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몽골 사람들은 왜 한국 편의점에 갈까

얼마 전 몽골에 다녀온 친구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수도 울란바타르 곳곳에 한국 편의점이 있어 마치 한국을 옮겨놓은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현재 몽골에는 CU가 600여 개, GS25가 300여 개 있다. 두 브랜드를 합치면 약 900개에 이른다. 인구 약 350만 명인 나라라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숫자다. 특히 CU는 2018년 몽골 1호점을 연 뒤 8년 만에 600호점을 넘어섰다. 이제 한국 편의점은 몽골 도시의 풍경을 이루는 하나의 생활 인프라가 됐다.
몽골의 겨울은 혹독하다. 울란바타르는 한겨울에 기온이 영하 30도 아래로 떨어지기도 한다. 이제 몽골인들은 매서운 추위를 피해 길을 걷다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 자연스럽게 컵라면 국물에 김밥과 도시락을 먹는다. 창밖은 몽골인데 편의점 안에서는 한국의 일상이 펼쳐진다.
한국 편의점은 어떻게 이곳에 빠르게 뿌리내렸을까. 출발점에는 한류가 있다. 몽골에서도 한국 드라마와 K-팝은 익숙한 문화가 됐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삼각김밥을 먹고 라면을 끓이는 장면이 낯설지 않다. 한국에 가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편의점은 영상 속에서 먼저 만나는 ‘한국의 일상’인 셈이다. 한류가 ‘K-편의점’을 낯설지 않은 공간으로 만드는 데 한몫한 것이다.
하지만 한류만으로 몽골의 K-편의점 사랑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호기심은 한두 번 사람을 불러들일 수 있지만 매일 다시 찾게 만들지는 못한다. K-편의점이 몽골에 뿌리내린 데에는 현지의 생활 환경과 소비자의 필요에 맞춰 공간과 상품을 바꿔온 전략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공간’이다. 길고 추운 겨울을 보내는 몽골 사람들에게 밝고 따뜻한 편의점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다. 음식을 사서 바로 먹을 수도 있고, 잠시 몸을 녹이며 친구를 기다릴 수도 있다. 대부분의 매장은 개방 화장실을 운영하고, 전기차 충전소나 장거리 여행자를 위한 샤워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물건을 파는 상점에서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생활 공간으로 역할을 넓힌 것이다.
상품도 현지에 맞췄다. 김밥과 도시락, 라면, 떡볶이처럼 한국 편의점의 대표 메뉴를 선보이는 한편 몽골식 찐만두인 보즈와 전통 만두튀김 호쇼르를 상품으로 개발했다. 한국의 것을 그대로 이식하는 대신 ‘몽골의 일상’에 맞춰 현지 사람들이 익숙한 맛과 식문화를 편의점 안으로 끌어들였다.
여기에 몽골의 도시 구조와 소비 환경도 작용했다. 수도 울란바타르에 인구가 집중돼 있고 젊은 소비층이 형성돼 있는 데다 촘촘한 물류망과 현지화 전략이 더해졌다. 한류가 관심을 만들었다면 편리함과 접근성, 현지화가 그 관심을 일상의 습관으로 바꾼 셈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대목이 있다. 한국의 경쟁력은 거대한 문화 콘텐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나면 흔히 “밥 먹었어?”라고 묻는다. 우리에게 밥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음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안부를 묻고 상대를 살피는 ‘한국인의 정’이 담겨 있다. 이러한 정서는 사람의 필요를 세심하게 살피는 생활 문화로 이어진다. K-편의점에도 이런 특징이 녹아 있다. 한 끼를 해결할 먹거리를 갖춰놓고 추운 날 잠시 몸을 녹일 공간을 제공한다. 필요한 것을 갖춰둔 것 역시 사람을 배려하는 방식이다.
물론 몽골에서 K-편의점의 성공을 ‘한국인의 정’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한류의 영향, 현지 소비자의 특성, 시장 환경, 물류와 유통 역량, 그리고 치밀한 현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다만 주목할 것은 그 과정에서 한국 편의점이 단순한 상품 판매점을 넘어 현지인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다.
K-팝과 드라마가 한국을 알렸다면 이제 김밥 한 줄, 컵라면 한 통, 따뜻한 의자 하나가 한국의 생활방식을 전한다. 문화의 힘은 특별한 순간에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배가 고프고 추울 때 자연스럽게 한국 편의점의 문을 여는 것처럼 일상 속에 스며들 때 더 오래간다. 몽골에서 한국 편의점이 거둔 진짜 성공은 점포 숫자보다 바로 그 일상 속에 있다.
조정육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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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