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SET_IMAGE]2,original,right[/SET_IMAGE]강바람을 타고 밀려드는 찬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2월 말, 경기 여주군 북내면 덕사리 금당천변에는 여주대교를 돌아 흐르는 한강 물줄기가 마른 갈대숲을 헤치고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벌써부터 봄맞이 채비를 마친 강태공들이 갈대숲 사이를 비집고 앉아 강물에 낚싯대를 드리운 모습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정겨운 풍경이다. 유명 낚시터는 아니지만 도로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조용한 장소를 용케 찾아낸 그들에겐 이만한 장소도 없겠다 싶다.
하천 주위로는 논밭이 사이좋게 들어서 진짜 오랜만에 다시 찾은 고향의 냄새를 진하게 풍긴다. 풍광에 취해 찬바람이 매서운 줄도 모르고 서있자니 저 멀리 강변을 따라 이곳의 강태공들과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나누며 무언가 열심히 설명하고 받아적고, 또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파란 유니폼의 남녀 한 쌍이 눈에 들어왔다. 경기도 여주의 한강지킴이 한옥희 씨와 이용환 씨다.
한 씨와 이 씨는 이 지역에 살고 있는 동네 주민이다. 한 씨는 오래 전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아 ‘여주의제’에서 진행하는 3년 과정의 환경해설코스에 등록해 공부를 하기도 했다. 여주의제는 여주지역의 의제로, 의제에서는 환경문제의 원인이 되는 각종 사회경제적 요인을 분석하고 사회 각 계층의 역할과 법 제도를 모색하는 일을 한다. 유엔에서 제안해 우리나라에서도 각 지역마다 ‘지역의제 21’을 설립했거나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한 씨는 섬진강 환경지킴이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5대강으로 확대된 2007년부터 쭉 한강환경지킴이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 씨는 이제 막 한강환경지킴이를 시작한 신참이다. 고향은 여주지만 직장을 찾아 도회지로 떠났다가 3년 전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싶은 욕심에 과감히 귀향했다. 동네 주민이긴 하지만, 맑고 깨끗한 한강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열혈 한강팬인 셈이다. 물론 이들은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엄연한 계약직 공무원이다. 환경부 산하 5대강 유역환경청에서는 주민참여형 유역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하천오염행위 감시와 계도, 정화활동을 수행하는 환경지킴이를 운영해오고 있다.
5대강 지킴이 사업은 관에서 먼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사업인 만큼 환경지킴이는 정부 차원의 교육과 활동을 보장받는다. 분기별로 4월과 6월, 9월, 11월에 정기교육을 이수하고 평가도 받아야 한다. 또 실제 활동에 필요한 현장교육 위주의 월간교육을 받는다. 복무관리 규정과 점검 시스템 역시 엄격하다. 현재 한강 환경개선을 위해 발로 뛰고 있는 한강환경지킴이는 40여 명. 이들은 북한강권역(의암댐~팔당호)과 남한강권역(충주조정지댐~팔당호), 팔당권역(팔당호와 왕숙천, 경안천, 청미천 등의 지류지역)으로 나뉘어 2명씩 조를 이뤄 움직인다. 계약직 공무원이지만 지역 주민이기에 환경지킴이라는 자부심과 애착이 남다르다.
한강환경지킴이는 단순히 지역 주민들에 대한 교육과 계도, 환경정비 등의 활동에 그치지 않는다. 팔당권역에서는 팔당호 부유물을 제거하고 연꽃을 심는가 하면 경안천과 왕숙천의 어종을 직접 조사하는 등의 특화사업이 좋은 성과를 거뒀다. 남한강권역 역시 지역축제에 참가해 홍보활동에 나서는 것은 물론 상습적인 쓰레기 불법투기 지역을 꽃길로 바꾸는 성과를 일궈냈다. 북한강권역도 불법낚시구역을 꽃밭으로 가꿔 주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강환경지킴이의 주요 사업 중 하나는 강으로 낚시를 하러 온 이들을 계도하는 것이다. 불법 낚시 행위를 막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소각하지 못하도록 감시한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세차를 하는 등 수질을 오염시키는 것도 살피고 계도한다. 물론 이들은 어디까지나 계도와 권유활동을 하는 것이지 실질적으로 처벌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활동 초기엔 어이없는 일도 많이 겪었다고 한다. 상소리를 하며 되레 화를 내거나, 눈앞에선 알겠다며 건성으로 대답한 뒤 돌아서면 몰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엔 자주 마주치는 낚시꾼들과 서로 농담도 주고받고 이런저런 근황도 전할 만큼 친해졌다. 처음엔 이들의 이런 활동에 낯설어하던 주민들 역시 마찬가지다. 활동이 지속되고 정착되는 만큼 주민 참여와 호응도도 높아졌다.
낚시꾼들을 상대로 계도활동을 진행하며 쓰레기를 줍고 있는 한 씨와 이 씨에게 가장 힘든 점을 물었다.
“글쎄요. 처음엔 계도하는 것부터가 힘들었죠. 대체 뭘 하는 사람들이 와서 간섭인가 싶었을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요즘은 그런 부담감이 많이 덜해요. 이 근방에 오시는 분들은 한강환경지킴이가 무엇인지, 또 한강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신이 하는 행위가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인지 아닌지 잘 아니까요.”
한강환경지킴이 활동 3년째인 한 씨는 처음과는 여러 모로 달라진 낚시꾼과 주민들의 반응을 떠올리며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도 힘들죠. 날씨가 몹시 추운 날엔 낚시꾼들도 잘 다니지 않아 차라리 괜찮은데 약간 쌀쌀해도 날씨가 풀리는 이맘때는 많이들 찾아오시거든요. 추운 날씨에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강바람을 쐬다 보면 바람 막아줄 공간 하나가 아쉽습니다. 여름엔 더 심해서 뜨거운 태양 아래 그늘 없이 돌아다녀야 해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날씨만으로도 그들의 활동이 얼마나 고될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하지만 두 사람의 얼굴은 맑아진 한강만큼이나 환하다. 한강환경지킴이들은 지금처럼 계도와 환경정비 활동을 계속하면서 점차 주민교육 쪽으로 활동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어느 정도 활동이 정착되면 주민들의 의식 개선과 주민 참여로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활동으로 더 맑고 건강해진 한강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글·김지은 객원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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