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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서울출장소 기동단속반


정확한 원산지 표시는 국민들이 먹을거리를 믿고 구입하기 위한 기본적인 정보이고 최소한의 선택 기준이다. 이런 이유로 재래시장뿐 아니라 제조업체와 음식점에까지 원산지 표시 의무 대상이 확대됐고, 해당 기관의 원산지 표시 단속 업무 또한 강화됐다.

설 연휴를 사흘 앞둔 1월 21일 오후, 서울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영등포시장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서울출장소 기동단속반이 출동했다. 명절에 수요가 급증하는 농축산물의 원산지 표시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나선 단속반을 따라가 보았다. 시장에 들어서자 단속반 소속 김홍민 계장과 김한승 씨의 시선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협소한 좌판에서부터 몇 집 걸러 하나씩 자리한 정육점까지 놓치지 않고 확인하자면 발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없다. 표시판은 있으나 잘 보이지 않게 방치한 곳, 수입산이라고만 적어 놓고 정확한 수입 국가는 표기하지 않은 곳, 표시판을 준비해 놓고도 바빠서 미처 진열하지 않은 곳까지 일일이 찾아가 시정조치를 취하는가 하면, 원산지 표시판을 모범적으로 진열한 업소에 격려의 말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수년간 단속 업무를 담당해온 김 계장은 단순 실수일 경우엔 적발보다 개선에 주력한다고 말했다.

“표시판이 없으면 미표시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고의가 아니고 이런 단순 실수일 경우엔 바로 시정조치를 합니다. 영세 상인에게 번번이 벌금만 강요하는 것도 무리니까요. 벌금 부과보다 중요한 것은 원산지 표시의 필요성을 알리며 지도하는 것이고, 그것이 단속의 본래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습적일 경우엔 원칙대로 벌금을 부과하고, 허위 표시한 경우엔 단호하게 조처합니다. 다행히 오늘 이 시장은 표시가 아주 잘 된 편이라 우리를 대하는 상인들 분위기도 좋은 편입니다. 시민 명예감시원 등을 통해 사전에 홍보도 많이 하고 표시판도 배포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상인들 입장에서야 단속반이 반가울 수는 없는 일. 장사가 안돼 난리들인데 단속까지 나오면 어쩌냐며 대놓고 볼멘소리를 던지는 상인도 있고, 은근히 마뜩찮은 눈치를 주는 상인들도 있다. 그런 상인들의 심정을 모르지 않기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저녁보다는 한산한 낮 시간을 택하고, 음식점의 경우엔 식사 때를 피해 손님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들어가는 것도 나름의 단속 원칙이다.

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들의 활동이 고마울 따름이다. 이날 시장 골목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 50대 주부는 먹을거리를 속여 파는 나쁜 사람들을 지금보다 더 철저히 단속해달라는 간곡한 부탁과 함께 수고한다는 말을 전했다. 실제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농산물 부정유통신고센터에는 1년에 600건 이상의 제보가 들어온다고 한다. 



명절을 앞둔 특별단속 기간 외에는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해 판매한 업체를 조사하는 것이 단속반의 주요 업무다. 시장을 둘러보고 난 후 단속반이 찾아간 곳 역시 한과 제조업체였다. 시민 제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제보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현장에 나가지는 않는다. 그럴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어 사실 여부 확인과 내사를 통해 의심 가는 부분이 있을 때 현장 조사가 이뤄진다. 혐의 사실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업주도 선량한 국민으로 봐야 하고, 이 때문에 감정을 싣지 않고 최대한 공식적인 말투와 표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왜 조사를 나왔으며, 무엇을 잘못했는지 찬찬히 인지시키며 조사를 진행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위반 사실이 적발되면 업주 대부분이 발뺌을 하거나 숨기기에 급급하단다. 그럴수록 단속반은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할 수밖에 없다. 제품의 원산지 표시와 실제 사용한 재료를 대조하고 창고에 쌓아둔 재료의 원산지 확인은 물론 농산물 거래 장부까지 꼼꼼히 파악한다. 현장 확보를 위한 사진 촬영도 빼놓을 수 없다. 이 과정에서 거친 말을 내뱉으며 단속을 위한 단속이라며 협조하지 않는 업주들도 적지 않다. 원산지 미표시와 달리 허위 표시를 한 경우에는 형사입건이 되고, 단속반원에게는 사법경찰권한이 있기 때문에 사후 수사까지도 고스란히 이들의 몫이다. 그럴 땐 한 달 내내 주말도 없이 야근하며 조사에 매달려야 한다.

현재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서울출장소에서 단속 업무를 맡은 직원은 모두 10명. 이 인원이 서울시 전체를 담당하다 보니 업무량이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거의 날마다 험한 소리 들어가며 업주들을 상대해야 하니 어려움도 많다. 어느 누가 매일 얼굴 붉히며 일하기를 원하랴. 하지만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것이 먹을거리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쯤은 감수할 수 있다고 한다.

김 계장은 힘들지만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과거에는 원산지 표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 엉망이었습니다. 재래시장 같은 경우 더욱 그랬죠. 그래서 초기에는 단속하는 우리조차도 이게 과연 바뀔까 반신반의하며 시작했는데, 아까 보셔서 아시겠지만 요즘 시장에 나가보면 원산지 표시가 거의 다 되어 있습니다. 거래가 투명해진 것이죠. 이런 변화를 경험하면서 우리 같은 단속반이 없어도 되는 세상이 오면 먹을거리의 안전성도 100% 보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을 꿉니다.”
단속반이 필요없는 세상을 꿈꾸며 일한다는 이들의 바람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판매자와 소비자가 모두 한 밥상에 둘러 앉은 식구라는 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글·유은혜 객원기자 / 사진·정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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