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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자전거로 나누는 회사 약속의 자전거

5년 전 어느 날 인천에서 경상도까지 200km 넘는 거리를 자전거로 내달렸다. 차로 움직여도 먼 그 길을 자전거와 두 다리만으로 움직인 스스로가 대견했다. 그리고 2년 뒤 랜도너스(비경쟁 장거리 레이스)를 완주했다. 문득 자전거 달리기가 살아가는 과정과 다르지 않구나 싶었다. 오히려 자전거를 타면서 ‘살아내는 힘’을 배웠다. 이 힘을 더 많은 사람이 기를 수 있다면 어떨까. 오영열 대표의 작은 바람은 ‘약속의 자전거’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책을 읽거나 강연을 들으면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잖아요. 그런데 그 싸움을  해본 적은 없더라고요. 자전거 종주를 하면서 처음 경험했고 깨달았죠. ‘아, 이게 진짜 나와의 경쟁을 증명하는 레이스구나’. 다른 청년들과 이 과정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목적으로 회사를 꾸렸어요.”

오영열 대표가 서울 은평구에 있는 자전거 수리 공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영열 대표가 서울 은평구에 있는 자전거 수리 공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영상미디어

오 대표는 랜도너스에서 영감을 얻어 ‘100km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최대 20명이 100km를 자전거로 쉼 없이 이동하는 프로젝트로, 참가자들이 여정에서 한계를 맞고 포기하려는 순간을 넘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취지다. 오 대표는 벅찬 감정이 서린 완주자의 얼굴을 볼 때마다 회사를 꾸린 이유를 다시 떠올린다고 했다. 자전거를 통해 누군가와 가치를 나누고 더 나아가 유익한 자전거 문화를 조성하는 것.
프로젝트를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 포스터 홍보를 하던 중 생각하지 못했던 문의가 들어왔다. ‘자전거가 없는데 참여할 수 있나요?’ 새 사업 모델이자 프로그램을 구상하는 계기가 됐다.

“자전거를 사줄 수도 대여하라고 할 수도 없었어요. 마땅한 대안을 못 찾고 있는데 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어요. 서울시에서 한 해에 버려지는 자전거만 몇 만 대라고 하더라고요. 이걸 고쳐 쓰면 되겠다는 생각에 자전거 리사이클링을 고안해냈지요.”

자전거 리사이클링은 폐자전거를 분해하고 녹슨 부분을 제거한 뒤 재결합하고 도색을 거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재활용이다. ‘약속의 자전거’는 서울 은평구 자전거 수거 용역업체에 선정돼 해당 지역 자전거를 수거할 수 있다. 100대 중 20~30% 정도만 복구 가능하다. 안전성 측면에서 새 부품으로 교체하는 경우도 있지만, 재활용 의의를 살리고자 가급적이면 기존 부품을 활용한다는 게 오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자전거 리사이클링을 교육 콘텐츠로 만들어 가르치기도 한다.

사회문제 알리는 자전거 캠페인도

“창업하고 얼마 안 돼서 노신사 한 분이 찾아오셨어요. 저소득층 아이 한 명을 데려올 테니 자전거를 만들어줄 수 있겠냐고 물으셨어요. 저희가 만들어주는 것보다 그 아이가 직접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더 의미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리사이클 커리큘럼을 구체화했고 그게 알려지면서 학교 측에서 교육을 요청해왔어요. 학생 개인에게 교육비를 받지 않고 학교나 교육청과 계약해 교육을 나누고 있어요.”

오 대표가 약속의 자전거를 자전거 문화공간이자 자전거 문화교육회사라고 하는 건 이 때문이다. 리사이클링 교육뿐 아니라 자전거 타는 방법, 자전거 안전 교육, 자전거를 타면서 부딪치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 등 자전거에서 비롯된 모든 것을 알려준다.

자전거와 사회문제를 결합해 문제의 위험성을 알리고 해결하려는 목적의 ‘소셜 라이딩’ 프로그램도 있다. 일종의 나눔 활동으로 수익 모델이 아닌 캠페인이다.

사회문제의 위험성을 알리고 해결하려는 목적의 ‘소셜 라이딩’ 캠페인 현장

사회문제의 위험성을 알리고 해결하려는 목적의 ‘소셜 라이딩’ 캠페인 현장 약속의 자전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기부 라이딩을 한 적 있어요. 봉사활동으로 방문한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에서 피해자 할머니들을 통해 들은 과거가 제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참담했어요. 그곳에 사람들이 많이 올수록 그 이야기를 널리 알릴 수 있다고 생각했죠. 서울에서 경기 광주까지 자전거 라이딩을 할 사람들을 모았어요. 참가비 최소 1만 원을 받았고 모든 금액은 피해자 할머니들께 기부했어요. 자전거나 헬멧에 노란 리본을 매고 팽목항까지 함께 달린 적도 있고요.”

약속의 자전거의 ‘약속’은 여기 구성원의 의지를 상징한다. 오 대표를 포함한 네 명은 저마다 맡은 역할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자전거 타기, 정비하기, 제작 및 디자인하기, 연구하기가 그 역할이다. 이들의 활동을 두고 일각에서는 기업으로서 해야 할 이윤 추구가 가능한지 우려하지만 오 대표는 확고하게 답한다.

“기업이기 때문에 1순위로 추구하는 건 수익이에요. 하지만 0순위는 의미 있는 문화 만들기예요. 회사가 3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지금 보면 ‘우리 돈 벌자, 돈부터 벌어야 한다’고 강조하지 않고 ‘많은 사람에게 좋은 가치를 나눠주자’고 하니 수익이 계속 늘더라고요. 창업 이후 한 달간은 2만 원 벌었는데 말이죠.”

오 대표는 요즘 약속의 자전거가 만든 재활용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청년들을 이전보다 많이 본다고 했다. 그가 약속하는 그리고 꿈꾸는 ‘자전거로 만드는 세상’은 이미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이근하 위클리 공감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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