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첫 발달지연아동 전문치료시설
‘홍성꿈자람센터’
‘모든 아이는 각자의 속도대로 자란다’는 슬로건 아래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건립된 전국 최초의 발달지연아동 전문치료시설인 ‘홍성꿈자람센터’가 2025년 7월 1일 충남 홍성군에 문을 열었다. 센터 이름에 담긴 ‘꿈’이라는 단어만큼 조기 개입이 중요한 아동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검사와 맞춤형 전문치료(언어·인지·심리·모래놀이·발달놀이·감각통합·응용행동·뇌파)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 센터의 핵심 역할이다.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뜨겁다. 그동안 발달지연 아동의 부모들은 전문치료시설을 찾아 인근 대도시 혹은 사설 치료시설로 가야 했지만 이제는 집과 가까운 곳에서 아이의 발달 상태를 체계적으로 진단받고 장기적인 치료 계획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센터 측은 개소 당시 연 3000회 치료(1회 당 40분 치료, 10분 상담)를 예상했지만 2025년 11월 24일 기준 이미 2800회를 넘어섰다. 센터는 단순한 치료시설을 넘어 발달지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육아의 어려움을 서로 나누고 위로받으며 아이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꿈꾸는 공간이 됐다.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의 얼굴은 밝았다. 치료를 마치 놀이와 활동처럼 받아들이는 듯했다.


발달지연아동 ‘치료 골든타임’ 잡는다
발달지연아동 치료의 핵심은 치료가 필요한 아동을 조기 식별해내는 것에 있다. 여기서 말하는 발달지연아동의 정의는 ‘발달이 지연돼 있는 모든 아동’으로 또래 아동에 비해 인지, 언어, 사회성, 운동 등 특정 발달 영역 또는 전반적인 발달 영역의 성취가 지속적으로 늦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이승미 홍성꿈자람센터장은 “학부모들이 발달지연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구별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발달지연아동 치료 골든타임은 만 3~5세로 해당 시기가 지나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홍성군에서는 2025년부터 해당 나이대 아동 전체를 대상으로 스크리닝 검사(특정 질병이나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대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1차 검사)를 하고 있다. 정밀검사가 필요한 범주에 속한 아동의 경우 홍성꿈자람센터에서 2차 검사와 치료가 함께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논스톱 시스템’도 구축한 상태다.
발달지연아동의 치료 기간을 묻는 질문에 이 센터장은 “아이의 발달이 정상 발달 범주 안으로 회복됐을 때”라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회복’은 특정 시점에서의 호전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는 “아동들이 사회에 원활히 적응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추적관리체계까지 포함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이러한 관리가 만 18세까지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이 발달지연아동에 대한 치료와 이후의 추적관찰을 국가가 주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밝힌 가장 큰 이유다.
홍성꿈자람센터가 치료 기간에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아이마다 의사소통 의지가 뚜렷해지는 이른바 ‘성장·발달에 가속도가 붙는 시기’가 다르고 발현 시점 또한 제각각이라는 판단에서다. 센터는 일정 기간 내 치료 성과를 요구하기보다 각 아동의 속도와 발달 리듬을 충분히 존중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더 많은 아이가 치료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1주당 치료 횟수는 최대 4회로 제한해 운영하고 있다. 치료 유형은 횟수 제한이 없어 동일한 분야의 치료를 반복적으로 신청할 수 있다.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치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센터의 운영 철학이 반영된 방식이다.

아이와 부모 모두 보듬는 공간
감각통합·발달·미술심리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김세연 치료사는 발달지연아동의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무엇보다 첫 치료부터 ‘마음의 거리 좁히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치료사와 아이 사이의 신뢰와 교감은 모든 치료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보통 아이가 치료사를 신뢰하고 마음의 문을 여는 데까지 짧게는 2주, 길게는 최대 8주가 걸리는데 이때 아이와의 교감을 위해 발달연령은 물론 그날의 컨디션과 감정 상태까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는 것이 김세연 치료사의 말이다.
실제로 아이의 반응에 따라 미리 준비한 치료 계획을 과감히 다른 방식의 치료로 전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정해진 프로그램을 고집하기보다 그 순간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 자극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선택이다. 그는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 역시 아이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아이의 속도를 존중하는 접근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이 한 명 한 명의 작은 변화에 귀 기울이는 과정 자체가 치료의 일부라는 것이다.
김지은 치료사는 발달지연아동 치료 과정에서 부모의 심리·정서 회복 역시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발달지연아동을 둔 부모들은 치료시설을 찾기 전까지 육아와 자녀 교육에 대한 부담과 불안을 홀로 감내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발달을 걱정하면서도 어디에 어떻게 털어놓아야 할지 몰라 마음속에 쌓아두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다.
그는 “센터가 아이뿐 아니라 부모들끼리도 교류하는 공간이 되기 때문에 부모들의 정서적 안정에도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센터는 부모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부모 심층상담 프로그램’도 시범 운영했다. 반응이 좋아 올해부터는 해당 프로그램을 연간 10회로 늘릴 방침이다.
센터에서 약 5개월간 자녀의 심리·감각통합·발달놀이치료 과정을 지켜본 부모 차보람 씨는 “아이가 장난감을 장난감답게 가지고 놀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큰 행복을 느낀다”며 “이전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아이의 자연스러운 놀이 모습 하나하나가 변화의 신호처럼 느껴져 매 순간이 고맙고 소중하다”고 했다.
차 씨는 홍성꿈자람센터 건립 소식을 듣고 아이의 치료와 교육을 위해 서울에서 아예 홍성으로 거주지를 옮긴 부모 중 한 명이다. 그는 “이곳은 단순히 치료를 받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와 가족 모두가 다시 일상을 회복해가는 곳”이라며 “지자체 주도로 건립된 전국 최초의 발달지연아동 전문치료시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만큼 앞으로도 전국 곳곳에 전문치료시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백재호 기자

“아이들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홍성군 2022년 국내 75번째 인증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는 1996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제2차 유엔정주회의(Habitat Ⅱ)에서 처음 제시된 개념이다. 당시 각국 대표들은 도시의 모든 아동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정부, 지역사회, 비정부기구(NGO)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유니세프의 제안을 결의안으로 채택했다. 홍성군은 2022년 6월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75번째로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 인증을 획득했다. 인증 기간은 2026년 6월 20일까지로 군은 재인증을 목표로 다양한 아동 정책을 추진 중이다.
세부적으로 ‘아동의 놀 권리 증진’을 목표로 놀이강사 파견사업을 운영했다. 2025년 ‘제4기 아동참여위원회’를 개최하고 ‘청소년 의회’를 통해 횡단보도 설치, 관내 금연구역 설치 등을 추진했다.
아동의 안전과 보호를 위한 사업도 추진됐다. 홍동면 2곳(2024·2025년)과 갈산면 1곳(2023년)에서 밝은 벽화 그리기 사업을 통해 안전한 통학로를 조성했고 어린이 성폭력 예방을 위한 인형극 공연도 마련했다. 2022년 전국 최초로 홍성군에 개소한 ‘가족어울림센터’는 연간 8만 명이 이용하는 홍성군 대표 가족 친화 공간으로 조성돼 놀이터, 영유아놀이터, 창의센터, 돌봄센터, 가족도서관 등 다양한 아동 프로그램을 제공 중이다.
아동들의 주거환경 보장에도 힘쓰고 있다. 홍성군은 초록우산 충남지역본부와 협력해 주거환경이 열악한 아동을 위한 주거 이전 보증금 및 의료비로 2024년 기준 총 1억 4300만 원을 지원했다. 또 무주택·다자녀 가정을 대상으로 전·월세 보증금 대출 이자를 5가구에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