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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한강 지키는 파수꾼, 한강경찰대


올해 설 바로 전날인 1월 25일 밤 11시쯤, 한강 양화지구 선착장 상류에서 사람이 물에 빠졌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다급하게 달려나가 순찰선에 올라탄 한강경찰대 이권태 1팀장과 유병종 경사는 30대 여자를 구조했다. 그런데 119구급대가 여자를 병원으로 옮기면서 가족과 연락을 하던 중 구조된 여자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나갔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우울증을 앓고 있던 여자가 아들을 안고 한강에 뛰어든 것이었다. 이 팀장 일행은 다시 한강으로 출동했다. 선유도 구름다리 부근에서 아이를 찾아낸 이 팀장은 서둘러 응급조치를 했다. 하지만 한겨울 시린 강물에 떨어진 아이는 이미 의식이 없었고 몸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두 돌도 안 된 어린애였어요. 그 조그만 몸을 제 손으로 건졌는데…. 가슴 아픈 일이죠.”
이 팀장은 구조작업을 하다 보면 힘이 드는 것보다 안타까울 때가 더 많다고 말한다.

한강시민공원 한편에 있는 한강경찰대(대장 김영달 경정)는 하루 24시간 시민과 한강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망원, 이촌, 뚝섬, 광나루 4개 치안센터에 23명의 대원이 근무하며, 행주대교에서 강동대교까지 41.5킬로미터에 이르는 곳을 지키고 있다.

익사 방지와 인명 구조, 시신 인양, 범죄 예방 및 단속 등 업무가 특수하다 보니 대원들은 대부분 특전사, 해병대, 수중폭파대(UDT), 해난구조대(SSU) 등 특수부대 출신이다. 또 다들 선박 조종, 잠수, 인명 구조 등 3개 분야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한강경찰대는 하루 평균 4, 5번 출동하고, 1건 이상 사람을 구조하거나 시신을 인양한다. 한강에서 거의 매일 투신사고가 생기는 것이다.

투신 사고는 겨울보다는 여름에 더 많다. 여름에 한강을 찾아오는 사람 수가 훨씬 많은 데다, 겨울에는 세찬 바람에 출렁거리는 강물이 위압감을 주기 때문이다. 또 낮보다는 밤에 신고가 많이 들어온다. 밤에 술을 마시고 한강변을 걷거나 서 있는 사람을 자살하려는 사람으로 오인해서 신고하는 경우도 꽤 있다.




인명 구조작업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신고가 들어오면 대원들은 순찰선으로 뛴다. 현장으로 출동하면서 순찰선에서 구조 장비와 잠수복을 착용한다. 구조 장비와 잠수복은 순찰선에 항상 준비돼 있다.

신고 접수 후 5분 이내에 현장에 출동하지만 넓은 강에서 사람을 찾아낸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불행히도 구조보다는 주검을 인양할 때가 더 많다. 수색 인원이 부족한 것도 한 가지 원인이다.

“투신한 사람이 가라앉았을 때는 물속 수색작업을 해야 하는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강물이 아주 탁하기 때문에 물속에서는 30센티미터 앞도 안 보입니다. 옛날에 시골에서 모내기할 때 못줄을 치듯이 추로 로프를 박아 한 손으로는 로프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강바닥을 더듬어가며 시신을 찾습니다.”

동료들 사이에서 ‘신내림을 받았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수색에 베테랑인 유병종 경사는 어떤 위험요소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컴컴한 물속에서 수색작업을 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한다.  부패되어 떠오른 시신을 수습하는 것도 한강경찰대의 일이다. 냄새도 역겹고 모습도 처참하지만 시신이 훼손되는 것을 최대한 막고 망자에 대한 예우를 다한다.

한강경찰대의 임무는 웬만한 담력과 체력으로는 못할 일이다. 수중 수색을 위해 입는 잠수복 무게가 20킬로그램, 허리에 차는 납으로 된 띠 무게도 10킬로그램이다. 이 무게를 견디며 물속에서 수색을 하자면 체력 소모가 매우 크다. 젊은 대원이 많기는 해도 평소 체력단련은 필수적이다. 




한강경찰대 본부가 함께 있는 망원센터의 대원들은 운동을 겸해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인천에서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이 팀장은 “1시간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오가며 한강 순찰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강물에 비닐봉지가 떠다니는 것을 보고 가슴이 철렁해서 가까이 다가가 확인하기도 하고, 술 마시고 강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다가도 자꾸 뒤돌아보게 됩니다.”

텔레비전에 한강 다리만 스쳐지나가도 순간적으로 다리 이름을 대곤 하기 때문에 한강경찰대 대원들은 ‘직업병’아니냐는 소리도 곧잘 듣는다. 김영달 대장은 그만큼 투철한 직업의식과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강은 서울의 젖줄이고 시민의 휴식공간이지만 한편으로는 한강경찰대에게는 일터이기도 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게 경찰의 임무지만,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차갑고 깜깜한 물속에 뛰어드는 우리 대원들은 정말 복 받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일을 하다 보니 측은지심이 생깁니다. 오죽하면 죽겠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살아야지요. 살아야 뭐가 돼도 될 거 아닙니까?”

유 경사는 한 번도 목숨을 구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들어본 적은 없지만, 구조된 사람들이 다시는 목숨을 버리겠다는 나쁜 생각을 하지 말고 잘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사는 게 힘들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지키는 한강경찰대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중요한 것은 희망입니다. 끝까지 희망을 버려선 안 됩니다.”  

글·이혜련 객원기자 / 사진·정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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