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분홍빛 식혜에 하얀 쌀알이 동동, 그 사이사이 딸기 씨앗들이 선명하다. 익숙한 식혜 맛에 딸기향이 조화롭다. 바로 이 맛이구나. ‘고모가 만든 식혜(storefarm.naver.com/ricepunch)’의 딸기맛 식혜다. 냉동고에서 꺼내둔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덜 녹은 살얼음이 입 안에서 녹으며 더위마저 싹 날아간다.
“이모가 만든 식혜, 청년 식혜 등등 생각하다 실제 제 고모가 만드시고, 음식이나 식당 관련해서 고모란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흔치 않아 ‘고모가 만든 식혜’라고 상호를 정했어요.”
‘고모가 만든 식혜’의 윤상훈(28) 대표를 만났다. 태풍이 지나고 무더위가 다시 찾아온 7월 14일 경남 창녕군 남지읍에 있는 사무실 겸 제조장에서다. 폐업한 스크린골프장을 임대해 사무실, 식혜 제조장과 저온냉동고, 배송용 스티로폼 박스 창고로 사용하고 있었다.
윤 대표는 7월 9일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와 네이버가 공동 주최하는 청년 창업 지원 프로젝트 사업 ‘e-커머스 드림 청년장사꾼 프로젝트(이하 e-커머스 드림)’에서 대상을 수상한 ‘청년장사꾼’이다. 전통식품인 식혜에 지역 농산물인 딸기, 토마토, 단호박, 당근, 비트(Beet), 생강 등을 첨가해 색상과 맛이 색다른 ‘컬러풀 식혜’를 만들어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청년위 ‘e-커머스 드림’ 프로젝트
대상 받은 청년 장사꾼
e-커머스 드림은 온라인 비즈니스를 꿈꾸는 청년들의 실질적인 창업을 도와주기 위해 청년위원회와 네이버가 함께 지난 4월 첫 번째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사업 공모에서부터 창업 교육, 창업경진대회까지 ‘풀코스’로 지원이 이뤄졌다.
청년위원회와 네이버는 e-커머스 드림을 통해 전국 각지의 다양한 예비 청년창업가들에게 ▶온라인 창업에 필요한 집중 창업스쿨 ▶성공적인 창업을 위한 전문가 컨설턴트 그룹 운영 ▶네이버 플랫폼 노출 및 수수료 지원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창업가들의 성공을 도왔다.
▷“주변이 절대농지라서 공장 짓는 것이 불가능한데, 얼마 전 식혜와 같은 농식품 가공업은 공장 신설이 가능하도록
규제가 풀린 점도 큰 도움이 됐고 저렴한 가격에 공장 부지를 찾는 것이 가능해졌거든요.”
이번 프로젝트에는 전국 10개 시·도 300여 명의 예비 청년창업가들이 참가해 개성 넘치는 아이템으로 창업의 꿈을 실현했다. 10주간의 경진대회 동안 방문자 수, 매출액, 만족도 등의 종합 평가를 통해 ‘고모가 만든 식혜’의 윤 대표를 비롯해 프리미엄 애견시장을 겨냥한 ‘아이펫케어’ 윤영성, 유아 패션 ‘공주옷닷컴’ 손경리, 여성 패션을 특화한 ‘메리떼’ 김선효, 부산의 ‘건어물상인’ 정호석 대표 등 10명의 창업자에게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 중소기업청장상, 청년위원장상, 네이버 사장상 등 상장과 총 30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상 받고 며칠 동안 여운이 남았는데, 오늘에야 현실로 돌아왔어요. 상을 받고 보니 더욱 열심히,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윤 대표의 사무실이 있는 남지읍은 1980년대 여름철 대표 물놀이 시설이었던 부곡하와이가 위치한 부곡관광특구 안에 있다. 부곡하와이는 1980년대 지어진 시설 그대로이고, 주변의 크고 작은 온천탕들 모습 역시 시간이 과거에서 멈춘 듯하다.
인근 창원에서 살다 몇 년 전 건축업을 하는 부모님과 함께 남지읍으로 이사 왔다는 윤 대표는 “아직도 버스정류장이 따로 없어 지나가는 버스 보고 손을 흔들면 태워주고 내려줄 만큼 개발이 느리게 진행되는 지역”이라고 지역 상황을 소개했다. 이런 조용한 마을에 윤 대표의 수상 소식이 전해지니 지역 영농조합 대표와 창녕군청에서 연락을 해왔다. 벌써 만남을 가졌다.
“영농조합 대표님은 식혜 쇼핑몰과 연계해 지역 농산물들을 도시민들에게 공급하는 ‘로컬 푸드’를 운영하고 싶다며 도와달라고 하셨어요. 도매상들에게 넘기기보다 직접 소비자에게 배송하면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요.”
창녕군청에서는 윤 대표가 일자리가 없는 그 지역에서 공장을 신설하고 적극 사업을 확장해 고령자와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계층을 고용하는 사회적기업으로 키우면 어떠냐고 제의하더라고 했다.
윤 대표가 식혜사업을 구상한 것도 낙후된 지역 경기가 계기가 됐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고모의 칼국수식당이 폐업을 고민할 정도로 장사가 잘 안 돼 후식으로 식혜를 내놓기 시작했는데, 여기에 당근을 섞은 맛을 본 손님들이 그냥 식혜만 팔아도 되겠다고 권한 것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부모님이 반대하셨어요.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설빙을 예로 들면서 ‘팥빙수도 그런 신제품이 되지 않느냐, 식혜로도 충분히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설득해 아버지 지인으로부터 비어 있던 스크린골프장을 임대하고 고모님도 식당을 접고 제조를 맡아주셨어요.”
방부제·합성첨가물 등 배제
여성·엄마들에 호평
윤 대표는 “판을 워낙 크게 벌여놓아서 이번에 e-커머스 드림에서 상을 받지 못했다 해도 계속해야 할 상황이었다”면서 “상을 못 받으면 길바닥에서라도 식혜를 팔 생각이었다”고 웃었다.
현재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식혜는 색다른 색상과 재료뿐 아니라 ‘방부제, 합성보존료, 인공색소, 합성첨가물을 첨가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여성,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윤 대표는 지금은 소량 공급되고 있지만 향후 투자를 유치하거나 조합을 결성하고 공장을 신설해 편의점 공급 물량을 늘리고, 인근 고속도로 휴게소 등지에서 지역 특산물로 판매할 계획이다.
“주변이 절대농지라서 공장 짓는 것이 불가능한데, 얼마 전 식혜와 같은 농식품 가공업은 공장 신설이 가능하도록 규제가 풀린 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저렴한 가격에 공장 부지를 찾는 것이 가능해졌거든요.”
이번에 받은 상금 1000만 원은 공장 신설에 시드머니가 되어줄 것이다. 전통음식에 지역 농산물을 가미하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후식 시장을 창조하고 있는 ‘고모가 만든 식혜’를 전국의 어느 편의점에서나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글과 사진 · 박경아 기자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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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