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한국 국민들은 수단 다르푸르 사태에 대한 관심이 부족합니다. 이것은 국제이슈를 보는 한국의 시각이 국가 경제력이나 국제 위상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반 총장은 국제문제를 소홀하게 다루는 국내 풍토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5월 충주시 방미단과의 만남에서도 “다르푸르 인종청소를 얼마나 많은 한국 사람들이 알겠는가”라며 한국인의 낮은 국제인식을 안타까워했다. 아프리카 수단에서는 이슬람 아랍계와 가톨릭을 믿는 토착 원주민간 내전으로 인해 최근 4년간 20만 명이 숨지고 2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최근 한국 정부의 레바논 평화유지단 파병계획을 반겼다.
반 총장은 “레바논의 안정과 평화유지 문제는 국제사회 전체가 큰 관심을 두고 있는 만큼 한국의 참여에 대해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군은 기강이 탁월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한국 정부가 재정적인 기여뿐만 아니라 병력기여도 확대한다는 점이 (국제사회에서)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고 설명했다.
반 총장은 평화유지활동에 대한 애정을 계속 이어갔다.
“일반 대중들에게는 유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평화유지군을 상징하는 블루 헬멧(Blue Helmet)이죠. 국제사회로부터 가장 높이 평가받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유엔의 대표상품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세계 11위의 경제규모를 갖추고 개도국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급성장한 국제적인 위상에도 불구하고 유엔 평화유지 활동은 병력기여 측면에서 80위권에 불과합니다.”
반 총장은 밖으로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는 한국 내 현실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다. ‘우리가 왜 수단이나 레바논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두고 병력까지 파견해야 하느냐’는 식의 시각에 대해서는 따끔한 충고를 했다.
“한국은 한국전의 참상을 딛고 지금은 번영을 이룩한 존경받는 국가가 됐지만, 그 밑바탕에는 우리가 가장 도움이 필요했을 때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유엔 사무총장 선출과 관련해서는 “한국민들에게 자긍심을 주는 것을 넘어서서 한국민들이 국제적인 문제에 보다 실질적인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한국인들은 이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무총장 취임 이후 많은 개도국들의 지도자들이 자국 독립시절의 한국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비교해 현재는 너무나 커다란 격차가 벌어진 사실에 경외감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한국의 발전 경험을 모델로 삼아 실천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피력해 올 때마다 마음 뿌듯하게 느낄 때가 많습니다.”

실제로 반 총장은 개도국을 방문할 때마다 ‘한국을 본받아라’고 말한다. 취임 직후인 올 1월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에서 그는 감동적인 연설을 했다.
“어린 시절 할머니들이 고물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어린이들은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와 오염된 물에 시달리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국민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중략) 그 뒤 한국 국민이 단합된 목표의식을 갖고 지역의 경제강국으로 성장하는 것도 봤습니다. 아프리카에서도 한국과 같이 단합된 목표를 통해 경제발전을 이루도록 합시다.”
반 총장은 한국인들이 자신의 힘과 성취에 대해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면서도 동시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자아도취와 자만에 빠져 쇠락의 길로 들어서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만, 자기가 이룬 성취와 잠재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현상에 만족한 채 더 큰 기개를 펼치지 못하는 것도 피해야 할 현상입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이제 우리 국민들이 시각을 밖으로 원대하게 가지고 한국이 해야 할 일과 나아갈 방향을 크게 품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평균적인 한국인의 성실함보다 몇 곱절 더 바지런한 반 총장은 그 성실함으로 나태해진 유엔 조직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반 총장은 취임 직후인 올해 초 모든 직원들에게 오전 8시까지 출근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자신은 이보다 1시간 이른 7시쯤 출근하는 모범을 보였다.
비만증에 걸린 본부조직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유엔본부 38층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고위관리 55명에게 사직서 제출을 요구했다. 또 뉴욕 유엔본부 직원이 아닌 현장근무자도 능력이 뛰어날 경우 본부에 근무할 수 있는 인사정책을 마련했다. 이는 경쟁원칙을 도입함으로써 관료주의에 빠진 기존 본부직원들을 다잡기 위한 것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이에 대해 “반 총장이 직원들의 내부경쟁을 유도하고 자신의 사무실에서부터 일부 직원의 임기보장을 폐지하는 등 이전에 없었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높이 평가했다.
반 총장은 인터뷰에서 “유엔을 21세기의 도전과 수요에 보다 전문적,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직을 탈바꿈하는 데 노력했다”며 “평화유지국 개편이 회원국으로부터 광범위한 지지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을 취임 초기의 큰 성과라고 국제사회에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조용한 사람, 온화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때로는 단호한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미국에 대해서는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라고 촉구하는가 하면, 팔레스타인의 로켓공격과 이스라엘의 분리장벽을 싸잡아 비판했다. 또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비판하면서도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추가 제재 움직임에 대해서는 국제기구에 맡길 것을 촉구하면서 반대했다. 미국 주말매거진인 퍼레이드는 이런 반 총장의 외교 스타일을 ‘김치외교’라고 명명했다.

반 총장은 주변의 평가가 어떻든 원칙을 강조할 뿐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취임 6개월을 총평하면 역점 과제에 대한 방향 설정과 조직개편에 필요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본다”며 “앞으로는 이런 기반을 기초로 보다 구체적인 외교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자신의 역할과 관련해 “특정국가의 외교장관과 달리 관심범위가 전 세계의 분쟁에 미칠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나 개발과 같이 어느 특정국가의 힘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이슈를 다루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원칙에 따라 그가 해야 할 일은 무수히 많다. 그의 임기 중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뭘까. 그는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사무총장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되는 이슈가 너무 많습니다. 따라서 일부 특정 이슈만을 중점 이슈라고 제시하기는 어려워요. 그렇지만 사무총장이 모든 이슈를 같은 관심과 집중을 가지고 처리하는 것 또한 비현실적인 요구입니다.”
그는 “이런 측면에서 현재로서는 중동, 아프리카 등지의 지역분쟁 해결, 빈곤 및 저개발 해소를 위한 밀레니엄개발목표 이행, 기후변화와 같은 이슈를 특히 중점적으로 다루어나갈 생각입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한국 정부에 바라는 바도 많다. 반 총장은 우선 한국이 왜 국제문제에 더 깊이 관심을 기울이고 참여해야 하는지 설명했다.
“당장은 자국의 이해와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이슈, 그러나 국제사회의 응집된 노력이 요구되는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궁극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목소리가 커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축적된 힘과 이미지가 결국은 자국의 실질적인 이해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합니다.”
반 총장은 “한국 정부에 바람이 있다면, 국제기구에 대한 자발적 원조금 확대, 유엔 평화유지활동에 대한 인적 및 재정적 지원 확대, 공적개발원조(ODA) 확대 등을 외교적으로 꾸준히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특히 한국 정부의 공적개발원조 규모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라며 이를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 총장은 ‘세계대통령’이지만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다.
“구수한 된장찌개, 김치찌개를 먹고 싶지만 코리아타운에 가려고 하면 경호원들이 따라붙어 (뉴욕시민들의 불편을 생각하면) 외출이 자유롭지만은 않습니다.”
반 총장은 한국 특파원들과 만날 때마다 이런 하소연을 한다. 반 총장이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머물고 있는 곳은 뉴욕 맨해튼의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 하루 숙박비만 2000달러에 육박하는 스위트룸이지만 꼼짝없이 호텔에서 제공하는 양식만 먹어야 한다.
맨해튼 57번가 끝에 있는 반 사무총장의 관저는 현재 개·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올해말에야 입주할 수 있다. 그때까지는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를 맘껏 먹지는 못할 상황이다.
‘김치외교’를 펼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는 정작 ‘김치’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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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