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20년 만에 국내에서 개최되는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APEC 정상회의 주간은 10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다. 10월 27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최종고위관리회의(CSOM)에서는 정부가 올해 APEC 정상회의 핵심 성과물로 추진하고 있는 ‘AI 협력’ 및 ‘인구구조 변화 대응’ 관련 논의 현황과 정상회의·각료회의 준비상황을 회원들과 공유한다. 이어 10월 29일과 30일 열리는 외교통상합동각료회의에서는 정상회의에 앞서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최종 점검이 이뤄지는데 APEC 각급 기관의 올해 활동 및 의장국 핵심 성과, 사무국 운영, 고위관리회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한다. 이를 종합해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양일간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1년 동안 논의된 의제들을 통해 공동선언문이 채택·발표된다.
APEC CEO 서밋에 1700명 참석 예정
2025년 APEC 정상회의의 주제 및 중점과제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 연결, 혁신, 번영’이다. 2020년 APEC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푸트라자야 비전 2040’에 따라 2040년까지 개방적이고 역동적이며 회복력 있는 아시아·태평양을 실현해 다음 세대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려는 다짐을 담았다. 아·태 지역의 무역투자 활성화 및 물리적·제도적·인적 교류를 통한 연결성을 강화하고 디지털 격차 해소 및 인공지능(AI) 협력을 통한 디지털 혁신을 촉진하며 글로벌 현안에 대한 대응을 통해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성장과 번영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정상회의의 핵심 성과로 ‘AI 협력’과 ‘인구구조 변화 대응’ 의제에 대한 정상 간 합의문 도출을 추진하고 있다. AI 기술이 아·태 지역의 경제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전략적 방향을 모색하는 것, 저출생·고령화를 위기가 아닌 변화와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목표다.
정상회의 주간에는 APEC CEO 서밋과 같은 다양한 경제인 행사도 개최된다. APEC CEO 서밋은 APEC 회원 정상과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여 글로벌 의제에 대해 논의하는 아·태 지역 최대 규모의 민간 경제포럼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10월 28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CEO 서밋에 APEC 회원 정상급 인사 16명과 기업인 및 경제인 약 170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이 의장을 맡고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CEO,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CEO,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를 비롯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마티아스 코르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CEO 서밋의 주제는 ‘브리지, 비즈니스, 비욘드(3B·연결, 비즈니스, 그 너머로)’로 지역경제 통합, AI·디지털 전환, 지속가능성, 금융·투자, 바이오·헬스 등이 논의된다. 총 20개 세션에서 85명의 연사가 나서 발표하는데 공식행사 외에도 AI·방산·조선·디지털 자산·에너지·유통 등을 다루는 퓨처테크 포럼, K테크 이노베이션 쇼케이스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열린다.
경주 곳곳에서 정상회의·CEO 서밋 등 개최
그동안 정부는 APEC 정상회의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왔다. 김민석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2025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는 9차례 회의를 가지고 준비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며 논의했다. 9월 19일 열린 제9차 준비위원회에서는 APEC 정상회의 공식 만찬장을 국립경주박물관 중정 내 신축 건축물에서 더 많은 인사를 초청할 수 있는 라한셀렉트 경주 호텔 대연회장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APEC 주요 행사가 열리는 거점에도 변화가 생겼다.
APEC 정상회의는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개최된다. ‘종이 없는 회의’로 진행될 계획이라 정상회의장 벽면 전체에 초대형 디지털 스크린이 설치됐다. 야외 부지에는 국제미디어센터가 설치됐는데 국내외 언론인 3000여 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제미디어센터에는 ‘와이파이(wifi) 7’ 시스템을 구축해 각국 미디어의 취재열기를 지원할 예정이다.
정상회의장에서 차로 4분 거리의 라한셀렉트 경주 대연회장이 공식 만찬장이고 당초 만찬이 열릴 예정이었던 국립경주박물관은 APEC에 참석하는 기업인들과 정상 등의 네트워킹 허브로 거듭난다. 경주예술의전당에서 CEO 서밋이 열리고 경주 시내 곳곳에서 문화행사가 진행된다. 경주 지역 12개 호텔에 총 35개 정상급 숙소(PRS)를 마련했고 하루 최대 숙박인원이 7700명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를 수용하기 위한 1만 6838실의 숙박시설도 확보했다.
경주역과 김해국제공항은 수송 거점으로 지정됐다. 이들 거점과 각종 행사장을 잇는 27개 노선에 셔틀버스 300여 대를 투입한다는 수송 작전도 마련됐다. 서울~경주 간 고속철도(KTX)·수서발 고속철도(SRT)·인천~김해국제공항 간 국내선 항공기도 증편된다. 특히 경주 보문관광단지 일원에는 자율주행 셔틀버스가 운영될 예정인데 보문관광단지 순환형과 HICO 순환형 등 두 개 노선에 걸쳐 무료로 탑승객을 실어 나른다.
정상회의 기간에는 경주 도심의 교통체계도 일부 변화가 예상된다. 10월 29일 0시부터 11월 1일 오후 2시까지 경주요금소에서 보문관광단지 구간의 일반차량, 포항·울산 방면 주요 도로의 화물·특수차량 운행이 금지된다. 10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는 차량 자율 2부제도 실시된다.
안전한 APEC이 될 수 있도록 치안·안전 분야에서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10월 15일 열린 ‘APEC 계기 외국인 치안·안전 관계 장관회의’에서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안전한 체류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APEC 정상회의 주간에 집중 배치될 경찰력을 통해 외국인을 혐오하는 일체의 집회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는 한편 행사 안전 확보와 경호를 강화하기로 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관광불편신고센터(1330) 등을 통한 안내와 정보 제공도 확대된다.
응급 의료체계도 빈틈없이 준비됐다. APEC 정상회의 협력병원으로 동국대학교경주병원을 비롯한 총 29개 의료기관이 지정됐는데 이 중 동국대학교경주병원에서는 응급실을 20병상에서 28병상으로 확대하고 전용병동 18병상을 신규로 조성하는 등 병상 확보와 의료인력 배치를 마쳤다. 회의 기간 정상회의장과 숙소 등 주요시설에 현장진료소와 이동형 병원을 운영하고 구급차 56대와 헬기 5대를 활용한 신속 이송체계도 마련했다.
‘문화 APEC’ 선보인다
2025년 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개최되는 이유는 경주가 신라 천년의 수도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로 ‘가장 한국적인 도시’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적 유산을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 행사도 개최돼 ‘문화 APEC’으로서의 면모가 드러날 전망이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는 104년 만에 최초로 신라금관 6점이 한자리에 모이는 ‘신라금관 특별전’이 10월 28일부터 12월 14일까지 열리고 대릉원 일대에서는 ‘2025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경주 대릉원’이 선보인다.
10월 29일에는 월정교 수상무대에서 한복패션쇼가 개최되고 10월 17일부터 보문관광단지 일대에서 보문멀티미디어쇼도 관람할 수 있다. 10월 18일부터 황리단길에서는 ‘APEC AI·XR 골목영화관’이 운영되고 있고 APEC 정상회의 주간이 시작되는 10월 27일부터는 경주예술의전당에서 크로스 컬처 페스티벌이 열려 APEC 회원 전통문화 중심의 공연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김효정 기자

APEC 재무·구조개혁장관회의 성료
APEC 정책 공조·협력 ‘인천 플랜’ 채택
10월 21일부터 23일 인천에서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구조개혁장관회의가 개최됐다. APEC 정상회의 주간 전에 개최되는 마지막 분야별 장관급 회의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의장을 맡은 회의에서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이라는 APEC 정상회의 주제에 맞춰 역내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경제의 가속화, 산업·인구구조의 변화 등에 대응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혁신, 금융, 재정 및 구조개혁의 역할이 논의됐다.
10월 21일 재무장관회의는 세계·역내 경제금융전망, 디지털금융, 재정정책, 2026년도 재무장관회의 주제 등 네 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향후 5년간의 논의 방향과 주제를 담은 로드맵인 ‘인천 플랜’이 채택됐다. 한국이 제안한 AI 대전환과 혁신 생태계 조성, 모두에게 고른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는 내용 등이 주요 의제에 포함됐다.
10월 22일에는 ‘혁신과 디지털화’를 주제로 합동세션이 먼저 열리고 구조개혁장관회의가 개최돼 구조개혁의 역할과 향후 방향, 시장·기업환경 개선 등을 논의했다.
10월 23일 열린 합동기자회견에서 구 부총리는 “이번 회의는 한국이 의장국으로서 주도적으로 어젠다를 제시하고 AI 시대의 경제질서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협력 패러다임을 제시한 의미 있는 회의였다”고 평가하고 “회의에서 도출된 성과와 논의의 흐름이 정상회의의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APEC 정상들의 경주 관광 코스는?
1400년 전 신라 여행하며 K-컬처 매력 알린다
정부와 경상북도, 경주시는 10월 24일부터 11월 2일까지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참가자들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블레저(Bleisure·비즈니스와 레저의 합성어)’ 프로그램으로 K-컬처의 매력을 알린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블레저 스팟’ 20곳을 선정하고 이곳들을 중심으로 헤리티지(문화유산), 자연생태, 산업투어, 문화체험 등 테마별 여행코스 11개를 마련했다. 특히 참가자들의 회의 일정 등을 고려해 반일 코스와 야간 코스를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반일 코스로는 불국사·석굴암, 양동마을·옥산서원, 국립경주박물관·첨성대·대릉원·천마총, 남산·포석정 등 ‘세계문화유산 코스’를 운영한다. 포스코·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 등 ‘해 뜨는 철강의 도시 포항’, 경제전시관·국제공예전시관·대중음악박물관 등 산업과 문화가 결합한 ‘엑스포 대공원 투어’도 진행한다. 야간에는 첨성대·동궁과 월지·월정교를 둘러보며 ‘신라의 달밤’ 코스를 즐길 수 있게 한다. 황리단길 등 ‘핫플레이스’도 야간 코스에 포함됐다.
한편 경주의 유서 깊은 문화와 대한민국의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관광 콘텐츠로 확장현실(XR) 모빌리티버스를 외국인 참가자에게 우선 공개할 계획이다. XR 버스는 차량 내부에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XR 기술을 적용한 체험형 버스다. 버스 창문에 설치된 투명 디스플레이가 외부 전경과 영상을 연동하는 방식이다. 탑승객이 XR 버스에 탑승하면 1400년 전 신라의 모습이 먼저 펼쳐진다. 복원이 어려운 황룡사지 등 사적지에 이르면 디스플레이에서 9층 목탑이 재현되는 등 몰입감 있는 관광 콘텐츠가 제공된다. 버스는 하루 3회 보문관광단지 환승센터에서 월성지구, 황룡사지 등을 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