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용기있는 국제여성상’ 받은 탈북 여성 박사 1호 이애란 교수

“이애란 박사는 어린 시절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8년을 보냈고, 역경을 딛고 북한을 탈출한 후에는 북한이탈주민(북한이탈주민)들의 정착과 인권 보호를 위해 쉼 없는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또 국회의원에 도전한 최초의 탈북 여성이며, 수상자로 결정되자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는 겸손한 분입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지난 3월 10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에서 탈북 여성 1호 박사인 이애란(46) 경인여대 교수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이 교수는 미셸 여사와 힐러리 클린턴 국무부 장관이 공동 수여하는 ‘용기 있는 국제여성상(Award for International Women of Courage)’을 받았다.
이 상은 미 국무부가 매년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전후해 여성 인권이나 정의 실현에 공이 큰 여성 지도자들에게 주는 상. 올해는 이 교수를 포함해 여성 인신매매와 인권 차별에 맞서 싸우거나 여성 지위 향상에 헌신해온 세계 각국 여성 10명이 수상자로 결정됐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가 후보로 추천한 이 교수는 처지가 어려운 탈북 여성의 정착과 자활에 많은 도움을 준 공로를 인정받았다. 힐러리 장관은 “북한이탈주민들의 삶과 교육 수준을 증진시키고 북한 인권의 심각성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왔다”고 그의 수상 배경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1997년 생후 4개월 된 아들과 부모를 이끌고 북한을 탈출한 뒤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숱한 역경을 이겨냈다. 2005년 ‘1990년 전후 북한 주민의 식생활 양상 변화’를 다룬 논문으로 이화여대에서 식품영양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2008년에는 국민실향안보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총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현재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올해부터 경인여대 겸임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지난 3월 19일, 하루 전날 귀국한 그를 만나기 위해 서울 종로구 낙원동의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을 찾았다.
상을 받은 소감은.
해야 할 일을 했기에 쑥스럽다. 한편으론 이번 수상이 북한 인권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많은 나라에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감에 가슴이 벅차기도 하다. 나 말고도 북한이탈주민들의 자활과 정착을 위해 애쓰는 분들이 정말 많다. 그분들을 대표해 받은 만큼 더 잘하라는 격려이자 북한이탈주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한 상이라고 생각한다.
미셸 여사나 힐러리 장관과 어떤 얘기를 나눴나.
미셸 여사가 내가 입은 한복을 보고 ‘원더풀’ ‘뷰티풀’을 연발했다. 한복을 입고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 모두 여성이자 어머니라서 만나면 북한이탈주민의 교육과 인권 문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그럴 만한 시간은 없었다. 대신 축사에서 내 얘기를 유독 많이 하며 깊은 관심을 보여줘 감사했다. 미 국무부뿐 아니라 강연에서 만난 많은 미국인들이 북한이탈주민의 정착과 인권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꾸준히 북한이탈주민들의 자활과 북한 인권 회복에 힘써왔는데.
북한 주민들에게는 누구나 누려야 할 자유와 인권이 없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들이다. 모든 북한이탈주민은 그런 북한 주민들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 북한의 인권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리고, 탈북 후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북한이탈주민의 당연한 의무다. 더구나 나는 탈북 후 한국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 석·박사 학위를 받고 교수 자리까지 얻었다. 내가 받은 혜택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내 미약한 힘이 사회에서 차별받고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북한이탈주민의 취업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
북한이탈주민들이 이력서에 솔직하게 탈북 사실을 기록하면 취직이 되지 않는다. 북한 사투리를 쓰는 것도 취직하는 데 장애가 된다. 그래서 매주 한 번씩 탈북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탈북청년크리스천연합’이라는 모임을 열어 장학금도 주고, 한국 정착 노하우도 전수하고, 발음 교정을 해주는 ‘스피치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최창섭 전 MBC 아나운서 국장이 스피치 강사를 맡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스피치 아카데미를 통해 발음 교정에 성공한 학생들이 많다.
한국에서 북한이탈주민을 많이 차별한다고 보나.
아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학교에서 ‘북한이탈주민’이라고 놀림을 받곤 했다. 아들은 생후 4개월 때 한국에 와서 아무것도 모르는데도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것이 가슴 아팠다. 또 북한이탈주민이 결혼하면 시집식구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기 일쑤다. 한국에서는 북한이탈주민을 같은 핏줄로 여기기보다는 이주노동자처럼 보는 경향이 있다. 둘은 엄연히 다르다. 이주노동자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오지만, 북한이탈주민은 삶 자체가 목적이다. 우리 사회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을 같은 민족이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좀 더 따뜻하게 감싸줬으면 좋겠다.
북한이탈주민의 성공적인 한국 정착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에 약 2만명의 북한이탈주민이 살고 있다. 그들이 잘 정착하지 못해 사회에 불만을 갖게 되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위험한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반면 북한이탈주민이 한국에서 잘 자리 잡고 살게 되면 그 자체가 북한 주민들에게 자극이 될 것이다. 또 언젠가 통일이 됐을 때도 한국 정착에 성공한 북한이탈주민들이 북한 주민들의 사회 적응을 앞장서서 도울 거라고 본다.
북한이탈주민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있다면.
지금도 정부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의 생활안정과 직업훈련 등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어 감사하다. 다만 지원이 좀 더 효율적으로 이뤄졌으면 한다. 일례로 직업훈련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북한이탈주민과 말이 잘 통하는 북한이탈주민 출신의 직업훈련 강사를 먼저 양성했으면 한다. 북한말과 한국말이 큰 차이가 없어 보여도 말에 따라 뉘앙스가 달라 언어 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많이 봤다.
정부에서 북한이탈주민 지원 정책을 수립하기 전에 수요자인 북한이탈주민의 의견 수렴이 선행됐으면 한다. 아울러 북한이탈주민들 스스로도 정부와 사회의 도움을 바라기 전에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올해는 탈북 청년들과 함께 그 답을 찾아나갈 것이다.
글·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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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