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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여행작가 양영훈] 언제나 감동이구나! 동해 수호신 대왕암

 

경주

 

▷ 해무에 휩싸인 대왕암 위로 아침 해가 떠오르는 광경은 경외감마저 느끼게 한다.

 

■ 경주 봉길해변

 

경주 시내에서 추령터널을 넘어 감포 바닷가에 이르는 길은 흔히 ‘감포가도’라 불린다. 산을 넘고 내를 따라가다 바닷가에 닿는 이 길은 ‘낭만가도’이자 ‘역사의 길’이기도 하다. 이 길은 추령터널을 벗어나자마자 대종천 물길과 나란히 달린다. 토함산에서 발원한 양북면 일대의 너른 들녘을 가로질러 흐르다가 동해에 합류된다. 고려를 침입한 몽골군이 경주 황룡사의 대종을 배로 옮기다가 물에 빠뜨린 뒤로 대종천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대종천이 바다로 흘러드는 하구 근처에 감은사지(사적 제31호)가 있다. 일부러 높게 다져진 듯한 절터에는 우람한 삼층석탑 2기와 느티나무 고목만 덩그러니 남았다. 삼국통일을 이룬 신라 문무왕(626~681)이 직접 명당을 골라 절터를 잡았다고 한다. 문무왕은 동해가 바라보이는 이곳에 절을 세운 뒤 부처님의 법력으로써 나라를 지키고자 했다. 그러나 절이 완공되기도 전에 세상을 떴다. 아들인 신문왕은 부왕의 뜻을 이어받아 즉위 이듬해(682년)에 절을 완공시켰다. 그리고 부왕의 큰 은혜에 감사한다는 뜻에서 절 이름을 감은사(感恩寺)라고 지었다.

 

삼층석탑

 ▷ 우리나라의 삼층석탑 가운데 가장 크고 웅장한 감은사지 삼층석탑

 

용암과 바다가 합작

부채꼴 주상절리

고려 말까지 존속해온 감은사는 언제부턴가 급격히 쇠락하다가 결국 폐찰이 되었다. 오늘날의 감은사지를 지키는 삼층석탑(국보 제112호) 2기는 신라의 석탑 중에서 가장 크고 웅장하다. 게다가 안정감과 상승감, 조형미까지 두루 갖춘 걸작으로 평가된다. 절터 뒤편의 산비탈에 오르면 주변 풍경과 잘 어우러진 삼층석탑의 우람하고도 아름다운 자태가 한눈에 들어온다.

 

감은사지 입구에서 바다까지 거리는 1km도 안 된다. 대종천이 바다와 만나는 이곳 하구를 신라인들은 ‘동해구(東海口)’라 불렀다. 대종천 물길이 뱃길로 이용됐던 신라시대에는 서라벌로 통하는 관문이자 전략적 요충지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왜구들이 수시로 출몰해 약탈과 살육, 방화를 일삼던 곳이기도 했다. 여북하면 문무왕이 죽어서도 동해의 용이 되어 왜구의 침략을 막겠다는 유언까지 남겼을까.  

 

동해구의 작은 바위섬인 대왕암은 문무대왕의 수중릉(사적 제158호)으로 알려져 있다. 그곳과 가장 가까운 땅은 봉길해변이지만, 가장 잘 보이는 곳은 동해구 언덕에 자리 잡은 이견대(사적 제159호)다. 신문왕은 부왕이 동해 호국룡으로 변한 모습을 이곳에서 직접 지켜봤다고 한다. 그리고 용으로부터 만파식적(萬波息笛), 즉 모든 파란을 없애고 세상을 태평하게 만드는 피리도 건네받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오랫동안 봉길해수욕장으로 불리던 봉길해변은 2011년 여름부터 봉길대왕암해변으로 개명되었다. 대부분의 해변은 피서철만 지나면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기지만, 이 해변에는 한겨울에도 적잖은 사람들이 찾는다. 유난히 아름답고도 장엄한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해구와 대왕암 주변 바다에는 종종 해무가 짙게 깔린다. 해무에 휩싸인 대왕암 위로 붉은 태양이 불끈 치솟는 광경을 보노라면 신비감과 경외감마저 느껴진다. 무속인들이 밤새도록 기도하거나 굿하는 광경도 이곳 해변만의 색다른 볼거리이다. 게다가 해변 곳곳에 붉은부리갈매기가 떼 지어 내려앉은 모습도 다른 해변에서는 흔치 않다. 특히 서해안에서는 겨울 철새인 이 작은 갈매기를 한두 마리조차 구경하기 어렵다.    

 

봉길대왕암해변에서 남쪽으로 약 7km 떨어진 경주시 양남면 읍천리에는 읍천항이 있다. 어항 자체보다도 마을 곳곳에 그려진 벽화가 더 인상적인 곳이다. 인근의 월성원전본부가 2010년부터 추진한 ‘아름다운 지역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읍천리를 아름다운 벽화마을로 조성했다. 풋풋한 아마추어 화가들의 작품도 적지 않지만, 마을의 특성을 꾸밈없이 잘 살린 벽화들이 많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주상절리

▷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부채꼴 모양의 읍천리 주상절리

 

읍천항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드는 것이 또 있다.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천연기념물  제536호)’이란 이름이 붙은 주상절리가 그것이다. 용암과 바다가 합작해서 만든 자연의 걸작이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부채꼴 주상절리도 있다.

 

읍천리의 주상절리 해안에는 지금 없어진 해안초소가 있던 자리에 데크 전망대가 설치됐고, 읍천항에서 남쪽 하서항 사이의 1.7㎞쯤 되는 바닷가에는 ‘파도소리길’이 개설돼 있다. 부채꼴 모양의 주상절리, 데크 전망대, 흔들다리 등을 두루 거쳐 가는 길이다. 워낙 거리가 짧은 데다 힘든 구간이 전혀 없어서 어린아이도 쉽게 걸을 만하다.  

 

 

-여행 정보-

 

숙박  

봉길대왕암해변 주변에는 대왕암펜션(054-771-8190)을 비롯해 민박집이 몇 곳 있다. 읍천항 주변에는 바다풍경펜션(054-745-4511), 바다이야기펜션(054-742-2356), 쿠페모텔(054-774-3511), 스위스모텔(054-774-4730), 동해야펜션(010-4533-8190) 등의 숙박업소가 많다. 호텔이나 콘도를 이용하려면 경주 보문관광단지로 가야 된다.    

 

맛집

봉길대왕암해변에는 대왕회식당(054-775-9770)을 비롯한 횟집이 여럿 있다. 북쪽으로 약 6km 거리의 감포읍 나정리에 위치한 옥이밥상(054-744-3514·사진)은 백반집이다. 회덮밥과 물회, 전복물회가 맛깔스럽다. 읍천항에도 가정횟집(054-744-0445), 읍천횟집(054-744-0767), 가보세횟집(054-774-2231) 등 횟집이 많다.  

 

 

글 · 사진 양영훈 (여행작가) 20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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