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22일 올 하반기부터 공공부문에서 블라인드 채용제와 지역인재 채용할당제를 도입할 것을 지시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이력서의 출신학교, 지역, 신체조건 같은 요인을 보지 않고 채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사진, 성별, 생년월일, 거주지, 출신학교, 학점 등을 기재하는 대신에 채용 예정 직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내용만을 기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2007년 노동부는 스펙을 중시하는 관행을 줄이겠다면서 표준이력서를 개발해 공공부문과 1000인 이상 대기업에 보급했다. 그러나 권고 수준에 머물러 이번에는 보다 실질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제시한 것이다.
블라인드 채용 시 학벌이나 성별, 출신지역을 따지지 않고 해당 직무와 관련된 학교교육이나 직업교육, 기술, 경력, 경험 등의 보유 수준으로 채용 여부를 판단한다. 이를 위해 올해 말 모든 공공기관에 도입되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은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 기술, 소양 등을 산업부문별, 수준별로 체계화한 것으로 현재 9000개에 가까운 세분류가 마련돼 있다.
블라인드 채용제 도입의 정당성은 공적 개입의 사회적 효용과 비용을 따져 판단해야 한다. 출신학교와 같은 정보는 채용 후보자의 특성을 반영하므로 사회적 효용이 있는데, 블라인드 채용의 경우 이런 정보의 사회적 효용이 손실된다. 그러나 실력보다 학벌이나 지연을 중시하는 사회적 편견이 지속적으로 재생산되는 현실에서는 특정 정보가 지닌 사회적 효용보다 사회적 비용이 더 클 수 있다. 그러므로 이를 바로잡기 위한 공적 개입이 필요한 것이다.
블라인드 채용제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해당 기관과 채용 직무의 필요 역량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명확하게 정의하는 제도 설계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채용에 관한 사회적 편견의 재생산을 막으려면 블라인드 채용과 직무 중심 채용 방식이 공공부문에서 민간부문으로 확산돼야 한다. 이미 많은 기업은 자발적으로 학벌이나 출신지역을 고려하지 않고 직무 역량과 조직 적합성을 핵심적인 채용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민간부문의 블라인드 채용을 법적으로 강제하기에 앞서 정당한 차이와 부당한 차별을 구분할 사회적 규범의 형성을 촉진하고 실력 위주의 채용을 지원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편 지역인재 채용할당제는 혁신도시 사업으로 지역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이 신규 채용할 때 지역인재를 30% 이상 채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에 대해 역차별이란 비판도 있지만 이 문제는 국토의 균형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 일자리 기회가 수도권에 지나치게 편중되고, 지방대를 나오면 취업 전선에서 온갖 불이익을 당하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지방 인구의 유출과 수도권 과밀화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공공기관의 지역 이전은 수도권 집중 문제를 완화하고 나라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지만, 현행법상 지역인재 채용이 의무규정은 아닌 탓에 지역인재 채용 실적이 저조한 편이다. 지역인재 신규 채용 비율은 지난해 기준 전체 신규 채용 인원의 13%에 불과했다. 이에 지역인재 채용할당제를 통해 권고사항이었던 지역인재 채용에 강제력을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역차별 논란이 존재하는 만큼 지역 할당제의 기준을 정하되 단계적으로 늘려가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블라인드 채용이 공정한 채용제도의 정착을 저해하는 사회적 편견 해소에 초점을 둔 소극적 노동시장 정책이라면, 지역인재 채용할당제는 지역 일자리 창출에서 지역 교육기관의 구조적 위상을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블라인드 채용과 지역인재 채용할당제는 분리해 병행 추진함으로써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상민 |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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