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요미우리는 이승엽에게 일본 프로야구 최고액 선수라는 영광을 안겨줬지만 지난 3년간은 쓰라린 좌절의 연속이었다. 2008년 45경기에서 타율 0.248에 8홈런 27타점, 이듬해엔 77경기에서 타율 0.229에 16홈런에 그쳤다.
올 시즌 성적은 더욱 비참했다. 대타로 간간이 모습을 비추며 겨우 56경기에 출전했고 타율은 0.163으로 떨어졌다. 홈런은 5개에 그쳤다. 이승엽은 올 시즌 정확히 1백8타석에 들어섰다. 번뇌와 고민의 상징이 그의 타석수와 공교롭게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오릭스에서 새로운 야구인생을 시작하는 이승엽의 각오는 남다르다. “나를 인정해준 것이 고맙다”는 입단 소감에 그의 각오가 함축적으로 녹아 있다. 오릭스가 인정해준 이상으로 멋지게 부활해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명예회복의 길은 당연히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홈런포 재가동에 달렸다.
이승엽의 부활 가능성을 점치려면 우선 그가 부진했던 원인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승엽이 요미우리에서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버렸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가 장점을 살리는 데 주력한다면 일본 프로야구는 단점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99퍼센트를 갖춘 타자에게도 1퍼센트를 더 갖추도록 종용한다. 
유독 한국인 선수에게는 그런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일본 야구가 한국 야구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일본 무대에 진출한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에게 일본 코칭스태프는 한국에서 익힌 습관을 하나하나 뜯어고쳐 일본화하려는 시도를 했고,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이승엽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타격 메커니즘에 대한 집착으로 자신의 타격 밸런스가 흐트러지고, 성적이 떨어지면서 타석에 들어설 기회는 점점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승엽은 그런 일본 프로야구의 풍토에 희생된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승엽에 대한 평가는 후하다. 그는 기술이나 체력 면에서 일본 프로야구에서 톱클래스의 선수로 꼽힌다. 기회만 꾸준히 주어진다면 충분히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요미우리 구단의 특성상 이승엽에게 그런 여유를 주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평이다. 출전 기회 자체가 들쭉날쭉하다 보니 타격 감각을 되찾을 수 있는 틈이 없었고 간혹 대타로 들어서더라도 위축된 상황에서 자기 스윙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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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기회를 보장받고 자신의 장점을 살려내려는 노력이 병행된다면 이승엽의 부활 가능성은 높다.
타격에 관한 한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박영길 한국실업야구연맹 회장은 자신감 회복이 부활의 열쇠라고 조언했다. 박 회장은 “무엇보다 자신감을 되찾아야 한다. 이승엽은 충분한 커리어가 있고 기량도 있다. 배짱 있게 자신의 스윙을 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 투수들도 겁을 내고 보는 관중이나 구단에서도 다음 타석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된다. 엉덩이를 빼고 툭 갖다 대는 식의 타격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포크볼에 약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승엽에게 던지는 포크볼은 대부분 원바운드성 볼이다. 안 치면 그만이다. 자기 코스에 공이 왔을 때 자신 있게 스윙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센트럴리그에서 퍼시픽리그로 옮기는 것이 또 다른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적응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이승엽은 이미 일본 진출 직후인 2004년과 2005년 지바 롯데에서 뛰며 퍼시픽리그를 경험한 바 있다.
박 회장은 퍼시픽리그로 복귀한 이승엽이 더욱 공격적인 자세로 타격에 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퍼시픽리그는 교과서적인 센트럴리그에 비해 훨씬 거친 스타일의 야구를 구사한다. 강한 타자나 투수는 센트럴리그보다 퍼시픽리그에 더 많다. 몸 쪽 공 구사 비율도 높다. 공을 몸 쪽으로 바짝 붙인다고 해서 절대 도망가면 안 된다. 과거 장훈은 빈볼에 맞으면 방망이를 들고 상대 덕아웃으로 쳐들어간 적도 있었다. 그래서 투수들이 오히려 겁을 먹었다. 겁을 먹어야 실투가 나온다. 투수가 던질 곳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오릭스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은 이승엽에게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오릭스의 이승엽 영입은 구단 차원에서 먼저 추진한 것이 아니라 모기업의 강력한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오릭스 측은 “마케팅적인 요소를 고려해 한국의 오릭스 관련 회사에서 (과거 오릭스에서 활약했던) 구대성 이상의 거물을 잡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승엽이 그간 부진했지만 여전히 초일류 ‘네임 밸류’를 자랑하고 있어 한국 팬 유치는 물론 방송중계권 판매 등 가외 수입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
오릭스 측은 “한국의 방송사에서는 한국 프로야구의 중계를 줄이더라도 이승엽 출전 경기를 중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며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이에 오릭스 구단은 이승엽의 입단식을 한국에서도 진행하는 등 이승엽을 깍듯이 예우하고 있다. 실제 구단 공식 홈페이지 첫 화면에 이승엽의 활약상이 담긴 동영상과 함께 ‘환영! 이승엽 선수! 대한민국의 국민타자 이승엽 선수를 환영합니다’라는 한글 문구를 올려놓기도 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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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승엽의 정착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한 출전 기회가 보장된다면 여전히 20~30개의 홈런은 충분히 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외국인 강타자 카브레라를 포기한 오릭스는 이승엽에게 배번 3번을 부여하고 팀의 중심타선을 맡긴다는 계획이다.
이승엽은 2005년 지바 롯데에서 30홈런을 쳤고 2006년엔 요미우리에서 41홈런을 기록했다. 올 시즌 퍼시픽리그 홈런왕은 오릭스 소속 오카다 다카히로로 33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꾸준한 출전 기회를 보장받고 시즌 홈런 30개 정도를 기록한다면 홈런왕 타이틀을 노려보면서 극적 부활을 꿈꿀 수 있게 된다.
글·박현진(스포츠서울 체육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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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