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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키 몬스터 랩 아트디렉터 부창조 씨


초록 잎이 싱그러운 서울시립미술관 야외에서는 6월 14일까지 ‘미술관습격사건’이라는 흥미로운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게임, 만화 등 비주류의 이야기와 캐릭터를 소재로 마니아다운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들이 미술관으로 상징되는 고급예술과 소통하는 전시다.

미술관 마당에는 ‘THE MONSTERS SECRET BOX’라고 씌어 있는 정체불명의 커다란 상자가 놓여 있다. ‘뭘까’ 궁금해하며 옆으로 돌아 안으로 들어가면 수십 마리의 ‘괴물들’이 있다. 디자인팀 ‘스티키 몬스터 랩(Sticky Monster Lab)’의 애니메이션, 피겨, 그래픽 작품들이다. 무섭기보다는 귀여운 몬스터들은 네모, 세모, 동, 파자마, 부 등 저마다 색다른 이름과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이 가운데 팔이 없는 몬스터 ‘부’는 스티키 몬스터 랩의 아트디렉터 부창조(30·夫昶朝) 자신의 캐릭터다. 그는 “누구나 한두 가지쯤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괴물에 투영한 것”이라고 작품을 설명한다.

그는 예술가에게 딱 어울리는 이름을 가졌다. 성씨인 ‘부(夫)’는 한자로 ‘밝은 아침’이라는 뜻이지만, 이름자를 한글로만 보면 예술작품 ‘창조’가 먼저 떠오른다. 그는 창조의 부담을 느낀다며 웃는다. 그의 이름엔 극장 간판을 그렸던 아버지의 은근한 기대가 반영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다고 한다. 만화를 그리고, CD 재킷을 모으고, 로고 글씨를 만들며 놀았다.

“제품 한 구석에 ‘designed by 누구’ 하고 이름이 나오는 게 멋져 보였어요. ‘나도 포스터나 음반을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시각디자인과를 선택했죠.”

단국대 시각디자인과 재학 시절 그는 한글 디자인에 흠뻑 빠졌다. 학내 한글 디자인 동아리 ‘집현전’을 만들고, 대학생 연합 동아리 ‘한울’ 그리고 충무로 영상센터인 ‘활력연구소’에서 활동하는 동안 한글 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문자는 읽을 수 있는 이미지예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그림보다 더 강력합니다. 문자를 이해해야 다른 이미지와 충돌하는 것을 피할 수 있어요.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에게도 디자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요.” 

그래서인지 그의 그래픽 작품에선 그림과 글자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한글의 조형적인 특징을 활용해 만든 캐릭터와 일러스트는 깔끔하면서도 보는 재미가 있다. 그의 타이포그래피는 2000년과 2001년 세종대왕기념사업회의 한글 꼴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2002년에는 디자인정글 주최 ‘추천 타이포’상을 받았다.





어릴 적에 건담 프라모델을 가지고 놀았던 그는 아트 토이와 피겨(figure·플라스틱 모형의 일종)에도 관심이 많다. 2008년 델리토이즈의 ‘Ouip Loves Artists’와 ‘뉴욕 할로윈 커스텀 토이쇼’에 아트 토이 계열의 작품을 냈고, 올해는 ‘도쿄 인터내셔널 애니메 페어’에 참가했다.

또 그의 몬스터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두 편의 디지털 영화도 만들었다. 2007년 레스페스트 디지털 영화제에서 상영한 나이키 ‘와플슈즈’ 탄생 이야기인 ‘The Runners’는 팬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크고 작은 단체전 참여만이 아니라 2008년에는 스티키 몬스터 랩의 첫 번째 전시회를, 올 2월에는 첫 개인전을 열었다. ‘플러스마이너스’라는 제목의 개인전에서는 부창조만의 스타일이 느껴지는 실크스크린 작품과 석판화를 선보였다.

그의 작품은 상당히 상징적이다. 선과 색은 단순하지만 시선을 잡아끌면서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잡지 일러스트, 만화 연재, 휴대전화 기본 스킨 디자인, 포스터 디자인, 피겨와 애니메이션 제작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대중과 소통하는 디자인, 그러면서도 상업적인 것보다 공공문화에 기여하는 작업을 지향한다.

작품 활동을 하다 보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즐거움과 가정을 꾸리는 생활인으로서의 어려움이 충돌할 때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고민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보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고 싶은 것을 계속 하다 보면 기회도 오고 가치도 올라갑니다. 우리나라 디자인은 아직 미개척 분야가 많은데, 젊은 친구들이 몇 번 시도하다 포기하고 마는 걸 보면 안타까워요. 선진국 시장이 넓다지만 그것도 누군가가 계속 해왔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죠.”

과장되게 포장하지도, 허황한 공상에 빠지지도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그가 독특한 이름처럼 대한민국 디자인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낼 것을 기대해본다.           

글·이혜련 객원기자



블로그 blog.naver.com/instantboy
스티키 몬스터 랩 스튜디오 사이트
www.stickymonster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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