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해양경찰
생활 25년 동안 이처럼 감격스러운 날은 처음이었습니다. 온 국민의 칭찬을 받은
것도 과분한데, 연초에는 대통령께서 직접 전화를 걸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공직자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너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은 것 같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해경 3009함 김문홍 함장(52?경정)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흥분이 남아 있었다. 김 함장은 작년 12월 26일 파도에 휩쓸려 침몰하는 배(항로페리
2호)에서 조난자 15명 전원을 구한 주인공이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3009함의 구조활동
다음 날 김문홍 함장과 대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보여주었다”는
말로 치하했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원래 1950년 12월 24일 흥남 철수 과정에서
미국의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아호(선장 레너드 라루)가 1만4천명의 피란민을 무사히
거제도까지 피란시킨 사건을 두고 당시 서방 언론이 표현했던 말이다. 김황식 총리가
이번 목포해양경찰서(서장 최재평) 3009함의 조난자 구조활동을 ‘기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단순한 과장이 결코 아니다.![]()
해경
3009함이 사고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조난선박은 60도 정도 기울어진 상태였다.
바람은 초속 20미터로 불고, 파도는 5미터 높이로 넘실거렸다. 구조 현장을 지휘한
김문홍 함장은 “뱃사람들은 흔히 그런 규모의 파도를 ‘집채만 한 파도’라고 표현한다”고
말했다. 3009함이 사고 현장에 도착해서 고속 단정(短艇)을 출동시키는 사이 조난당한
배가 거꾸로 뒤집혀 6명이 차가운 바닷물로 떨어졌다.
김 함장은 “통계학상으로는 한겨울 차가운 바닷물에서 사람이 10분 정도 버틸
수 있다고 하지만, 한파(寒波)와 파도가 심한 상태에서는 2~3분도 위험하다”고 말했다.
3009함이 단 몇 분만 늦게 도착 했어도 조난자들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이 벌어졌던 것이다.
조난자뿐 아니라 단정으로 구조현장에 투입되는 해경 요원들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었다. 파도가 높고 바람이 거센 상황에서 자칫 단정이 철제로 된 화물선에
부딪히기라도 하면 그대로 부서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함장은 구조현장에 투입되는
대원들을 함장실로 부른 후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여러분은 목숨을 걸고
구조현장에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저기 위험에 처한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지 못하면 국민의 공복(公僕)으로서 사명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할
수 있다. 그동안 잘해 오지 않았느냐. 최선을 다하자!”
김문홍 함장이 목포선적 495톤 화물선인 항로페리 2호로부터 조난신호를 받은
것은 12월 26일 오전 9시15분경이다. 김 함장이 지휘하는 해경 3009함은 신안군 가거도
인근 해상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감시하고 있었다. 서해에는 풍랑 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김 함장의 설명이다.![]()
“경비
근무 중에 갑자기 통신기에서 ‘메이데이(Mayday), 메이데이’ 하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국제 조난신호 공용어인 ‘메이데이’라는 말은 우리 어선들이 잘
쓰지 않는 용어라서 처음에는 멀리 외국 선박에서 보내는 무전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통신을 해보니 우리 화물선에서 보내는 무선이었습니다. 화물선의 선장은
‘지금 배가 침몰 직전’이라며 ‘빨리 좀 도와달라’고 다급하게 외쳤습니다.”
김 함장은 즉시 위치를 확인해 보았다. 조난 화물선은 3009함으로부터 17마일(27킬로미터)
떨어진 전남 신안군 흑산면 만재도 남방 15킬로미터 지점에 있었다. 김 함장은 “배가
조난당한 곳은 삼각파도가 치는 곳으로 너무 위험해 우리 어선이 조업을 피하는 곳이지만
국제선의 항로”라며 “그곳을 지나다가 사고를 당하는 외국선적의 배가 많다”고
말했다. 위치를 확인한 후 함정의 엔진 4개를 전부 가동시킨 채 전속력으로 사고지점을
향해 달렸다.
“선박은 파도를 앞뒤에서 맞으면 파도의 힘이 분산되어 비교적 안전하지만,
옆에서 치는 파도에는 대단히 취약합니다. 조난현장으로 가는데 큰 파도가 함정의
옆을 계속 때렸습니다. 함정이 좌우로 정신없이 기우뚱거렸기 때문에 무척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당장 사고 배가 가라앉고 있는데 우리의 안전을 위해 파도의 방향을
봐가면서 몇 시간씩 빙 돌아서 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배가 부서져라 달려갔습니다."
3009함이 사고 현장으로 이동하는 사이 조난당한 배에서는 “배가 더 기울었다”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 함장은 조난 선박에 탄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김 함장은 조난 화물선 선장에게 “지금 우리가 전속력으로
가는 중”이라며 “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절대로 동요하지 말고 침착하게 기다려라.
어떠한 경우에도 바다에 뛰어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구조 요청을 받은 지 40분
후 3009함이 현장에 도착했다. 김 함장은 “현장에 도착해서 보니 배가 생각보다
커서 고속단정으로 현장에 접근하는 것이 상당히 위험해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즉시 3009함이 보유한 고속단정 두 대를 구조현장에 투입했다. 한팀에
4명씩 총 8명의 해경 구조요원이 두 개의 단정에 나누어 탑승했다. 순간 배가 기울더니
6명이 바닷물로 떨어지는 것이 김 함장의 눈에 들어왔다. 이날 조난 화물선에는 교사
5명과 학생 1명을 비롯하여 모두 15명이 타고 있었다.
위기일발의 순간이었다. 김 함장은 즉시 무전을 통해 “물에 빠진사람부터 구하라”고
지시했다. 다행히 뒤집힌 화물선은 공기 부력(浮力)으로 곧바로 가라앉지 않고 떠
있었다. 물에 빠지지 않은 9명은 뒤집힌 배 밑바닥 위에 올라가서 구조를 기다렸다.
김 함장의 설명이다.
“단정이 큰 파도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엔진이 두 번이나 꺼졌습니다. 우리 대원들은
평소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응하는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다시 단정의 시동을
걸어 구조 활동에 전념했습니다. 물에 빠진 사람부터 먼저 건져 올렸는데 이들은
이미 저체온증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3009함이
조난현장에 도착해서 조난자들을 모두 구해내는 데 10여분이 걸렸다. 김 함장은 차가운
물에 빠져 저체온증에 걸린 구조자들을 함정에 있는 사우나실로 옮겨 체온을 서서히
회복하도록 응급조치를 취했다.
무사히 구조활동을 마친 3009함은 구조자들을 육지로 이송하고 나서 곧바로 경비
업무를 위해 바다로 나갔다. 3009함이 임무를 마치고 목포해경 부두로 복귀한 것은
12월 30일. 모강인 해양경찰청장이 직접 부두에 나와서 김문홍 함장과 3009함 승조원들을
격려했다.
모 청장은 “정말 고생 많았다. 이번 일은 우리 해양경찰 역사에 길이 기록될
쾌거”라고 말했다. 모 청장은 해경 부두에서 구조활동을 벌인 단정장 이명수 경사와
윤청금 경장, 문병국 순경 등에게 각각 1계급 특진 계급장을 달아주었다. 33명의
3009함 승조원 전원이 표창을 받았다.
이날 조난 화물선에 탔다가 구조된 가거도중학교 박소라(28)씨등 교사
4명과 중학생 1명이 귀환한 3009함 승조원들에게 감사의 꽃다발을 전달했다. 김문홍
함장은 “임무를 마치고 귀환한 함정의 승조원을 청장이 직접 마중 나와서 격려하고
해경 부두에서 특진 임용식을 한 것은 내 기억에 처음”이라며 “해경이 된 것이
무척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김 함장은 “3009함이 악조건에서 15명의 고귀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평소 훈련으로 다져진 대원들의 팀워크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갈수록 흉포해지는
중국 어선을 단속하기 위해서는 밤낮없이 훈련을 해야 합니다. 평소 승조원들이 훈련이
잘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이지만 저는 이번의 조난 화물선 구조 성공이 평소 저를 믿고 힘든 훈련을
따라준 우리 승조원들의 노력이 만든 결과라고 봅니다.”
김문홍 함장은 2006년 해경 305함 함장으로 재직 시 1년 동안 중국 불법조업 어선
110척을 나포한 해경의 베테랑 현장 경력자다. 2010년 3월 현장에 투입된 3009함
함장을 맡으면서 김 함장은 2010년 중국 불법조업 어선 단속 실적 1위를 기록했다.
김 함장이 속한 목포해경은 해양경찰청이 주관한 ‘2010 하반기 해상종합훈련 평가’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