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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공의 교통경찰’ 김포공항 항공교통관제사


 

김포공항에서 항공교통관제사들을 만나기 위해 관제탑으로 가는 길은 멀었다. 진짜 멀어서 먼 것이 아니다. 하늘길을 오가는 많은 이들의 안전비행을 책임지는 관제탑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철통 보안 때문이다.


 

관제탑 구역 출입문에서는 엑스레이 검색기를 지난 다음 다시 철책을 통과해야 한다. 18층 건물 높이인 관제탑에 도착해서도 1층 출입구, 엘리베이터 등에 모두 보안장치가 돼 있다. 관제탑 꼭대기의 관제실 역시 관제사들에게만 지급되는 카드키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


 

“신발 벗으세요.”


 

김광주(49) 김포항공관리소 관제통신과장이 관제실로 가는 마지막 문이 열리자 한 층 위 관제실로 이어진 계단을 오르기 전 신발을 벗으며 말했다. 신발을 벗고 계단을 오르고 보니 모두 양말만 신은 채 근무 중이다.


 

“항공기 안전에 중요한 전자기기들이 먼지에 민감하기 때문에 신발을 벗고 근무하고 있습니다.”


 

김 과장이 설명했다. 먼지마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항공기 안전에 관제탑의 전자기기들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사방이 유리벽으로 둘러쳐져 활주로와 계류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관제탑 안. 비행기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레이더와 풍향풍속 모니터, 활주로상태 모니터, 비행기에 공항 정보를 자동 발송해주는 장비 등 많은 전자장비들이 벽을 따라 즐비하다. 그 앞에서 남녀 관제사들이 항공기 조종사, 공항 밖 관제를 담당하는 접근관제소 관제사들과 교신을 주고받으며 안전한 비행기 이착륙을 유도하고 있었다.


 

서울지방항공청 김포항공관리소가 운영하는 김포 관제탑은 3명씩 한조가 되어 5팀이 교대로 주야간 근무를 하고 있으며 주간 전담 근무자 2명까지 매일 낮 동안은 5명이, 야간에는 3명이 근무한다.


 

이날 근무조의 리더는 김선우(42) 관제팀장이다. 1996년부터 13년째 항공관제를 맡고 있는 베테랑 관제사다.


 

“김포공항을 드나드는 정기 항공기만 하루 3백여 대입니다. 기업체나 방송사 등의 헬리콥터, 경비행기 같은 부정기 항공기도 매일 50~1백 대 정도 드나들죠.”


 

관제사들은 일단 다중의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원천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데, 김포공항의 경우 업무량도 만만치 않다. 인천국제공항은 매일 드나드는 정기 항공기가 6백 대 정도로 이곳보다 많지만 그만큼 관제 인원도 많다. 또 24시간 운영되는 인천국제공항과는 달리 김포공항은 밤 11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공항이 폐쇄되어 낮 동안에 항공기 이착륙이 집중된다. 김포공항의 ‘항공기 러시아워’는 오전 9~10시, 오후 4~5시 사이다. 공항이 폐쇄된 동안에도 군용항공기나 통과 항공기를 위해 관제 업무는 계속돼야 한다.




 


 

“게다가 부정기 항공기들의 경우 계기비행(計器飛行)이 아니라 육안에 의존하는 시계비행(視界飛行)이 많습니다. 시계비행은 한층 더 복잡하고 세심한 관제를 해야 하므로 피로도가 더욱 심하죠.”


 

이 때문에 한 관제사가 연속해 관제 업무를 하는 시간은 두 시간 이상을 넘지 않는다. 규정상 최대 두 시간 근무 후 휴식을 취하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도 관제 업무를 만만치 않은 일로 만들고 있다.


 

“간혹 항공기가 착륙을 앞두고 바퀴가 펴지지 않거나 착륙 때 충격으로 바퀴가 부러지는 사고가 나기도 합니다.”


 

이럴 때 관제탑은 초비상이다.


 

“바퀴가 펴지지 않을 경우 항공기 조종사로부터 미리 연락을 받습니다. 그러면 동체 착륙에 대비해 활주로에 마찰계수를 줄여주는 포말을 뿌려둡니다. 착륙 중 비행기 바퀴가 부러지는 비상사태 땐 즉각 소방차, 구급차가 출동하죠.”


 





 

김 팀장은 지난 2006년 6월 제주에서 김포로 오던 중 비행기 앞부분이 우박에 맞아 떨어져나간 아시아나 항공기의 비상착륙을 유도했던 아찔한 경험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항공기 조종석 유리창이 충격으로 깨져 하얗게 변해 있었어요. 시계(視界)가 제로인 데다 자동항법장치가 고장 난 상황에서 항공기 조종사와 교신만으로 승객 2백여 명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항공기를 사고 없이 착륙시키는 데 정말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마침내 비행기가 무사히 활주로에 내려앉은 순간 김 팀장과 동료 관제사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벌떡 일어서 박수를 쳤다고 한다.


 

“영화가 따로 없었어요. 내 눈앞에서 대형사고가 나는 것이 아닌가 싶었죠. 가슴 졸이면서 앞머리가 싹둑 잘려나간 사고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려오는 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숨이 멎을 것 같았습니다.”


 

1년 열두 달, 24시간 조를 번갈아 근무하다 보니 관제사들에게는 ‘쉬는 날’이 공휴일이다. 명절이나 생일 같은 기념일을 챙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관제사란 직업이 잘 알려지지 않아 ‘관세사’로 오해받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업무를 마치고 관제탑에서 내려와 공항을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 뿌듯한 보람을 느낍니다. 아, 바로 이분들이 오늘 내가 무사히 일을 마쳐서 이렇게 웃고 걸어 다니는구나 하고 말입니다.”


 

잠시의 휴식 시간 동안 고충과 보람을 털어놓은 김 팀장은 다시 레이더 앞에 앉았다. 곧 오후 러시아워 시간이다. “한꺼번에 비행기들이 몰려들 때는 기계가 아니라 숙련된 스킬이 중요하다”는 그의 말대로 그는 오늘도 능숙하게 러시아워의 혼란스런 매듭을 풀어나갈 것이다.


 

글·박경아 기자 / 사진·정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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