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사상가인 파스칼의 말이다. 그는 미미한 존재라는 비유로 ‘갈대’를 들었지만 다른 이유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비유다. 우리는 진학에서 취업, 결혼, 투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에 대해 수시로 망설이고, 수시로 생각을 바꾸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사람은 ‘흔들리는’ 존재다.
따져보면 우리의 생각은, 또는 결정은 온전히 우리만의 것일 수는 없다. 교육, 역사, 관습은 물론이고 타인의 의견까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우리의 결정, 의견을 좌우하는 요소들이 넘쳐난다. 선입견, 편견, 고정관념역시 그런 예다. 그리고 이것들은 대부분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그러니 요즘처럼 미디어, 광고, 누리소통망(SNS) 등을 통해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일수록 ‘흔들리지 않는 힘’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한두 사람이 아닐 터이다.
프랑스의 고교 교사가 학생들을 위해 쓴 <너희 정말, 아무 말이나 다 믿는구나!>는 그런 아쉬움을풀기에 딱 맞춤인 책이다. 원제는 <지적 자기방어를 위한 매뉴얼>이지만 번역판의 제목이 훨씬 근사하다. 책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덕분이다.
건강, 음식, 환경에 관한 불길한 소식을 따져보자. 환경호르몬, 광우병, 기름 유출 사고 등 안전을 위협하는 온갖 뉴스를 접하다 보면 도심과 뚝 떨어진 곳에 내 손으로 집을 짓고, 직접 씨 뿌리고 자급자족하며 살아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과연 그럴까.
프랑스 통계이지만 전체 사망 중 암이 차지하는 비율은 늘었지만 발생 건수는 줄었다. 도시 공해가 건강에 안 좋다지만 프랑스 인구 77.5%가 도시에 살고 있다는데 1985년 평균수명은 75.3세로 30년 새 7년이나 늘었다. 지은이는 우리가 걱정하는 ‘보이지 않는 위험’은 그리 비밀스러울 것이 없으며, 통계적으로 볼 때 우리의 첫 번째 사망 원인은 우리 자신의 무절제라고 지적한다. 마찬가지로 도시에 살면 의사와 병원이 많아서 치료를 받고 생명을 건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한다. 공중보건이 향상된 것도 평균수명이 더 길어지는 현상의 한 원인이겠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전문가’ 패널이 항상 같은 이유에 대한 설명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공장 조립라인’처럼 운영되는 방송과 신문에서 전문가를 찾을 때는 짧고 간결하게 답하고, 부르면 응답할 수 있다는 조건을 우선 따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신뢰할 만하다는 말은 진실을 알려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 아니라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 중 인터뷰를 수락한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꼬집는다. 출연한 ‘전문가’들 못지않게 유능한 이들이 많은데도 패널 구성이 다양하지 못한 이유는 이걸로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드라마, 광고, 미디어 등 다양한 정보원의 허구성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지은이는 그렇다고 아무것도 믿을 수 없다는 식의 함정에는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귀띔한다. 대신 완벽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건강한 회의주의를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양한 출처의 정보를 수집·비교하면서 항상 반대되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비판정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보의 바다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선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릇된 정보, 편견, 무분별한 여론에 휩쓸리는 걸막는 데 도움이 될 책이다.

너희 정말, 아무 말이나 다 믿는구나!
소피 마제 지음 | 배유선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82쪽 | 1만5000원
글· 김성희(북칼럼니스트) 2016.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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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