지 알 수 있죠.”

이번 정책의 실무책임자로서 가장 아쉬운 점은 어떤 부분입니까?
“8·31정책을 추진하며 야당안도 많이 참고했습니다. 8·31정책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국회에서 입법돼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발표 이후 입법이 계속 지연되면서 정부가 발표한 8·31정책이 지연될 수 있다, 일부 후퇴할 수 있다는 이런 엉뚱한 기대감이 시장에 나돌고 있어요. 우리가 처음부터 야당 의견을 전부 수용한 만큼 조금 더 신속하게 입법됐으면 시장에 뚜렷한 메시지를 줄 수 있었을 텐데….”

후속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8·31정책이 ‘풀 패키지’ 정책이지만, 이것이 시장에서 제대로 돌아가려면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임대주택 확충 방안이죠. 또 공공부문 토지도 비축해 나가야 하고요.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전·월세 가격 안정입니다. 이는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중요하죠. 다음은 근본적으로 분양가를 낮추는 문제입니다. 현재 분양가가 너무 높아 주택가격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합리적이고 불투명한 제도나 관행을 바로잡는 일입니다. 내년 초가 되면 무엇을 어떻게 할지 목록을 밝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지연되고 있는데요.
“이미 공급대책과 관련된 법안은 거의 통과됐습니다. 현재 세법이 문제입니다. 이미 국회 소위원회에서 15차례 논의했고, 본회의에서도 수차례 논의한 상황입니다. 최종 결정만 남은 상태죠. 정부 원안대로 통과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합니다. 법안의 취지 자체가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고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니까요. 우리 경제가 지속가능한 발전과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의 결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효림 기자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