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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노동개혁 입법, 더 미룰 수 없다

지난 2014년 9월부터 시작된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노사정 대화가 9월 15일 노사정 합의로 결실을 맺었다.

노사정 합의에서 제시된 노동개혁의 과제(청년 고용 활성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사회안전망 확충 및 취약계층의 보호, 노동법제의 불확실성 해소, 노사정의 새로운 파트너십 구축)는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청년과 장년층에게 더 나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시급하고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정부가 정책 개선을 통해 해결해나갈 수 있는 것과 노동계와 경영계가 협력해 추진할 사항에 해당한다. 하지만 반드시 법제화를 거쳐야만 시행될 수 있는 것도 적지 않다.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중시켜온 주범인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규정을 명확히 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기간제 근로자 보호와 고용 안정을 위한 기간제법 개정, 파견근로 활성화를 위한 파견법 개정, 고용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기 위한 고용보험법 개정과 산재보험의 적용 확대를 위한 산재보험법 개정이 그 예다. 이를 5대 입법 과제라고 부르며, 정부와 여당은 올해 안에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노사정

▶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지난 9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본위원회를 열고 노동시장 개혁 노사정 합의문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왼쪽부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동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대환 노사정위원장.
 

 

통상임금 명확화, 근로시간제도 개선
가장 시급하게 법제화 진행돼야

이 중에서 통상임금 명확화, 근로시간제도 개선은 가장 시급하게 법제화가 이뤄져야 할 부분이다. 통상임금은 이미 오래전부터 현행 임금구조의 문제점에 따라 노사 간 분쟁이 이어져온 이슈다.

대법원이 고심 끝에 2013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 판단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기업 현장의 노사는 아직도 지루한 법정투쟁을 계속하거나, 임단협(임금·단체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기약 없는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법제화를 통해 당사자 간의 소모적 분쟁과 갈등을 해소해야 할 필요가 있다.

통상임금 문제가 대법원 판결에 따른 후속조치라면, 근로시간 법제화는 예방적 조치의 성격이 강하다. 그중에서 가장 큰 이슈는 '연장근로에 휴일근로를 포함하는 것과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는 것'이다.

휴일에 이뤄지는 근로도 연장근로시간의 범위에 포함하게 되면 연간 근로시간이 단축되고 그 결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에 대처하기 어려운 기업의 경우 예상치 못한 인력난과 비용 부담을 감당할 수 없으므로 예외적으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해 근로시간 단축을 연착륙시킬 필요가 있다.

한편 노사정, 여야 간에 가장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쟁점은 '기간제법'과 '파견법'이다. 기간제법과 파견법 개정안은 노동법의 보호를 회피하기 위해 남용하고 있는 쪼개기 계약을 방지하고, 생명·안전 분야의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해 대형사고 발생 시 책임 있는 대응을 유도하며, 차별 시정 절차에 노동조합을 참여시키고, 단기계약의 경우에도 퇴직급여를 지급함으로써 정규직, 비정규직에 관계없이 모든 근로자가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고용 안정성 강화는 기업에 상당한 비용 부담을 발생시키지만 근로자 보호를 위한 진일보한 개선이라고 할 수 있다.

기간제법의 핵심 쟁점은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법의 파견근로 대상 업무의 조정 및 고소득 전문직의 파견 규제 완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노동시장에는 기간제 근로자의 비중이 높게 유지되는 가운데 2년 후 무기계약직(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근로자는 줄어들고 있다.

즉, 전체 기간제 근로자 10명 중 2명 정도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뿐 10명 중 6명 이상은 1, 2년마다 회사를 전전한다. 특히 나이가 많은 근로자일수록 무기계약직 전환 비율이 더욱 줄어든다. 기업은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경우 수요 변동에 따른 고용 조정이 어렵고, 인건비 인상을 초래하게 돼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로 무기계약 전환을 주저한다.

분명한 것은 현행 기간제법이 정한 2년이라는 획일적인 사용기간은 근로자의 고용 안정에도, 기업의 인력 운영 효율화에도 역행하는 등 그 효과가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사용기간의 예외 인정은 무엇보다도 중·장년층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 안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사용자가 사용기간 연장을 남용할 것을 우려한다면 노사정특위의 전문가그룹이 제안한 바와 같이 사업장별로 노동조합 등 근로자 대표와 사용자가 사용기간의 상한을 설정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또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고령자에게는 청소·경비용역과 같은 제한된 일자리만 남아 있고, 기업은 전문직 종사자에 대한 기업의 한시적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방법이 극히 제한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에 대해서는 파견 규제를 완화하는 파견법'이 일자리 문제를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기간제법, 파견법 개정
근로자 보호를 위한 진일보한 개선

가령 경기 변동이 커 상시적인 정규직화가 곤란해 인력난을 겪는 주조, 금형과 같은 기초공정산업(뿌리산업)에도 파견근로가 고용의 문을 넓혀줄 것이다. 뿌리산업에 파견이 도입되면 질 낮은 일자리만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노사정특위의 전문가그룹은 '상용형 파견'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상용형 파견이란 파견업체가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파견이 없는 기간에는 숙련도 제고를 위해 훈련을 제공하면서 생활을 위한 금전적 지원(휴업·훈련수당 등)을 하는 제도다.

이와 같이 노동개혁 입법으로 제안된 내용을 보면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과 고용 안정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간제법과 파견법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양산할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지금도 고령자와 뿌리산업의 근로자 상당수가 용역이나 인력 공급에 의존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파견법에서 제시한 대안이 더 나은 근로조건을 보장할 수 있다.

노동개혁은 기업에는 경쟁력을 높이고, 근로자에게는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일자리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 그 때문에 노사정 합의에서도 기간제법과 파견법의 이슈를 추가 논의 과제로 제시한 것이다. 여야는 이념적 경직성에서 벗어나 안정된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다수 근로자들의 고통을 줄여줄 노동개혁 입법에 나서야 한다. 시간이 없다.

 

·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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