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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과외 봉사단체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




 

지난 10월 26일 화요일 오후 7시, 서울 용산구의 한 낡은 건물에 자리한 작은 강의실에서는 20~30명의 학생들이 앳된 선생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이하 ‘배나사’)이 교육봉사를 하고 있는 용산 교육장이다. 선생님은 ‘배나사’에서 교육 봉사를 하는 대학생 봉사자이고,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얼마 전까지 과외 수업은 꿈꾸기 어려웠던 저소득층 중학교 2학년생들이다. 교재는 봉사자들이 만든 자체 교재로 ‘공신(공부의 신)’들의 노하우가 담겨 그 어느 교재보다도 내용이 알차다.

‘배나사’는 2007년 5월 서울과학고 동문들이 모여 시작한 단체다. 이준석(25) ‘배나사’ 대표는 미국 하버드대 졸업을 앞두고 모교인 서울과학고 동문 홈페이지에 ‘그동안 우리가 배운 지식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활동을 해보자’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20여 명이 관심을 보였고 이것이 ‘배나사’의 시작이 됐다.

먼저 용산에 교육장을 마련하고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을 모아 봉사자들의 전공을 살려 수학과 과학을 무료로 가르치기 시작했다. 특별히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한 것은 중학교 3학년만 돼도 자신의 진로를 포기해버리는 학생들이 크게 늘기 때문이다. 또 이전까지 공부 습관을 들이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도 중학교 2학년 시기를 잘 보내면 충분히 학업성적을 올리고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희망에서였다.







 

희망은 얼마 지나지 않아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2008년 처음 교육을 받았던 학생들의 수학 성적은 평균 13점이 올랐다. 학교에서 40~50점대의 수학 점수를 받아오던 일부 학생은 교육을 받은 지 1년이 되지 않아 80~90점을 받아오기도 했다.

이들의 사연이 전해지자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희망자가 늘었고 봉사 참가자, 지방자치단체의 손길이 보태지면서 ‘배나사’의 활동 범위도 넓어졌다. 지금은 용산 외에도 마포, 금천, 구로구와 경기 고양시, 대전 유성구까지 총 6개 교육장에서 2백80여 명이 교육봉사를 하고 있다.

교육을 받는 2백여 명의 학생들은 지자체 또는 일선 학교와 협력해 대상 학생을 추천받거나 학생들의 자기 추천을 받아 모집한다. 모집 학생 중 추천서 또는 지원서를 토대로 학생의 학업능력, 지적 수준, 가정 형편, 가족 구성 그리고 사교육에 대한 접근성 등을 판단해 최종 선발한다.

처음에는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중학교 1학년 2학기에서 3학년 1학기까지로 대상 학생 폭을 넓혔고, 올해부터는 영어 수업도 시범적으로 진행했다.

김이루(23·연세대 생명공학과 대학원 재학) 배나사 홍보팀장은 “교육에 대해 문의하시는 분들 중에 ‘영어는 안 하느냐’는 문의가 많았다”며 “초기 멤버들에 이과 전공이 많아 수학, 과학만 가르쳤지만 인문계 전공 선생님들도 참여하면서 영어를 가르칠 수 있게 체계가 잡혀 용산, 마포, 금천 교육장에서 영어교육을 확대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봉사자들은 기본적으로 수학과 과학 중 한 과목을 맡아 가르친다. 또 교육봉사 외에도 교재 개발이나 예산기획, 홍보 등 ‘배나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한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학점 관리나 취업 준비에 바쁜 요즘 대학생들에게 이런 봉사활동은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봉사자들의 열정은 대단하다.







 

마포 교육장의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김동권(23·서울대 전기공학부) 씨는 방위산업체에서 군복무를 하기 위해 휴학을 했다. 퇴근하면 몸이 지칠 법도 하지만 관리자로서 수업이 없는 날에도 교육장에 나온다. 교재 개발을 하려면 종종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한다.

김 씨는 “바쁘고 피곤할 때도 있지만 학생들이 변하는 모습을 볼 때 힘이 난다”며 “처음에는 묻는 말에 대답도 잘 안 하고 부모님 때문에 억지로 오는 것 같았던 학생들이 점점 흥미를 느끼고 마음을 열고 고민을 털어놓을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물론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마음을 몰라주고 변화가 없는 학생들도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김 씨는 ‘어쩌면 내가 1백 퍼센트의 노력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가르치는 데 더 힘을 쏟는다고 한다.

중고교 때부터 홀트복지관 등에서 활동하며 봉사에 관심이 많았다는 정겨운(20·이화여대 경영학과) 씨는 대학 학보에 난 ‘배나사’ 봉사자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현재 고양 교육장에서 수학을 가르치면서 전공을 살려 기획예산팀 활동도 한다.

그는 “성적이 오르는 학생들을 보면 보람을 느끼지만 성적이 오르지 않더라도 공부에 욕심을 내고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등 학생들의 태도에 변화가 생길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까. 정 씨는 “점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줘서 예산을 편성하는 데 큰 어려움은 덜었지만 교육을 받으러 오는 학생들이 기초생활수급자가 대부분이다 보니 기본적인 필기구조차 못 챙겨오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부분들을 지원해줄 수 있는 도움의 손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정고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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