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잘 드셔야 감기가 얼른 나을 텐데요."
"아니다, 입맛만 없을 뿐 몸은 견딜 만하다."
감기 탓에 식사를 제대로 못 하는 시어머니를 며느리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한다. 요즘 같은 환절기 감기가 유행하다 보면 주변에서이런 유의 얘기가 오가는 걸 어렵지 않게 볼수 있다.
감기에 걸리면 왜 입맛이 떨어지는 걸까. 모든 감기에 공통적인 현상은 아니지만 몸에 열이 나는 등의 병증이 생기면 아무래도 음식 맛을 제대로 느낄 수없는 경우가 많다. 또 직장에서 업무를 보거나 휴일에 운동을 하는 등 일상생활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증세가 가벼운 감기인데도 미각이 무뎌져 ‘음식 맛을 모르겠다’고 호소하는 사람들도 드물지 않다. 감기나 몸살에 걸렸을 때 입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건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비롯되는 예가 많다. 하나는 혀의 맛감각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 다른 하나는 코의 냄새 감각이 비정상적이 되기 쉬운 까닭이다.
늘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특정 음식 맛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사실 맛 자체보다는 냄새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된장찌개의 맛이란, 혀끝에 된장찌개가 닿았을 때 느껴지는 그 자체의 맛보다는 코로 인식하는 된장찌개 특유의 냄새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일부 학자들에 따르면, 특정한 음식 맛에 대한 관념 형성과 지각은 80%가 후각을 통해 이뤄지며 미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안팎에 불과하다.
일상적인 감기는 후각 이상, 즉 콧물이 흐르거나 코 막힘 등의 증세가 동반되곤 한다. 그러니 감기에 걸리면 혀끝으로 맛을 제대로 느끼고 못 느끼기에 앞서 코로 냄새를 맡는 기능이 크게 저하될 확률이 매우 높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감기에 걸렸을 때 미각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감기나 몸살에 걸렸을 때 입맛이 쓴 이유는 혀의 맛감각과 코의 냄새 감각에 이상이 생기는 것과 관련이 깊다. ⓒshutterstock
혀 표면에 분포한 맛감각 세포 또한 감기에 걸리면 정확히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변화한다. 다만 인간이 감지하는 다섯 가지 맛 중에서 특히 단맛과 짠맛을 감지해내는 수용체의 기능이 크게 저하한다는 사실은 학문적으로는 물론 경험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이다. 단맛과 짠맛은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맛 가운데 하나다. 덜 달게 먹고, 덜 짜게 먹자는 주장이 호응을 얻는 건 역설적으로 인간이 이 두 가지 맛을 유달리 ‘밝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대신 단맛, 짠맛과 달리 쓴맛 감지 기능은 감기에 걸려도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감기 몸살 등에 걸려 음식을 먹으면 ‘입맛이 쓰다’는 불평은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흥미로운 점은 감기 등에 걸리지 않더라도 1만m 안팎의 고고도를 비행하는 기내에서도 단맛과 짠맛 감지 기능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기내 음식을 먹어본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동의하겠지만, 같은 음식이라도 맛이 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항공사들도 이런 점을 감안해 토마토주스 같은 기내 서비스 음료는 다소 짜게 제공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감기에 걸리는 등의 이유로 몸 상태가 저조해도 단맛, 짠맛과 함께 사람들이 선호하는 감칠맛은 혀표면 수용체의 감지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감기에 걸렸을 때 적잖은 사람들이 찌개류 음식을 선호하는 건, 찌개 특유의 뜨끈함에 끌리기도 하지만 찌개의 육수로 쓰이는 멸치 혹은 다시마 국물 등에 감칠맛을 내는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라고도 풀이할 수 있다.
글· 김창엽(자유기고가) 2016.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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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