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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 최일선 파수꾼’ 국립인천공항검역소 검역관


5월 4일 오후 5시 20분. 개미 한 마리 얼씬대지 않던 인천국제공항 XX번 탑승게이트 앞이 갑자기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각종 장비를 손에 든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들더니 민첩하게 임시 검역대를 설치하고, 각자 역할을 다시 한번 점검한다.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질병관리본부 소속 국립인천공항검역소 검역관들이다.

잠시 후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비행기가 탑승게이트와 연결되자 검역관 4명이 비행기 안으로 들어갔다. 검역관 2명이 휴대용 체온측정 카메라로 승객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으며 지나갔다. 한 승객의 얼굴이 카메라 모니터에 고온을 뜻하는 붉은색으로 나타나자 뒤따르던 검역관이 고막체온기로 체온검사를 했다.

기내 검역에서 3명의 여성에게서 체온이 섭씨 37.3도가 넘는 것으로 측정됐다. 세 여성은 정밀 검진을 위해 즉시 게이트 앞에 설치된 임시 검역대로 옮겨졌다. 게이트 주위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고열의 원인이 요즘 유행하는 신종 인플루엔자A(H1N1)에 감염된 탓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순옥 검역관은 이들에게 몸 상태와 신종 인플루엔자A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다녀왔는지 등을 물은 뒤 분비물을 채취해 검사기에 투여했다. 인플루엔자 양성반응을 살피는 신속항원검사(RAT)인데, 10분 만에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모든 승객들은 기내에서 대기해야 했다.

“양성반응이 나오면 환자를 격리시설로 옮기고, 환자를 중심으로 앞뒤 2열, 좌우 3열 승객들은 관리에 들어갑니다.”

다행히 3명 모두 음성판정이 나왔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들은 게이트 앞에 마련된 임시 검역대 앞에서 줄을 선 채 한 명씩 고막체온 검사를 받았다. 온도감지 카메라만으로는 고열 환자를 정확히 가려내기 어려워 일일이 고막체온기로 승객들의 체온을 측정하는 것이다.

승객들에겐 달갑지 않은 일일 수도 있겠지만 큰 불만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승객 박금옥(52) 씨는 “전염력이 강하다고 하니까 이 정도 불편은 감수해야지 어쩔 수 없지 않으냐”며 “검역소 직원들이 철저하게 방역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니까 오히려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승객들이 입국심사대로 가는 통로에도 적외선 열감지 카메라가 지나가는 승객들을 체크하고 있었다. 열감지 카메라에 신호가 나타나자 오문수 검역관이 해당 승객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고막체온기로 체온 검사를 했다. 다행히 체온이 섭씨 37.3도를 넘지 않았다.




이처럼 검역관들은 혹시 있을지 모를 신종 인플루엔자A 감염자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특히 5월 1일부터는 미국, 멕시코, 캐나다, 스페인 등 신종 인플루엔자A 감염 지역에서 출발했을 가능성이 있는 승객이 탄 항공기에 대해서는 기내 검역과 승객 전원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국립인천공항검역소 임관식 소장은 기내 검역에 대해 “ 신종 인플루엔자A 감염 의심 환자를 발견하는 즉시 환자의 주변에 있는 동승자를 가려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립인천공항검역소의 가장 큰 임무는 외국으로부터 법정전염병과 신종 전염병의 유입을 차단하고 관리하는 일이다. 따라서 이곳에서 일하는 40여 명의 검역관이야말로 전염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보호하는 1차 방어막인 셈이다.



국립인천공항검역소 황중택 서기관은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외국인이 가장 먼저 만나는 대한민국 공무원이 바로 우리입니다. 외국인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해외 전염병 유입을 막는 최전선에 서 있다는 자부심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라며 국민건강 지킴이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 서비스 정신을 강조했다.

검역관들은 의사와 간호사 외에 보건직, 의료기술직, 일반직 등 직종이 다양한 만큼 하는 일도 다채롭다. 앞에서 본 것처럼 적외선 열감지 카메라로 고열 승객을 체크해 전염병 감염 여부를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고, 전염병 발생 국가에서 들어오는 항공기에서 오수를 채취해 검사하는 등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환자가 발생하면 이를 추적하고 관리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공항에서 만난 검역관들은 눈이 퀭한 게 한눈에도 피곤함이 느껴졌다. 신종 인플루엔자A 차단을 위해 비상검역태세에 들어가면서 업무가 배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평소엔 오전 9시에 출근해 다음 날 오전 9시에 퇴근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출근시간을 새벽 4시로 당겼고, 퇴근도 다음 날 밤 11시까지 연장 근무를 하고 있어요. 43시간 가까이 일하는 셈이죠. 지금도 40시간째 일하고 있어요. 신종 인플루엔자A가 발생한 14개 오염국가에서 들어오는 항공기에 대해 오늘처럼 일일이 승객 전원을 검사해야 하는데, 이들 승객 숫자가 하루 9천명에서 1만명이나 돼서 어쩔 수가 없어요. 정상근무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거든요.”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4월 30일부터 검역관 39명을 추가 투입하고, 18대이던 체온측정 카메라도 6대 추가했다. 하지만 국립인천공항검역소 검역관들은 단 한 명의 신종 인플루엔자A 감염 환자도 놓치지 않기 위해 여전히 퇴근을 미루고 있다. 

열감지 카메라로 승객들을 살피던 이설희 검역관은 “지치지 않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질병 유입의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며 일하는 게 우리의 직업입니다. 몸은 지치지만 국민 건강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며 밝게 웃었다.  

글·최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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