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우리 딸 찾아줘. 여기서 잃어버렸어. 꼭 찾아줘.” 김지연(33) 철도공안관이 다가가자 여성 노숙인 이성희(가명) 씨가 하소연을 한다. 50대 중반인 이 씨는 10년째 서울역사 3층의 늘 같은 자리를 지키며 잃어버린 딸을 찾아달라고 말한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 씨는 밤이면 역 근처 쪽방에서 자고, 아침이면 어김없이 서울역을 찾아온다. 서울역에서 근무하는 철도공안관들에게는 이 씨처럼 낯익은 노숙인이 꽤 많다. 서울역사 안팎을 터전 삼아 노숙하는 이들이 겨울에는 4백여 명, 여름에는 2백여 명이고 그중엔 여성 노숙인도 10여 명 섞여 있다.
6년차 철도공안관 김지연 씨가 이들 여성 노숙인을 유난히 눈여겨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7월 1일 국토해양부가 발족시킨 ‘여성 노숙인 및 성폭력 전담 수사관’의 임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역, 부산역 등 전국 주요 역 7곳에 배치된 이들 전담 수사관은 23명. 이들은 성폭력 등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운 여성 노숙인들을 인근 노숙인 쉼터로 안내하거나 여성이나 아동, 장애인 대상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조사관으로 참여해 피해자들의 신분을 보호하고 인권 침해를 막는 데 한몫을 한다.
“20대 중반쯤 되는 여성 노숙인이 서울역사 내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은 일이 있어요. 아기는 탯줄이 달린 채 변기에 빠져 있고, 산모는 어쩔 줄 모르고…. 여성 철도공안관이 급히 화장실로 들어가 산모와 아기의 상태를 살핀 다음 119 구급대를 불러 후송했습니다. 여성의 역할이 꼭 필요한 일이었죠.”
당시 미혼인 한 여성 철도공안관이 침착하게 일을 처리했고, 산모와 아기를 노숙인 쉼터에 입소시켰다. 3년 전에 일어난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서울철도공안사무소 김정민(55) 서울 분실장의 증언이다.
여성 노숙인의 임신과 출산은 철도공안관들에게는 난감하고 가슴 아픈 일이기도 하다. 2001년 서울역에서 생활하던 17세 소녀 노숙인의 경우도 그렇다. 철도공안관들이 시골에 살던 소녀의 외할머니를 수소문해 소녀를 인계했지만, 소녀는 다시 가출했고 아기를 낳은 후 노숙인 쉼터에 맡기고 사라졌다. 철도 공안관들은 아기 우유값을 모아 노숙인 쉼터에 전달했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그 소녀가 최근 20대 중반이 되어 서울역 앞에서 장사를 거드는 모습이 목격됐다.
여성 노숙인 중에는 간혹 재활에 성공해 몰라보게 말쑥한 모습으로 사무실을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쌈짓돈을 털어 그들을 돕기도 하는 철도공안관들이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철도공안관은 일반인에게 조금 낯선 직업이다. 신분은 행정공무원이면서 단속과 수사 등 경찰 업무를 수행하는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철도지역 내 각종 범죄를 예방하고 단속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주요 업무는 역 구내 순찰을 비롯해 출퇴근 시간에 혼잡한 지하철 내 소매치기나 절도범 감시와 성추행범 검거뿐 아니라 전동차 내 잡상인 단속까지 한다.
특별사법경찰의 효시는 옛 내무부 안에 철도경찰대를 창설한 194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13개 정부 부처로 확대됐고, 지방자치단체들도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해 2008년 말 현재 8천1백99명의 특별사법경찰관이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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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사법경찰 중 철도공안관은 국토해양부 소속 공무원으로 한국철도공사(KORAIL)가 운영하는 철도지역에서 근무하며, 7월 말 현재 전국에 3백88명이 있다. 대전에 있는 철도공안사무소가 본부이며 서울, 순천, 영주, 부산에 각 지역 분소가 있다. 분소는 분실을 거느리고 있는데 서울지역에는 서울역, 용산역, 영등포역, 청량리역, 수원역, 광명역, 부평역 등 7개 분실이 있으며, 각 분실에 7~16명이 24시간 상시 근무한다.
하지만 아직 인원이 많이 부족하다. 16명이 근무하는 서울역의 경우 주야간 교대 근무를 하므로 일시 운용 인원은 6, 7명. 조를 나눠 한 시간씩 번갈아가며 관할구역을 순찰한다. 평일 5만명, 휴일 7만명의 여행객이 이용하는 서울역뿐 아니라 멀리 경의선 역까지 방범 순찰을 하는 데다 하루 8차례 노숙인 퇴거 활동까지 벌이기에는 철도공안관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김정민 분실장은 말한다.
“노숙인들의 인권도 존중해야 하므로 역 바깥으로 무조건 내쫓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음주 소란이나 구걸 행위를 하거나 악취가 심한 경우에는 바깥으로 나가달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어요. 물론 동행해서 밖에 나간 후에 도로 들어오면 별수 없지요. 하지만 우리 같은 철도공안관들이 자꾸 얘기하면 귀찮아서 바깥으로 나가기도 합니다.”
때로는 노숙인 쪽에서 철도공안관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철도공안사무소에 와서 욕설을 하거나 하루 종일 돈을 달라고 떼를 쓰기도 한다. 김지연 철도공안관도 입사 초기엔 어려움을 겪었다. 서울역 역사 내에서 노숙인들 간에 집단폭행사건이 벌어졌을 때는 겁이 더럭 나기도 했다. 맡고 있는 업무가 경찰과 다르지 않아 폭행이나 상해사건 현장에 출동, 현행범을 체포· 검거해야 할 때도 있는데 힘이 달리기도 한다. 뜬눈으로 24시간을 연속 근무해야 하는 날은 몸이 고달프다. 하지만 역 구내에서 치안 업무는 물론 길을 묻는 여행객들의 질문에도 일일이 답변해주는 밝은 표정에는 수많은 여행객의 안전과 행복을 책임진다는 자부심이 묻어난다. “막차가 떠난 후에도 철도공안관들은 잠들 수 없습니다. 역 구내의 안전을 24시간 지켜야 하니까요.”
글·최은숙 객원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문의·철도공안사무소 https://police.mlt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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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