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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누구나 가기 편한 곳에 모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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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지난해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2011년 전국 화장률은 71.1퍼센트였다. 20년 전인 1991년 17.8퍼센트에 비하면 확연히 늘어난 수치다. 10년 전인 2001년(38.3퍼센트)에 비해서도 32.8퍼센트나 증가했다. 장례문화가 매장에서 화장으로 점차 바뀌는 추세를 보여준다.

그러나 장례 관련 국토 활용 문제는 계속 숙제로 남아있다.

화장률이 높아지자 이제는 화장한 골분을 안치할 공간이 부족해졌다.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 이상 골분을 안치할 납골당의 빈자리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산림청이 나섰다. 임야를 관리하는 산림청이 왜 장례문제 해결에 뛰어들었을까? 이돈구(66) 산림청장을 만나 그 이유를 들었다.

이 청장은 “산림청은 가장 넓은 국토를 관리하는 관청인데 장례문화로 국토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을 어떻게 지켜만 보고 있겠느냐”며 입을 열었다. 이 청장이 제시한 해답은 수목장(樹木葬)이다. 수목장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수목장림을 조성해야 하는데 주무부처인 산림청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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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장은 지정된 수목 주위에 골분을 뿌리거나 항아리에 담아 뿌리 주변에 묻는 장묘법이다. 이를 위해 지정된 산림을 수목장림이라고 한다. 이 청장은 “수목장은 현실적이고도 친환경적인 장례문화이자 우리 국토를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수목장이 대중에게 소개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04년 9월 고(故) 김장수 고려대 교수의 수목장이 계기였다.

이후 수목장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 시민들의 참여가 일어났다. 2006년 2월에는 정부가 수목장림 조성 및 운영·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수목장을 조성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뒤 전국 국유·공유·사유지 등에 수목장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청장은 “매장에서 화장으로 장례문화가 바뀌어 국토를 아껴 쓰게 된 것처럼 화장에서 수목장으로 문화가 바뀌면 우리나라 국토를 아낄 수 있고 산림은 더욱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6월까지 전국 56곳 41헥타르 면적에 수목장림이 조성됐다. 이중 53곳은 사유 수목장림이다. 국유 수목장림은 2009년 5월 경기도 양평에 개장한 ‘하늘숲추모원’이 유일하다. 모두 2,009그루 중 92.3퍼센트인 1,856그루의 분양을 마쳤다. 추모목 1그루를 15년간 사용하는 비용은 288만원이다.

지역주민을 위해 만든 공유 수목장림으로는 인천 부평의 인천가족공원과 경기 의왕의 의왕 하늘쉼터가 있다. 인천가족공원은 2008년 8월 개장해 추모목 475그루를 모두 분양 완료했다.

보통 추모목 한 그루에 4분의 유해를 모신다. 15년간 수목장 사용료는 135만원이다. 의왕하늘 쉼터는 2010년 3월 개장했다. 추모목 250그루 중 7그루만 분양하고 중단한 상태다.

이 청장은 “분양 수요는 많았지만 2011년 5월 참나무시들음병이 발생해 잠시 분양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사유 수목림장 53곳을 설립주체별로 보면 개인 15곳, 종중 23곳, 종교단체나 법인 15곳으로 나뉜다. 15년간 사용료는 나무가격이나 위치에 따라 725만~2,240만원으로 국·공유 수목림장에 비해 훨씬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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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청장은 “전국 수목장림에 가보면 잘 가꾼 숲이 참 아름답다”면서 “수목장을 마친 유족들도 고인이 편안하게 쉴 수 있을 것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콘크리트 건물로 만든 답답한 납골당에 비해 하늘이 열린 숲에 고인을 모시는 것이 유족에게 훨씬 더 큰 만족감을 준다는 것이다. 이 청장은 이런 이유로 앞으로 더 많은 수목장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수목장림을 조성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묘지나 화장터처럼 혐오시설로 인식돼 종종 조성지역 주민과 갈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조성주체가 지방비를 내야 해 수목장림 조성이 부담되는 것도 난제다.

이 청장은 “국유 수목장림에 붙인 추모원이라는 명칭이 지역주민의 수목장림 기피 원인이 되기도 한다”면서 “추모원보다 국민친화적 명칭인 쉼터로 이름을 바꾸고 늘어나는 수요를 감안해 수목장림의 면적과 규모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유 수목장림인 하늘숲추모원은 규모가 10헥타르 2,000그루 정도지만 향후에는 30헥타르 6,000그루 규모의 하늘숲쉼터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청장은 또 “새로 조성하는 국유 수목장림은 지역별로 다양하고 특화한 모습으로 꾸며 지역주민의 수목장 수요를 더 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산 사람이 가도 좋은 곳에 돌아가신 분을 모시는 것이 진정한 효도가 아닐까 싶다”며 “나 역시 훗날 수목장림에서 영면에 들고 싶다”며 말을 맺었다.

글·박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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