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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기업이 청년 키우고 청년이 지역 살리고… 연대의 경제로 지역 해법 찾았다

경기 이천시 하이로컬이천센터에 모인 함께만드는세상 안준상 사무국장, 스텝업 최한나 대표,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회공헌팀 최선정 대리. 사진 C영상미디어 6

사회연대경제 모델 하이로컬이천
저출생·고령화와 지역소멸,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 우리 사회가 마주한 문제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지역의 일자리와 서비스 공급 기반을 약화시키고 돌봄 수요를 키운다. 기후위기는 식량과 재난 문제를 심화시키고, 인공지능(AI)의 확산은 산업 구조를 바꾸는 동시에 디지털 취약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어렵게 한다. 어느 한 주체의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늘고 있다. ‘사회연대경제’가 주목받는 배경이다.
사회연대경제는 연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경제활동 방식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 시민사회, 지역주민 등 다양한 주체가 가진 자원과 전문성을 연결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가령 지역소멸 위기 지역에서는 일자리와 서비스를 만들어 사람들이 지역에 머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정부도 ‘사회연대경제 성장 촉진’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2025년 10월 행정안전부를 주무 부처로 지정해 범정부 차원의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26년 8월에는 ‘사회연대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해 제도적 기반도 마련됐다.
경기 이천시에서 진행 중인 ‘하이로컬이천’은 사회연대경제가 지역에서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하이로컬이천은 SK하이닉스가 기부한 재원을 바탕으로 (사)함께만드는세상(사회연대은행)이 운영하고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가 지원하는 청년창업 지원사업이다. 청년 창업가와 임팩트기업(사회·환경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을 발굴해 공간·교육·멘토링·컨설팅·사업화·금융 등을 지원한다. 청년의 성장이 지역의 일자리와 공동체의 가치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총사업 규모는 15억 원으로 2027년까지 2년간 진행된다. 현재 23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친환경 기업 ‘스텝업’이다. 폐범퍼를 재활용해 자원순환과 탄소배출 저감에 기여하는 동시에 지역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이다. 하이로컬이천의 지원을 받아 올해 초 법인으로 전환했고 현재 일자리 제공형 예비사회적기업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민간의 재원이 어떻게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될 수 있을까. 청년의 창업은 어떻게 지역을 바꿀 수 있을까.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회공헌팀 최선정 대리, 함께만드는세상 안준상 사무국장, 스텝업 최한나 대표에게 사회연대경제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물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이천의 어떤 문제에 주목하고 하이로컬이천을 기획했나요.
안준상: 사회연대은행은 2003년부터 소상공인의 자립을 지원하고 사회적기업을 육성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역 청년의 창업과 정착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됐죠.
이천을 들여다보니 ‘대기업이 자리한 도시’라는 인상과는 다른 고민이 있었습니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교육받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충분하지 않았고 창업에 뛰어든 20대 청년 가운데 실패를 경험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청년들이 이천을 떠나지 않고도 자신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마침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을 공모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하이로컬이천을 제안했고 공모를 통해 선정됐습니다.

하이로컬이천에서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최선정: 기업이 기부한 재원이 지역사회에 필요한 곳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기획 단계부터 기업과 어떤 지역 문제를 해결할지 논의하고 전문성을 갖춘 수행기관을 연결합니다.
하이로컬이천의 경우 인구구조나 기술변화 등 지역이 직면한 문제에 대응하면서 앞으로 정부나 지자체의 제도적 지원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사업을 만들어보자는 기업의 의지가 있었습니다. 이런 방향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재원이 목적에 맞게 쓰이는지 살피면서 성과를 관리합니다.
안준상: 모금회의 역할 가운데 하나가 배분입니다. 필요한 곳에 재원을 적시에 연결하고 투명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죠. 우리 기관도 모금회의 시스템을 활용해 회계 정산과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청년창업 지원사업과 무엇이 다른가요.
최선정: 사회연대은행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지원하는 기관 대다수는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보니 창업 네트워크를 갖추고 실제 대출 사업까지 운영해본 곳은 드물어요. 사회연대은행은 소상공인의 자립 지원과 사회적기업 육성 경험뿐 아니라 금융 분야의 전문성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기반이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창업 초기에 가장 많이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안준상: 우선 ‘경험’입니다. 자신의 경험 안에서만 사업을 바라보다 보니 아이디어를 실제 비즈니스로 발전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선배 기업이나 동종업계 사람들과 경험을 나누고 조언을 구할 기회도 부족하죠.
‘자금’ 역시 큰 문제입니다. 사업 초기에는 제도권 금융을 통해 외부 자금을 조달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하이로컬이천에는 기업가정신 교육과 멘토링, 창업가 간 네트워킹, 금융 지원을 함께 담았습니다. 2000만 원 한도의 무이자 대출을 제공하고 연체 없이 약정 기한 동안 상환을 완료하면 대출금의 50%를 무상으로 재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 사업에 활용하고 직접 상환해보는 경험 자체도 중요하다고 봤어요.

지역 정착을 위한 지원책도 궁금합니다.
안준상: 청년들이 한곳에 모여 무언가를 도모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하이로컬이천센터’가 그런 곳입니다. 사무실과 공유오피스 형태로 운영하면서 정기적인 교육을 열고 협업이나 미팅이 필요할 때 자유롭게 찾아와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언제든 이천에 오면 내가 앉아서 일할 곳이 있다’는 것이 필요했어요. 다만 지역 정착은 공간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주거부터 교육,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까지 함께 갖춰져야 하죠. 민간의 재원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인 만큼 지역의 유휴공간 등을 활용해 민관이 함께 풀어나가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천에 어떤 변화가 생겼습니까.
안준상: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던 청년들이 모여 교류하고 다른 지역에 있던 청년들도 이천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천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겠다”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멘토링을 받으면서 기존 사업 방향을 점검하고 아예 사업 모델을 전환한 참가자도 있고요.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사업이라는 점도 청년기업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영향을 줍니다.

참여기업인 스텝업의 최한나 대표는 이천에서 나고 자랐다. 중고차 상품화 공장에 입주해 그곳에서 버려지는 범퍼를 복원한 뒤 다시 납품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공장 안에서 수거부터 복원, 납품까지 이뤄져 이동 과정이 필요 없는 ‘제로 물류’를 실현했다. 폐기될 자원에 새 쓰임을 불어넣는 동시에 지역의 일자리도 만들고 있다. 복원 기술을 지역 시니어에게 교육해 채용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하이로컬이천에 참여해 가장 도움받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최한나: 멘토링이었어요. 이전에는 외부 컨설팅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어서 우리가 잘하고 있는 건지, 사업 구조가 제대로 다듬어지고 있는 건지 막막할 때가 많았어요. 멘토와 주기적으로 만나 부족한 부분을 짚고 어떻게 보완하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조언을 받았어요. 직접 만나기 어려울 때는 화상회의나 전화로도 꾸준히 코칭을 받았고요. 자금 지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됐습니다. 특히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었고 폐범퍼의 파손 정도를 판독하는 장비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비용에도 활용했습니다.

사업의 목표나 방향에도 변화가 생겼나요.
최한나: 처음부터 예비사회적기업까지 계획했던 건 아니었어요. 폐범퍼를 재활용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지만 우리가 하는 일이 사회적기업과 맞닿아 있다는 것도 잘 몰랐거든요. 멘토링을 받고서야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이런 가치를 가진 사업이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지금은 원대한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사업의 기반을 내부적으로 잘 다지는 데 집중하고 싶어요. 혼자였다면 여기까지 오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사회연대경제 방식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한 또 다른 사례가 있나요.
최선정: 이천시가 부지를 제공하고 SK하이닉스의 기금으로 필요한 기자재와 운영 등을 지원해 다회용기 세척 사업장을 조성한 사례가 있습니다. 지역의 취업 취약계층을 채용했고요. 민관이 각자의 자원과 역할을 보태 환경문제에 대응하면서 지역 일자리까지 만들어낸 거죠. 사회연대경제의 핵심은 결국 한 주체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가진 것을 내놓고 연결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이로컬이천 같은 사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최선정: 기업의 지속적인 관심과 재원이 필요합니다. 기업이 지역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어떤 사업으로 풀어낼지, 누구와 함께해야 할지 찾기 어려울 수 있어요.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현실화하는 파트너 역할을 합니다. 하이로컬이천이 하나의 선례가 돼 다른 지역에서도 사회연대경제를 통한 다양한 시도가 계속되면 좋겠습니다.

이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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