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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영화·영상산업에 5년간 8000억씩 투자”… 한·프랑스 ‘뤼미에르 파트너십’ 발표

- 뤼미에르 서밋

이재명 대통령이 9월 7일(현지시간) 프랑스 생폴드방스 마그재단 니콜 다소 홀에서 열린 ‘뤼미에르 서밋’ 개막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한국과 프랑스가 영화·영상산업에 향후 5년(2027~2031)간 각각 5억 유로(약 8000억 원)를 투자한다. 양국은 자국 기업을 우선 지원한 뒤 공동제작과 유통으로 협력 범위를 넓힌다. 국내 기업·기관도 유럽 파트너와 지식재산(IP)·인공지능(AI)·인재 양성 분야에서 협력에 나서면서 K-콘텐츠의 유럽 리메이크와 공동제작, 현지 유통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9월 7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생폴드방스에서 열린 ‘뤼미에르 서밋(The Lumière Summit)’ 개막식에 참석해 개막연설을 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글로벌 영화·영상산업 투자협력 이니셔티브’의 출범을 선언했다.
이 대통령은 “‘뤼미에르 파트너십’으로 명명될 이 협력은 향후 5년간 대한민국과 프랑스가 영화·영상산업 분야에 각각 5억 유로, 한화로 약 8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담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제안하고 프랑스가 흔쾌하게 호응해준 이 파트너십은 자국 영화·영상산업 활성화를 위한 투자와 함께 양국의 공동투자, 공동제작으로 이어지며 로컬 콘텐츠의 글로벌 무대 진출을 위한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뤼미에르 서밋은 영화와 영상 콘텐츠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 올해 처음 열린 국제 영화·영상 분야 정상회의다.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영화의 탄생지인 프랑스에서 열린 이번 서밋은 영상 분야 최초의 다자간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영상 콘텐츠와 매체의 새로운 가치 창출과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4월 한·프랑스 정상회담 당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한국을 공동 의장국으로 초청했고 이 대통령이 이를 수락하면서 이뤄졌다. 이번 서밋에는 각국 문화부 장관과 국제기구 인사를 비롯해 영화·영상 기업 및 단체 대표, 감독·배우 등 58개국에서 274명이 참석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9월 7일(현지시간) 프랑스 생폴드방스 마그재단 니콜 다소 홀에서 열린 ‘뤼미에르 서밋’ 개막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영화·영상산업 위기, 기회로 만들어야”
이 대통령은 이날 개막연설을 통해 영화와 영상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극장의 위기 극복 ▲인간의 창의성과 AI의 조화로운 공존 ▲독립영화 지원을 통한 문화 다양성의 수호 ▲로컬과 글로벌의 상생 등 영화·영상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 대응한 네 가지 핵심 의제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영화와 영상산업은 예술성과 상업성을 갖춘 종합예술로서 예술의 대중화를 앞장서 이끌어왔다”며 “국가적 차원에서는 자국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소프트파워를 높이는 중요한 자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생충’, ‘버닝’,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의 영화를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문화를 알린 콘텐츠로 꼽았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크게 바뀐 미디어 환경과 관객들의 행동 방식, AI 기술의 빠른 확산은 영화·영상 제작과 소비 방식의 큰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며 “시대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분명한 위기지만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면 분명한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화산업의 혁신을 이끌어 온 영화·영상산업 리더들이 이 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드는 지혜를 함께 모을 때”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좋은 영화를 더 많이 제작·유통하고 창작 과정에서 AI 기술을 인간 중심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독립영화의 부흥과 문화 다양성 보장을 위한 국가적 지원, 지역사회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간의 상생 협력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특히 AI와 관련해서는 산업 내 일자리 감소, 배우의 초상과 음성 복제, 저작권과 학습 데이터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창작 과정에서 AI 기술이 인간 중심의 가치 위에서 인간의 성장을 돕기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여기 계신 영화·영상산업 관계자 여러분께서 함께 뜻을 모아 달라”며 “대한민국도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국가로서 인간과 AI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글로벌 OTT의 확산은 풀어야 할 숙제도 함께 안겼다”면서 “각국의 로컬 방송국과 OTT가 자신만의 개성과 안목을 지닌 창의적이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발굴하면서 상생을 위해 노력한다면 글로벌 영화·영상 생태계는 더욱 건강하고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로컬 콘텐츠의 제작을 선도하는 동시에 로컬과 글로벌의 상생과 공존이 전 세계 영화와 영상산업의 제1 원칙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뤼미에르 파트너십이 양자 간의 관계를 넘고 세계로 확장돼 전 세계 영화·영상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환히 비추는 빛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되돌아보면 긴 역사 속에서 영상·영화산업은 숱한 변화를 겪었고 모든 변화는 위기와 기회를 동반했다”며 “끊임없는 혁신과 뛰어난 창의성이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혁신하고 더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면 우리는 더 큰 번영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며 “상생과 공존의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영화·영상산업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정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9월 7일(현지시간) 프랑스 생폴드방스 마그재단에서 열린 ‘뤼미에르 서밋’의 영화·영상 관련 라운드테이블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영화·영상 라운드테이블
“‘로컬’한 창의성이 가장 ‘글로벌’한 경쟁력”
이재명 대통령은 9월 7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생폴드방스 마그재단에서 열린 영화·영상 관련 라운드테이블에서 글로벌 영화·영상산업 관계자들과 만나 “가장 ‘로컬’한 고유성이 곧 가장 ‘글로벌’한 경쟁력이 되는 시대”라며 “로컬의 창의성과 글로벌 영화·영상산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나 공동 번영을 이룰 수 있을지 실질적이고 전략적인 협력 방안이 논의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행사에는 이자벨 하스키 넷플릭스 글로벌 정책·전략 총괄 부사장과 에밀리 안토니스 미국영화협회(MPA) 유럽·중동·아프리카 대표, 피에르 앙투안 캅통 프랑스 미디어완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 등 해외 콘텐츠 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윤상현 CJ ENM 대표이사, 최주희 티빙 대표이사 등도 함께했다.
이 대통령은 “로컬의 숨은 원석을 발견해 이를 전 세계 관객과 연결하고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일궈내는 데 여러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이어 “그동안 K-영화, K-드라마 등 각 지역의 독창적 서사는 세계인에게 깊은 울림과 공감을 선사해왔다”며 “이는 특정 국가의 성과를 넘어서서 세계 문화의 지평을 넓히고 글로벌 영화·영상 생태계를 풍성하게 만들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는 한 단계 더 나아간 협력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며 “로컬 생태계의 독창성과 글로벌 네트워크의 확장성이 만날 때 발생하는 시너지는 모두의 성과를 키워주는 가장 중요한 시스템”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글로벌 자본과 유통망이 로컬의 잠재력 있는 이야기와 결합할 때 지역의 제작 생태계가 활력을 얻고 다시 글로벌 플랫폼의 잠재력으로 이어지는 단단한 선순환 파트너십이 구축되기를 바란다”며 “대한민국 정부도 영화·영상의 글로벌 공동제작과 투자, 유통이 더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가장 든든한 파트너로서 정책적·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넷플릭스와 디즈니, 소니픽처스 등 미국영화협회 회원사 경영진과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한번 만들어보면 좋겠다”며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한국에서 작품을 제작하고 소재를 발굴하는 과정에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9월 7일(현지시간) 프랑스 생폴드방스 마그재단에서 열린 ‘뤼미에르 서밋’ 영화인과의 대화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한국 영화인들과 간담회
“영화산업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든든한 생태계 있어야”
이재명 대통령은 9월 7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생폴드방스에서 열린 ‘뤼미에르 서밋’ 참석을 계기로 한국 영화인들과 ‘넥스트 씬, K-콘텐츠의 내일을 말하다’를 주제로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창작자들을 격려하고 영화·영상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됐다.
간담회에는 영화 ‘박하사탕’·‘오아시스’ 등을 연출한 이창동 감독과 ‘도라’·‘다음 소희’ 등을 연출한 정주리 감독, 드라마 ‘들쥐’와 영화 ‘해운대’·‘실미도’ 등에 출연한 설경구 배우, 영화 ‘밀양’·‘사마귀’ 등에 출연한 전도연 배우, 영화 ‘도라’에 출연한 김도연 배우,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 지역(인도 제외) 콘텐츠를 총괄하는 김민영 부사장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영화계의 성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대작 중심으로 편중된 산업 생태계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과실은 아주 크게 잘 열린 것 같은데 밑에 있는 작은 나무나 풀들은 다 죽고 큰 고목만 몇 개 남은 상황으로 보인다”며 “풀들이 자라고 작은 나무들이 끊임없이 자랄 수 있는 든든한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독립예술 및 순수문화 분야에서 소재를 발굴하고 작가를 키우고 제작·유통을 지원하고 국제 경쟁이 가능하도록 펀드도 만들어 함께 투자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등의 일을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산업을 국가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영화산업은 일종의 종합예술이고, 이것이 전 세계적으로 진출하면서 대한민국 자체를 알리고, 대한민국 상품들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대한민국 국민의 자긍심을 올리는 매우 큰 공익적 역할을 한다”며 “투자 대비 효율이 매우 큰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참석자들의 정책 제안도 이어졌다. 이창동 감독은 프랑스에서 시행 중인 민간 영화투자 세제지원 제도를 한국에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 감독이 프랑스 영화산업의 선진 제도로 소개한 것은 ‘소피카(SOFICA)’ 정책이다. 개인과 민간기업의 영화 투자를 세제 혜택으로 유도해 독립영화와 신인감독 작품에 민간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정주리 감독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영화산업 창작자들이 생존의 위기를 느끼고 있다며 관련 논의를 위한 후속 간담회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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