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십니까."
허리가 구부정한 팔순의 어느 어머님과 젊은 농부의 주고받는 인사에서 활기가 넘친다. 이른 아침 각자 생산한 농산물을 로컬푸드(Local Food) 매장에 진열하러 나온 농부들의 발걸음이 부산하다. 이곳 사람들의 얼굴에서 행복한 표정을 읽을 수 있다.
무엇이 이들의 표정을 이처럼 밝게 만들었을까. 농산물을 팔아 돈벌이가 되어서? 아니면 늙은 나이에도 일을 할 수 있어서일까. 두 가지 다 맞다. 고령의 농민들은 로컬푸드 매장이 생기기 전에는 도회지로 떠난 자녀들이나 가족 먹을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농사를 지었다.
농산물을 팔아 돈으로 바꿀 수 없으니 남는 것은 이웃과 나눠 먹거나 가축 먹이로 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농산물을 깨끗이 손질해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갖고 나온다. 이렇게 농산물을 팔아 손주 용돈과 생활비를 번다. 그러니 로컬푸드 직매장에 나오는 것은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다.
나도 5년 전 도시에서 자영업을 하다 전북 완주군으로 귀농했다. 처음 2년 동안 고추, 들깨, 고구마, 대파, 콩 등을 심었다. 마을 어르신들이 농사 기술을 알려준 덕에 그런대로 수확을 올렸다. 그런데 농사짓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가을 수확기에는 농산물을 팔기 위해 여기저기 지인들에게 전화를 했다. 주문을 받고 배달하고 남는 농산물을 손질해 공판장에 내고 나면 녹초가 되기 일쑤였다. 그나마 시세라도 좋으면 다행인데 작업비도 나오지 않을 때가 더 많았다.
역귀농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 즈음 완주군에서 로컬푸드 직매장을 개설하기 위해 직매장 교육과 선진지 견학을 했다. 일본의 직거래 장터를 눈으로 확인하고 전문가 교육을 받으며 우리 농업도 '직거래 활성화가 살길'임을 확신했다. 마음을 가다듬었다. 농사도 좋지만 지역 농민들이 키운 농산물을 수매해 가공·판매하기로 생각을 바꿨다. 완주 지역에서 생산되는 콩과 친환경 쌀을 수매해 쌀두부를 만들었다. '당일 생산, 당일 판매' 원칙으로 로컬푸드 직매장에 농산물을 납품한 지 어느덧 3년이 지났다. 이젠 학교 급식용으로도 납품하고 비록 적은 양이지만 인터넷 판매도 시작했다.
로컬푸드 매장이 생기면 지역 농산물을 지역에서 많이 소비하게 된다. 지역 농민들은 더 좋은 품질의 농산물과 새로운 농산물 생산에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니 다른 지역 농산물보다 품질이 좋고 다양한 농산물이 나온다. 가끔은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로컬푸드 매장에 진열되기도 한다.
새로운 농산물 재배에 도전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처음 재배하는 작물이다 보니 실패할 확률이 높다. 다양한 로컬푸드로 직매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런 농민들의 실패를 정부나 지자체가 적극 보듬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 학교나 공공기관 등에서 지역 농산물을 적극 이용하도록 했으면 한다. 또한 지역의 병원이나 기업들도 지역과 상생하는 차원에서 지역 농산물을 애용해주면 농민들의 시름이 줄어들 것이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농업은 생명을 다루는 산업이다. 농업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 그 시작은 로컬푸드에 있다.

글 · 김민(구암쌀두부 영농조합법인 대표) 201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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