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과 정말로 다를까? 이에 대한 필자의 답은 ‘다르다’이다.
4차산업혁명위원회까지 출범한 마당에 새삼스러운 질문으로 보이지만 곰곰이 씹어볼 말이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에서 흔히 언급되는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은 모두 3차 산업혁명에서 강조되었던 정보화 기술의 연장선상에 있다.
따라서 과학기술의 변화와 혁신만을 두고 말한다면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에서 강조돼 왔던 정보화 기술이 발전된 것으로 본질 면에서는 다르지 않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와 같이 단순히 과학기술의 발전 측면에 한정지어서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을 파악하기 어렵다. 4차 산업혁명은 과학기술과 함께 사회문화, 특히 교육혁명을 두 축으로 한다.
왜냐하면 4차 산업혁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이 요구되며, 이러한 인재를 키우기 위한 인재 양성 시스템 전반을 함께 고려하지 않고서는 양극화 문제나 인간소외 등의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과연 4차 산업혁명에 적절한 교육패러다임을 준비하고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당연하게도 아니다’일 것이다.
그럼에도 어떤 분들은 어쩌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높은 학업 성취도나 우리나라가 IT강국임을 들어 정보통신기술 역량 면에서는 앞서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는 2016년 조사에서 정보통신기술 문해력을 측정하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문제 해결력 점수’가 OECD 전체 국가 중 31위에 그치는 것으로 보고됐다.
3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디지털 기기를 통해 내가 원하는 정보를 보다 빨리 검색하거나 활용해 문제를 처리하는 능력이 중요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과연 우리 교육은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문제를 발견해낼 수 있는 쓸만한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교육의 방향은 ‘이코톤(Ecotone) 생태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코톤이란 이행대(移行帶)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두 개 이상의 상이한 생태계가 접하는 지역으로, 서로 다른 기후 특성이 존재하다 보니 상이한 생명체의 출현이 빈번한 곳이다.
이코톤 생태계는 이전의 관점과 새로운 관점 그리고 이 두 가지 관점이 융합하면서 변화 생성하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관점이다. 그동안 우리 교육은 정권이 교체할 때마다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했다. 이러한 ‘완전히 새로운’ 변화로는 4차 산업혁명에서 강조하는 교육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의 개별성과 역동성을 수용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코톤 교육생태계는 이전의 관점들을 새로이 대신하기보다는 생태계 구성 요소들 하나하나에 대한 투명성을 보장하면서도 이들 간의 변화를 존중하는 유연한 관점이 요구된다. 이코톤 생태계에서 판단의 기준이 있다면 이들이 과연 혁신적인 사고에 이바지할 수 있는가일 것이다.
흔히들 미래 사회 인재의 필수 역량으로 창의성을 언급하면서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을 언급한다. 문샷 싱킹은 구글에서 제시한 것으로 달을 잘 관찰하기 위해서는 고배율의 망원경을 개발하기보다 달 탐사선을 만드는 게 생산성을 보다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달 탐사선을 통해 달을 보다 생동감 있게 관찰할 수 있으며 여행·자원탐사 등 새로운 부가가치까지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코톤 관점에서 학교 교육과정, 학교 외 비형식 학습활동, 학습지원시스템을 다시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리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일까? 미국의 인구조사에서는 2000년대 초반 기준으로 인종 색깔별로 63개의 인종리스트가 있어 여기에 표기하도록 돼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어떤 젊은이들은 이 리스트에 표기하는 대신 자신을 ‘블랙시칸(Blaxican)’으로 표기한다고 한다. 어머니가 멕시코인이고 아버지는 흑인인 경우를 지칭하는 말이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얼마 전까지도 젊은 세대를 지칭하면서 X세대, Y세대를 이야기했는데, 이제는 Z세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1995년 이후에 태어나 인터넷에 익숙한 시대를 지칭하는 단어인데, 오히려 당사자들은 자신들을 휴대폰에서 주로 사용하는 엄지를 빗대어 엄지족이라고 부른다.
기존에 생각해왔던 관념체계로는 현재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들이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육은 노하우(Know-How)도 노후(Know-Who)도 아닌 왓이프(What-If)를 강조하는 시대로 전환돼야 한다.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이 반드시 옳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류가 강조해왔던 합리성이 만일 틀리다면, 우리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미의 기준이 만일 다른 것이라면…. 우리가 당연시해왔던 것들에 대한 의심과 새로운 사고의 확장을 허용하는 열린 마음만이 예측이 점점 어려워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자산이며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관점에 공감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송해덕 중앙대 글로벌인적자원개발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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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