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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한식 메뉴 외국어 표기법 표준화 착수

한국의 집밥을 맛보고 싶었던 중국인 관광객 A 씨는 홍대 인근의 한식당에 갔다 메뉴판을 보고 경악하고 말았다. 그를 놀라게 한 건 ‘나이나이샤오카오(????)’라고 쓰인 음식의 이름. 중국말로 나이나이는 할머니, 샤오카오는 숯불에 구운 음식을 일컫는다. 그러니까 나이나이샤오카오라는 말은 ‘할머니를 구운 요리’라는 뜻. A 씨가 식당 주인에게 이것이 어떤 음식인지 묻자 옆 테이블의 묵은지 김치찜을 가리켰다. A 씨는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메뉴를 주문해 먹는 동안 찜찜한 기분은 가시지 않았다.

서울 시내 주요 관광지 한식당의 외국어 표기 메뉴판의 오역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중국어 메뉴판이 있는 한식당 192곳 중 65곳(33.9%)은 1개 이상의 메뉴에서 심각한 오역이 발견됐다. 영어 메뉴는 230곳 중 49곳(21.3%), 일어 메뉴는 235곳 중 51곳(21.7%)의 식당에서 오류가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발표한 오역의 예를 살펴보면 김치찌개는 ‘맵고 기이(辛奇)한 요리’로, 감자탕은 ‘채소 감자(土豆)가 든 탕’으로 표기하고 있다. 중국에서 삼겹살은 고기와 비계가 다섯 개의 층을 이뤘다고 해서 ‘오화육(五花肉)’이라고 하는데 한국어를 그대로 직역해 ‘삼화육(三花肉)’이라고 써놓았다. 영어 메뉴판에는 육회가 ‘Six Times’로, 돼지주물럭은 ‘Massage Pork’로, 곰탕은 ‘Bear Tang’으로 표기된 황당한 경우도 있다.

 

지난해 9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 등장한 잘못된 영어 한식 메뉴판.

▶ 지난해 9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 등장한 잘못된 영어 한식 메뉴판.ⓒ뉴스1

 

새로운 메뉴 개발되면 즉시 번역
잘못된 외국어 메뉴판 교체 지원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관계기관과 함께 한식 메뉴판 바로잡기에 나섰다. 국립국어원과 한식재단은 외국인을 포함한 언어 및 음식 분야 전문가 그룹을 구성해 한식 메뉴의 외국어 표기법을 표준화하기로 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새로운 메뉴가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현실에 즉시 대응하기 위해 아직 표준화되지 않았지만 한식당에서 곧바로 사용해도 무방한 메뉴명을 번역해나갈 예정이다.

또한 독립된 사이트를 구축해 현재 누리집을 통해 제공하고 있는 한식 메뉴 번역 서비스를 강화하고, 네이버 등 검색 포털사이트와 협력해 3개 국어(영어, 중국어, 일본어)의 표준 번역 검색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한식재단은 오류 사진과 상호명을 온라인 창구에 신고하면 식당에 연락해 이를 개선해주는 시범사업을 7월부터 두 달 동안 펼친다. 한국관광공사는 조사 결과 오역이 있었던 식당을 중심으로 외국어 메뉴판 개선을 유도하는 한편 평창올림픽 관련 도시 내 식당 1400곳에 대한 외국어 메뉴판 제작을 지원키로 했다.

한편 메뉴판의 번역은 간판•광고업체(41.8%)와 프랜차이즈 본사(27.5%) 등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대한인쇄문화협회와 지역 인쇄업체, 프랜차이즈협회 등과 협력해 외국어 표기법을 홍보하기로 했다. 한식재단은 올해 하반기에 외식업중앙회와 협력해 전국 외식업계 종사자 및 창업 준비자를 대상으로 관련 내용을 교육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우리 한식을 외국어로 올바르게 표기하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 수용의 기본인 만큼 기본에 충실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 및 음식업계와 협업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올 하반기에는 외래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음식점을 대상으로 가격, 품질, 원산지 등 서비스 실태조사를 실시해 관련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덧붙였다.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2016.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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