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햇 살이 나른한 금요일 오후, 승용차 한 대가 굉음을 내며 경부고속도로를 질주한다. 시속 140km 이상의 속도로 3개 차로를 넘나드는 곡예운전. 이를 발견한 고속도로 순찰대 김정보(43) 경사가 사이렌을 울리며 뒤쫓기 시작한다.
“○○○○차량, 갓길에 멈춰 서세요.”
경고안내를 반복했음에도 문제의 승용차는 이를 무시한 채 한층 속력을 높이며 내달렸다. 김 경사는 본부에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10여 분의 추격 끝에 다른 고속도로 순찰대와 공조해 폭주하던 승용차를 세울 수 있었다.
차량에서 내린 운전자에게서 역한 본드 냄새가 풍겼다. 그는 환각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한 듯 비틀거렸고, 거주지를 묻는 김 경사의 질문에 횡설수설했다. 조수석에는 ‘돼지본드’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환각상태에서 과속을 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처럼 고속도로에선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고속도로 순찰대는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지난해 발생한 고속도로 교통사고는 총 3608건. 409명이 사망했고 9333명이 부상했다. 이런 비극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고속도로 순찰대의 가장 큰 임무다. 많은 사람들이 ‘고속도로 순찰대’ 하면 과속 혹은 터널사고, 갓길통행 단속 등을 떠올리지만 고속도로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담당한다고 보면 된다.

전국 고속도로를 24시간 지키는 순찰대원은 748명. 본부는 서울 톨게이트에 있다. 이곳에서 전국 고속도로 상황을 폐쇄회로 TV를 통해 확인하고 각 지구대에서 올라온 긴급 상황을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지시한다. 사령탑인 셈이다. 지구대는 서울·경기 등 11개 지역으로 나뉘어 있다.
“가장 중점을 두는 사항은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는 것입니다. 귀한 생명을 사고로 잃어서야 되겠습니까. 철저한 단속으로 사고를 줄일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죠.”
단속을 강화해서라도 사고는 막아야 한다는 게 고속도로 순찰대 본부장 이정열 경감의 신조다. 그래서 이 경감은 올해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음에도 누구보다 앞장서서 현장을 누빈다.
고속도로 순찰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1일부터 3월 8일까지 고속도로상의 음주운전 단속 적발 건수는 292건이었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568건으로 증가했다. 반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지난해 1월 35명에서 올 1월 26명으로 줄었다. 단속을 강화하면서 교통사고가 크게 감소한 것이다.


봄바람을 타고 꽃향내가 북상하는 요즘에는 나들이 차량을 단속하느라 대원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나이트클럽처럼 사이키 조명을 설치하는 등 실내를 불법으로 개조한 관광버스들이 많기 때문이다. 버스를 개조하는 것도 불법이지만,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 안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채 음주가무를 즐기다 사고가 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관광버스 이용객의 안전을 위해 버스 안에서의 놀이문화를 적극 단속할 방침이라고 한다.
고속도로 순찰대원들은 과속과 추월이 난무하는 고속도로에서 일하다 보니 목숨까지 위협받는 경우가 많다. 과속으로 달아나는 차량들을 상대해야 해 카레이서 못지않은 운전 실력을 자랑하는 김 경사지만, 위법 차량을 추격할 때면 두려움이 앞선다고 한다. 얼마 전에도 동료 대원이 음주운전 단속에 불응하고 도주하는 차량을 뒤쫓다 크게 다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겁이 납니다. 제가 당할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저뿐 아니라 모든 고속도로 순찰대원들이 다 그럴 겁니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마다 마음속으로 ‘오늘 하루도 무사히’라고 주문을 욉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막내딸은 기도 대상 1순위가 항상 접니다. 다른 집과 달리 저희 집은 자식이 부모를 걱정하죠(웃음).”
이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는 고속도로 순찰대원들이지만 돌아오는 것은 격려와 칭찬보다 거친 반응이 더 많다. 단속에 적발된 사람 중에는 욕설은 기본이고 심지어 폭행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고속도로 순찰 차량에 매일 몸을 싣는 이유는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이었습니다. 당시 영동선 인천 방향으로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산모가 갑자기 산통을 시작했다는 연락이 지구대로 접수됐습니다. 무엇보다도 산모를 안전하게 병원으로 옮기는 게 급선무였습니다. 원주에 있는 한 병원까지 빠르게 호위하라는 지시를 받고 산모와 동행했는데, 솔직히 고속도로 위에서 제가 아이를 받는 줄 알았습니다(웃음). 다행히 병원에 빨리 도착했고 산모는 건강한 사내아이를 출산할 수 있었죠. 아기를 보는 순간 제 눈시울이 다 붉어졌습니다.”(안준권 경위)
안준권 경위는 국민에게 한 가지 바람을 피력했다.
“고속도로 순찰대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24시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내 가족’이라 생각하고 업무에 임합니다. 생명과 직결된 일이니 순찰대원들의 업무에 좀 더 협조해주셨으면 합니다.”
글·안유리나 객원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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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