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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테두리를 마련해주세요”

우리 사회 곳곳에는 ‘갑’의 횡포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많다. 그들의 이야기는 한결같다. ‘동등한 사람으로 대우해달라’는 것이다. 갑의 횡포에 노출된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갑질을 당하는지, 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한지 들어봤다.

 

서울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경비원 박상열 씨

“경비원을 위한 현장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경비원으로 근무하면서 겪었던 가장 황당한 일은 이사 사다리차 때문에 주차장에 차를 대지 못한 주민의 보복성 주문이었다. 이삿짐 때문에 엘리베이터에 흠집이 났으니 그걸 다 없애달라는 무리한 요구였다. 내가 근무하는 아파트는 지은 지 30년이 훨씬 넘은 오래된 아파트라 엘리베이터에 흠집이 많다. 그 주민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조금 불편을 겪었다는 이유만으로 경비원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이다.

아파트 주민이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경비원은 그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 경비원의 고용 승계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이 주민에게 있기 때문이다. 주민에게 잘못 보여 근무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할까 봐 많은 경비원이 주민의 무리한 요구에도 어쩔 수 없이 응하는 것이 현실이다.

오는 9월이면 경비원에게 부당한 지시를 금지하는 ‘공동주택관리법’이 시행된다. 경비원을 갑질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명문 규정이 생긴다니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법에는 부당한 지시나 명령을 한 사람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 모처럼 생긴 좋은 법이 허울뿐인 규정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부당한 지시나 명령을 한 사람에 대한 처벌 규정이 있어야 실효성 있는 법이 될 것이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위해 아파트 주민과 경비원 간에 꼭 지켜야 할 사항을 명시한 가이드라인도 마련됐으면 한다.

박상열(59) 서울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경비원

 

다산콜센터 상담원 김명희 씨

“상담원 괴롭히는 전화 끊을 수 있게 해주세요”

콜센터에서 근무하다 보면 가슴이 떨리고 손발이 저릴 정도로 폭언과 갑질을 당하는 일이 많다. 다산콜센터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겪은 일이다. 공유지에 불법 주차를 해 과태료를 부과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시민은 왜 자신이 과태료를 내야 하냐며 따져 묻기 시작했다. 공유지에 주차하면 과태료를 무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그는 이를 무시했다. 주차를 하게 해주든지, 주차 단속을 하지 말든지, 과태료를 부과하지 말든지 알아서 해결하라며 막무가내였다. 불법 주차로 과태료를 물게 된 것에 대해 콜센터 상담원에게 화풀이를 한 것이다.

콜센터 직원에게 무작정 반말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경우도 많다. 소리를 지르지 말고 조용히 얘기해달라고 하면 “나이도 어린 게 대드는 거냐”며 더 크게 소리치는 어르신, 상담원이 수치심을 느낄 정도로 성희롱을 일삼는 남성, 뜻대로 일이 해결되지 않으면 욕을 일삼는 사람 등 수화기 너머로 다양한 갑질을 상담원에게 가한다. 욕설과 성희롱을 일삼는 경우라면 상담원 재량으로 전화를 끊을 수 있지만, 상담원을 지능적으로 괴롭히는 전화는 대응할 수 있는 조치가 따로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담원이 부당한 전화를 끊거나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콜센터 상담원은 공공기관과 시민 사이에서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이지 화풀이 대상이 아니다. 블랙 컨슈머리스트를 만들수 있고, 상습적으로 괴롭히는 사람들의 전화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 부당한 전화를 끊을 수 있는 권한이 상담원에게 주어지길 바란다.

김명희(49) 다산콜센터 상담원

 

피자에땅 가맹점주협의회 부회장 김경무 씨

“가맹점주에게 힘 실어주는 방안 마련해주세요”

지난 2009년 피자에땅과 가맹사업 계약을 맺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가게 문을 열 때만 해도 사장님 소리를 들으며 제법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너의 비도덕적인 경영으로 가맹점주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었다.

본사는 모차렐라치즈, 스위트콘, 슬라이스 파인애플 등 피자에 들어가는 재료를 시중 가격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가맹점에 공급했다. 가맹점은 본사에서 지정한 재료만 구입해야 한다는 계약 조항 때문에 소매가보다 20~30% 비싸게 재료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알고 보니 피자에땅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물류 회사, 피자 박스 제조업체, 도우 납품업체를 모두 오너 일가가 운영하고 있었다. 오너 일가가 가맹점주에게 원자재를 비싼 가격으로 납품하고 불이익은 가맹점이 떠안는 셈이다. 가맹점의 원자재값은 전체 운영비의 60%에 달한다. 원자재값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니 수익률이 10%도 안 될 때가 많다. 피자에땅 가맹점주 중에는 수익률이 좋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쓸 수 없어 피자를 만드는 것부터 배달까지 직접 하고 있다.

이처럼 가맹점이 본사의 갑질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으려면 가맹점주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가맹계약은 처음 설계한 쪽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맹점주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가맹점주는 본사와 동등한 권리를 가진 계약 당사자다. 가맹점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본사의 부당한 대우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하루빨리 생기길 바란다.

김경무(56) 피자에땅 가맹점주협의회 부회장

 

전국택배연대노조 위원장 김태완 씨

“택배기사 울리는 구조 개선해주세요”

택배기사는 대개 하루에 14시간이나 일한다. 또, 택배기사는 물품을 배송하는 일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배송 업무뿐 아니라 물품을 분류하고 고객사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등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 이처럼 택배기사는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지만 이들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곳은 없다.

보통 택배회사는 물품을 분류하는 데 상하차 담당 인력을 쓰거나 택배기사에게 분류 업무를 맡기곤 한다. 상하차나 물품 분류는 동일한 노동인데, 상하차 업무를 하는 사람에게는 임금을 지급하지만 택배기사에게는 분류 작업을 하는 5~6시간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또 택배기사는 휴일이 보장되지 않는다. 본사는 휴일에 일하고 싶은 사람만 자율적으로 출근하라고 한다. 그러나 택배 업무는 한 사람이라도 자리를 비우면 일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따라서 대부분의 택배기사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출근하고 있다. 휴일 출근에 대한 수당도 없다. 게다가 물품을 배송하다 분실되거나 파손되는 경우 택배회사에서 변상해야 하는데 본사는 책임을 택배기사에게 떠넘기고 있다.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며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는 택배기사에게 변상 책임까지 지우는 것이다.

택배기사의 무거운 짐을 덜어주려면 우선 본사에서 택배기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택배기사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택배기사에게 최소한의 사회적 보호 장치를 보장해주길 바란다.

김태완(46) 전국택배연대노조 위원장


장가현 |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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