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추석을 앞두고 정부와 여러 지자체는 추석 연휴기간에 시민들이 안전하고 편안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온갖 특별 교통대책을 내놓고 있다. 행정자치부와 경찰청은 추석 명절을 맞아 연중 주차 허용시장 154개소 외에 별도 371개 전통시장에 대해서도 9월 5일부터 18일까지 주변 도로에 최대 2시간까지 주차를 허용한다.
정부는 그동안 명절 때마다 교통대책을 내놓았지만, 떠나온 고향을 찾아 귀성길에 오르는 사람들의 의욕이 더 넘쳤던 탓에 항상 속 시원한 대책이 되지 못했다. ‘명절 체증 줄일 기본대책 절실’(동아일보, 1990. 10. 5), ‘추석 교통지옥 정부 방임 유감’(한겨레, 1993. 10. 11) 같은 언론 보도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했지만, 선물 꾸러미를 들고 꼬마들의 손을 잡은 채 전국의 역과 버스터미널이나 선착장으로 몰려든 귀성 인파들의 불편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었다.
사실 1960년대에는 명절 교통체증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 하지만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실행된 이후 산업이 발전하고 자동차가 늘어가면서 전국의 도로가 서서히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된 초기에는 추석 교통 수송에 큰 도움이 되었지만 늘어나는 자동차의 물결을 감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970년대에 접어들어 산업 인력들이 늘어 명절에 고향을 찾는 사람들도 더욱 늘어났다. 1970년대 후반에는 심한 인력난에 시달리던 경영주들이 전국의 공단과 기업체 종업원들이 추석이나 설에 고향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을까봐 3~5일간의 유급휴가를 주거나 200%의 보너스까지 지급하는 ‘귀성복지(歸省福祉)’가 만발했다. 회사가 나서서 전세버스나 통근버스를 동원해 종업원들의 귀성길을 도와주거나, 고향에 가서 새로운 근로자를 데려오면 포상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렇게 되자 정부도 기업의 교통 수송대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1970년대엔 공단과 기업체에서 전세버스를 빌려 근로자들의 귀성길을 도왔다. ⓒ동아DB
1980년대에 접어들어서도 설이나 추석에 총인구의 10% 이상이 고향으로 달려가는 민족 대이동이 계속되었다. 정부는 교통대책의 일환으로 ‘질서 캠페인’을 전개했다. 정부는 질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시민들의 질서의식이 크게 높아져 귀성객들이 안심하고 고향에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러나 아직도 일부 시민 중에는 남이야 타든 말든 나만 타면 된다는 식으로 열차의 창문으로 기어오르거나 새치기를 하는 얌체족들이 끼어들어 모처럼 뿌리를 내리려는 질서 분위기를 흐려놓았다"며(경향신문 1981. 9. 12), 국민들의 양심에 호소하는 캠페인을 계속했다. 1987년에는 명절 때마다 겪는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고속버스 연중 예매제도를 도입키로 하고 구체적인 방안까지 마련했다.
1990년대 접어들어서는 추석 교통체증이 더욱 심해졌다. 언론에서는 "당국의 비상대책에도 수송정책이 탁상공론에 그쳐 명절 때마다 되풀이되는 이 같은 교통 정체 현상이 개선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태다"라며 비판하는 기사가 폭증했다(동아일보, 1990. 9. 24). 급기야 ‘효율적인 고속도(高速道) 운영방안 전문가 좌담 : 추석 대이동 분산 출발로 체증 막자’(동아일보, 1990. 9. 26) 같은 좌담회가 열리기도 했다.

▶열차를 타고 고향으로 향하는 귀성객들. ⓒ동아DB
정부는 귀성 교통체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0년에 버스전용차로제, 가변차선제, 홀짝수운행제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리고 1992년까지 경부고속도로 서울~수원 간과 경인고속도로를 8차선으로 확장하고, 1993년까지 경부고속도로 수원~대전 간을 6차선 혹은 8차선으로 확장하며, 조속한 시기에 서해안고속도로를 신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992년 들어 고속도로 통행료 후불제가 도입되고 통행권 예매제도가 실시되었고, 경부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에 하행선 9인승 이상만 통행하는 방안도 검토되었다.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제 실시 톡톡히 효과
교통량, 이동 경로 변화 예측해 실시간 각종 교통정보 제공
1994년 추석에는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제를 실시해 톡톡한 효과를 보았다. 그해 고속도로에 전광 안내판이 설치돼 고속도로는 물론 주변의 국도 교통 상황 정보를 운전자에게 전달했고, 고속도로 나들목의 진입로에 자동 진입 통제장치를 설치해 진입 차량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1995년 2월 4일부터는 명절에만 실시하던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제를 주말에도 실시하기 시작했다. 1995년에 있었던 특기할 만한 사실은 교통부가 명절 교통량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며, 공무원 및 국영기업체 직원들의 여름휴가나 정기휴가를 설날이나 추석 연휴에 붙여 사용하도록 권장했다는 점이다. 공무원의 희생을 지나치게 강요한 조치였다.
1996년 한국도로공사는 전국의 국도와 지방도의 교통축이 표시된 추석 고향길 안내도 20만 부를 제작해 배포하며, 교통 수요의 국도 분산을 유도했다. 정부는 1996년 추석 특별 수송기간에 임시열차를 증편하거나 고속버스 예비차를 배치하고 귀경객의 편의를 위해 수도권 전철과 지하철을 새벽 2시까지 연장 운행했다. 1997년에는 건설교통부가 10여 개 정부기관과 민간회사에서 활용하는 교통 및 재해 관련 정보를 통합 관리해 자동응답전화와 PC통신으로 일반인에게 제공하는 ‘건설교통 종합상황실’을 구축했다.

▶추석 당일 도로교통공단 직원들이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귀향길 시민들에게 윷놀이판 등을 나눠주고 있다. ⓒ동아DB
이후 2000년대를 거쳐 2010년 이후에도 정부는 명절 교통체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다. 예컨대 고속도로 신설이나 확장 같은 시설 공급, 버스전용차로제의 확대 시행, 진입로 폐쇄 같은 교통시설 관리와 교통정보 제공을 바탕으로 획기적인 귀성 교통대책들을 기획하고 시행했다. 스마트폰이 보편적으로 사용된 이후에는 명절 기간의 통행 패턴을 전망해 명절 기간의 교통량과 이동 경로의 변화를 예측해 실시간으로 각종 교통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명절 교통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모색해왔지만, 완벽한 해결책을 내놓기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정부가 교통정보시스템을 특별 관리하며 내놓는 새로운 대책이 실효를 거둘 만하면 비웃기라도 하듯 귀성 자동차 수가 더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명절 교통대책은 본질적으로 미봉책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일까? 그렇다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명절 교통체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어보면 어떨까.
글· 김병희(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전 한국PR학회 회장) 201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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