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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탁구 경기장에 태극기 세 개가 펄럭였다

▶8월 30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체육관에서 열린 2020 도쿄패럴림픽 남자탁구 개인전(TT1)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주영대(왼쪽에서 두 번째), 은메달리스트 김현욱(왼쪽), 동메달리스트 남기원(오른쪽)이 서로 축하하고 있다.│연합

탁구 주영대·김현욱·남기원, 금·은·동 싹쓸이
‘한국의 날’, 시상대에 선 세 명의 표정은 환했다. 움직임이 극도로 제한된 탁구 장애 1등급. 탁구채를 잡기도 힘들어 붕대로 칭칭 동여맸다. 경추 손상을 입어 휠체어를 고정시켜 치는 경우도 있다. 땀 분비도 이뤄지지 않는 한계 상황이지만 공에 스핀을 넣고, 좌우 곳곳을 찌르는 이들의 모습에 장애는 없었다.
우리나라 장애인 탁구대표팀의 주영대(48·경남장애인체육회·세계 1위)가 8월 30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체육관에서 열린 도쿄패럴림픽 남자탁구 단식(TT1) 결승에서 김현욱(26·울산장애인체육회·세계 5위)을 세트 스코어 3-1(11:8/13:11/2:11/12:10)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 우리 선수단 첫 금메달을 수확한 주영대는 후배 김현욱과 태극기를 펼치며 기쁨을 만끽했다.
동메달을 딴 남기원(55·세계 3위)을 포함해 ‘탁구 3인방’은 시상대에 나란히 섰고 도쿄패럴림픽 누리집의 방송해설자는 “비장애인 탁구의 중국과 같다”고 평가했다.
장애 1급 탁구는 이번 패럴림픽 1~11급 가운데 가장 장애가 심한 선수들이 경쟁한다. 허미숙 대한장애인탁구협회 사무국장은 “손으로 생수병 뚜껑 따기도 힘들어한다. 땀 배출도 되지 않아 반드시 에어컨 시설이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영대, 김현욱, 남기원이 세계 톱5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는 이 종목의 최강자다. 동계올림픽의 쇼트트랙이나 하계올림픽의 양궁처럼 국내 선발전 통과가 올림픽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주영대(오른쪽)와 김현욱│대한장애인체육회

“비장애인 탁구의 중국과 같다”
스포츠를 좋아했고 체육교사를 꿈꾸며 경상대 체육교육학과에 입학했던 주영대는 1994년 여름 교통사고로 절망에 빠졌다. 이후 4년간 집 밖에 나오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컴퓨터 웹디자이너로 새로운 삶을 내디뎠고 2008년 장애인복지관에서 재활운동으로 탁구를 접한 뒤 2014년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경남장애인탁구협회 사무국장 등 장애인 스포츠 행정가로 활동한 그는 결국 두 번의 패럴림픽에서 연속해 메달을 따냈다.
은메달을 목에 건 김현욱 역시 2011년 낙상 사고 뒤 탁구를 시작했다. 포핸드 드라이브가 장기인 그는 빠른 속도로 성장해 2018년 세계장애인탁구선수권 금메달을 따냈고 첫 패럴림픽 도전 무대에서 예선, 8강전, 4강전에서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을 펼쳤다. 마지막 관문에서 선배 주영대에게 막혔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남기원까지 우리나라 선수가 금, 은, 동을 싹쓸이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장애 1급 탁구는 1972년 하이델베르크 패럴림픽에서 첫 금메달(송신남)을 일군 뒤 우리나라 장애인 탁구의 대표 종목이다. 이번 금메달은 이해곤의 2000년 시드니패럴림픽 금메달 이후 21년 만의 개인 단식 금메달이다. 리우 대회에서 은메달(주영대), 동메달(남기원)을 따냈고 이번에 1995년생 에이스 김현욱이 가세하면서 더 강해졌다.
허미숙 사무국장은 “국내 선수들이 워낙 강한 종목이어서 공을 네트 가까이에 떨어뜨리는 ‘테트라’ 기술 등은 세계 표준이 됐다. 공을 잡기도 힘든 선수들이 대단한 일을 해냈다”며 기뻐했다.

김창금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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