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제주에서 치러지는 문화행사라면 제가 참여해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고향 행사이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죠.”
제주 출신 배우 고두심 씨가 9월 9일부터 15일까지 제주에서 열린 ‘제3회 제주세계델픽대회’의 문화대사를 맡았다. 지구촌 문화예술 행사인 이번 델픽대회에는 54개국 참가자들이 음악, 공연, 언어, 공예, 건축 및 소통과 사회예술 등 6개 분야 18개 종목에서 예술 경연을 벌였으며, 전시와 문화탐방 등 비경연 축제도 함께 즐겼다. 세계델픽대회는 기원전 582년부터 기원후 394년까지 약 1천 년 동안 아폴로 신전이 있는 그리스 델피에서 열린 문화예술제전 ‘델픽 게임(Delphic Games)’에서 유래했고, 2000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1회 대회가 열려 세계의 ‘문화올림픽’으로 재연되기 시작했다. 2005년 말레이시아 쿠칭에서 2회 대회가 열린 데 이어, 이번에 제3회 제주세계델픽대회가 ‘자연과 더불어’를 주제로 개최됐다.
고 씨는 지난 7월 그리스 델피의 아폴론 신전 근처 카스탈리아 샘에서 성수(聖水)를 제주 물 허벅(물을 담는 옹기)에 직접 담아왔다. 이 성수는 9월 9일 제주세계델픽대회 개막식 행사에 등장했다. 이종덕 조직위원장의 개회사에 이어 판소리 가락 속에 고 씨가 그리스까지 날아가 직접 담아온 델피의 성수와 한라산 백록담의 성수를 합치는 합수(合水) 의식을 김태환 제주지사와 함께 경건하게 진행한 것이다.
앞서 9월 1일에는 서울광장에서 열린 성수 나눔 행사에 참여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기증한 소나무 분재에 서울, 인천,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6개 도시에서 봉송된 성수를 뿌리며 제주세계델픽대회를 알리기도 했다.
5일에는 대회 사전행사로 제주 돌문화공원에서 열린 ‘시 낭독회’에도 참여했다. 제주 특유의 사투리 맛을 살려 정지용의 ‘향수’와 고훈식의 ‘누웡사 못 걸으난(누워서는 못 걸으니까)’을 낭독한 것이다. 고 씨는 시 낭송 전부터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다. 평소 제주를 방문할 때도 사투리를 들을 수 있는 장소를 자주 찾는다는 그는 제주 말을 살리는 데 책임감을 느낀다.
“제주 사투리를 어릴 때부터 썼고 많이 알죠. 제주 사투리와 표준어로 번갈아 시를 낭독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고훈식, 김생진, 한기팔, 현주하 선생님 등 제주 출신 문인들이 책을 내시면 제게 보내주시기도 하고 직접 뵐 수 있는 기회도 있어요. 항상 고맙죠.”

‘제주의 똘(딸)’이라고 불릴 만큼 제주를 대표하는 여성으로 알려진 고 씨의 고향 사랑은 지극하다. 제주 남문동(지금의 중앙로)의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태어나 여고 시절까지 보낸 후 서울로 올라와 배우로 살아온 그에게 제주는 늘 어머니 같은 존재다.
“나는 어머니를 사랑한다. 우리 어머니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우리 어머니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또 어머니가 사랑하는 제주, 어머니 같은 제주를 사랑한다.”
이처럼 고 씨는 자신의 홈페이지(www.kodoosim.com) 속 ‘사랑 일기’에 언제나 제주와 어머니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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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자연이 정말 좋고, 토박이들은 인심도 후하고 정도 많아요. 관광지로 변하면서 현실적인 눈앞의 이득 때문에 변해가는 게 안타깝지만 제주의 본래 모습을 생각하면 두고두고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야 하는 장소죠. 저는 걷는 것을 좋아해서 6년 전에 제주를 걸어서 일주했는데 정말이지 아름답고, 저를 행복하게 해주는 곳이었어요.”
‘김만덕기념사업회’의 공동대표로도 활동하는 고 씨는 오는 10월 1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김만덕 나눔 쌀 만 섬 쌓기’ 행사를 열고 기부문화 확산 운동도 펼칠 계획이다. 이 때문에 델픽대회로 제주를 오가는 와중에도 기념사업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김만덕 할머니는 훌륭한 분이에요. 조선 정조 때의 인물로 제주 출신의 거상이었죠. 어린 나이에 고아가 돼서 기생으로 자라다가 관적에서 이름을 빼고 객주 집을 차려요. 보릿고개로 다들 배고파 죽게 되니까 전 재산을 털어 3년간 죽을 쑤어서 사람들을 살리죠. 그 정신이 너무 좋아 제가 1977년에 김만덕 할머니를 다룬 일일연속극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3년 전에는 먼저 쌀 천 석 쌓기 운동을 했는데 이번에 유엔이 정한 ‘빈곤퇴치의 날’에 쌀 만 섬 쌓기를 광화문에서 할 예정이에요.”
늘 바쁜 고 씨가 이렇게 각종 문화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배우가 대중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줘야 한다는 직업의식 때문이다.
“배우라는 직업이 신뢰감을 줘야 하는 데다 일 자체가 문화와 관련된 것이죠. 그래서 관련 분야에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해왔어요. 많은 배우들이 그런 생각을 해요. 저는 어릴 때부터 배우가 꿈이었고 배우라는 직업을 후회한 적이 없어요.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직업이 싫으면서도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하는 사람도 많은데, 저는 하고 싶은 일에 뛰어들어 굉장한 행운을 얻고 살았잖아요. 사랑을 많이 받았으니 이젠 받은 사랑을 돌려줘야죠.”
고 씨가 에너지 넘치게 사는 비법은 “항상 부지런하게 뭔가를 계획하고 철저히 일하고 철저히 쉬고 모든 것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연기만큼이나 고향 사랑에 몰입하며 제주의 문화대사이자 제주의 딸로 하루하루를 뜻깊게 살아가고 있다.
글·변인숙 객원기자
제주세계델픽대회 홈페이지 delphic200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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