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12월 17일 공연 시작을 앞두고 배우들은 설레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서로 눈빛으로 격려하고 응원하고 있었다.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흘러나오자 저마다‘잘할 수 있다’는 다짐이라도 하듯 주먹을 불끈 쥐며 무대에 올랐다.
배우들은 삼삼오오 모여 어딘가로 떠나는 듯한 흥분과 설렘을 안고 가수 김수철의 히트곡 ‘나도야 간다’를 합창한다.
“나도야 간다. 나도야 간다. 젊은 나이를 눈물로 보낼 수 있나. 나도야 간다. 나도야 간다. 꿈 찾아 사랑 찾아 나도야 간다.”
그런데 여느 뮤지컬 공연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일단 배우들이 하나같이 머리를 짧게 깎았다. 관객들 옷차림도 똑같고 모두 공연에는 관심 없어 하는 눈치다. 공연 시작부터 춤 동작이 맞지 않아 공연 관계자들은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그 틈을 타 객석에서는 키득키득 웃는 소리도 새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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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김천소년교도소 대강당. 무대에 오른 배우는 이곳에 수형 중인 14~23세 소년 수형자 18명이다. 이들 중에는 살인죄, 특수강도죄로 무거운 형을 받아 수감 중인 앳된 수형자들도 포함돼 있다. 이들이 자유로운 공간이 아닌 이곳에서 뮤지컬 공연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2005년 8월 29일 문화체육관광부와 법무부가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문화적 지원사업 등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2007년부터 각 교정기관별로 문화예술을 접목한 교정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행한 것이 계기가 됐다.
‘뮤지컬 배우 조승우가 멋있어서’, ‘시간 때울 생각으로’, ‘춤도 추고 노래도 좀 할 줄 알아서’ 등 갖가지 이유로 18명의 수형자들이 자발적으로 뮤지컬 배우로 나섰다.
이날 공연은 그들이 5개월 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다. 비록 관객은 같은 수형자들이지만, 관객들 앞에 설 때의 심정은 전문 뮤지컬 배우들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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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반쯤에 접어들었을까, 네 팀으로 조를 나눠 각자 가고 싶은 곳을 향해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기차는 중간에 고장으로 멈춰 서고, ‘더 이상 갈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배우들은 ‘꿈’을 이룰 수 없게 됐다며 깊은 절망감에 빠진다. ‘여행’은 그들의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다. 하나 둘씩 독백처럼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보고 싶은 가족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사랑을 고백하기도 하고 자신의 이루지 못한 계획을 말한다. 모두 자신들의 이야기다.
“사랑하는 엄마, 아빠에게.
말 안 듣고 철없이 행동하던 놈이 정신 못 차리고 놀다 결국 이곳까지 들어와 알게 됐습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엄마, 아빠의 사랑을 생각해보니 사랑한다고 포옹 한번 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한OO)
그러면서 그들은 다시 힘을 얻는다.
‘여기서 이렇게 죽으나, 가다 죽으나 마찬가지니 걸어서라도 가겠다.’
잠시 일행은 동요하고 술렁이지만 하나 둘씩 함께 떠나기로 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두 다리에 힘을 넣고 먼 곳에 시선을 응시하며 떠나는 이들의 모습은 출전하는 전사들같이 결연하고 의연하다.
처음엔 키득키득 웃던 관객들 속에서 박수갈채가 터져나오며 ‘멋있다’는 칭찬과 환호성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같은 수형시설에 있으면서도 서로 견제하고 무관심했던 그들이 이번 공연을 통해 일체감을 보였다. 공연이 끝난 후 무대 뒤로 모여든 배우들은 세상 부러울 것 없다는 듯 환희에 찬 표정이다.
신OO 군은 “전에는 남들 앞에 서는 것도 두려웠다”며 “지금껏 열심히 준비해온 과정들을 발판 삼아 더 높이 뛰어 오르겠다”고 말했다. 신 군은 1년 남은 복역 기간을 잘 끝내고 나가면 떡 만드는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귀띔했다.
김천소년교도소 윤종우 소장은 “이번 뮤지컬 공연은 종교집회나 독서치료 같은 기존의 교화 프로그램보다 효과가 훨씬 좋다”며 “선진화된 치료 기법이 전무한 상태에서 이번 뮤지컬 사례가 아주 좋은 실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현재 20여 개 교정시설 수용자를 대상으로 연간 30회(60시간)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 덕분에 지난해에는 20개 교도소와 8개 소년원학교가, 올해는 22개 교도소와 9개 소년원학교가 뮤지컬 등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을 지원받았다.
글과 사진·공감코리아(korea.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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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