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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은퇴 전 여가 성향 파악, 은퇴 후 합리적 투자 필요

많은 퇴직자가 갑작스럽게 늘어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난감해한다. 적절한 여가활동을 즐기며 생활의 활력을 찾기도 하지만 때론 무의미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은퇴 전부터 자신의 여가 성향을 진단해보고 여가활동에 익숙해지는 기간이 필요하다.

 

‘여가’에는 여행·운동·문화 등을 통한 적극적 활동과 휴식·산책 등과 같은 소극적 활동이 모두 포함된다. 바쁜 일상에서 짧은 시간을 활용한 여가활동은 스트레스 해소와 재충전의 기회가 된다. 대다수의  예비 은퇴자가 은퇴하면 자유로운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안락한 시간도 늘어나리라 생각하지만 기대와 현실은 괴리가 있다.

통계청의 2015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가 가장 하고 싶은 여가활동은 관광활동(51.1%)인 데 반해 대부분이 TV 및 DVD 시청(83.1%)을 하며 휴일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75.5%가 문화생활 경험이 없으며, 24.5%만이 지난 1년간 공연, 전시 및 스포츠를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가 비용에서도 드러났다. 국민의 월평균 여가 비용은 13만 6000원으로 조사됐지만 60대는 12만 4000원, 70대 이상은 7만 8000원으로 나타났다(문화체육관광부, 2016 국민여가활동조사).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여가 비용이 줄어들며 70대 이상은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고령자의 시간과 건강, 경제적 여유, 여가 패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안국역에서 봉사활동하는 한중남 씨

▶ 안국역에서 길 안내를 하는 한중남 씨는 봉사활동으로 노후생활의 활력을 찾았다. ⓒ선수현

막연히 놀겠다 생각 금물, 구체적  여가 계획 필요

얼마 전 정년퇴직을 한 김영규(가명·56) 씨는 은퇴 후 여행을 하고 인생을 즐길 계획이었다.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아내는 친구들과 놀러 다니기 바빴다. 오히려 그런 아내에게 자신이 짐처럼 여겨질 것 같아 걱정되기까지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처음 두 달은 충분히 쉬면서 그동안 못 봤던 TV도 실컷 봤다. 하지만 점점 시간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앞으로 30년은 더 살 텐데 시간을 이렇게 보낸다면 여생이 너무 아까울 것 같다”고 말하는 김 씨.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 며칠 전부터는 건강을 위해 가까운 산에 오르고 있다. 그는 기대했던 은퇴생활과는 다른 현실에 허전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고 했다.

노후의 여가활동을 위해서도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김 씨처럼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경우 시간 관리에 실패하기 마련이다. 서울노인복지센터 윤효정 과장은 “50~60대는 상대적으로 건강하고 자신이 노인이라는 인식이 낮다”며 “여가활동보다 구직이나 교양활동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놀아본 사람이 잘 놀 줄 아는 법이다. 은퇴 전부터 문화생활을 접해보거나 실행 계획을 세워야 노후에 주어진 시간을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다. 또 은퇴 후 함께 여가활동을 즐길 상대와 시간을 보내는 예행연습 기간도 필요하다. 요즘은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사람들과 즐겁게 소통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안국역에는 노란 조끼를 입은 시니어 봉사자들이 있다. 이들은 서울노인복지센터 봉사 동아리 소속으로 인사동·삼청동·북촌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지역 일대를 안내해준다. 오전에는 봉사활동을 하고 오후에는 봉사활동에 필요한 길 안내, 관광지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는다. 간단한 외국어 공부도 겸한다.

한중남(74·사진) 씨는 중국에서 귀화한 동포로 중국어가 유창하다.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지하철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기도 한다. 한 씨는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한다”고 말했다. 일본인 관광객에게 말을 거는 정은일(80) 씨. “니혼진데스까? 고찌로(일본인이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스고이(대단해요)” 그는 일본인들에게 주변에서 관광할 만한 곳을 추천했다. “나이가 들면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일본어를 배워 봉사를 시작했다. 하루 두 시간씩 안내하는데 관광객도 나도 즐겁다”며 만족해했다. 함께 일하는 조징구(77) 씨는 젊은 시절 일본에서 생활해 일본어를 할 수 있다. 은퇴 후에는 자기계발 차원에서 중국어도 배웠다. 아직 유창하지는 않지만 관광객과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쌓아온 것을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규칙적으로 활동하니 건강에도 좋고 외국어 연습도 할 수 있다. 젊은 사람과 대화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여기서는 많은 사람이 먼저 말을 건다”고 말했다.

진순자 할머니

▶ 피아노를 통해 인생의 즐거움을 뒤늦게 찾았다는 진순자 씨가 ‘소녀의 기도’를 연주하고 있다. ⓒ선수현

새로운 배움, 뒤늦게 찾은 인생의 즐거움

컴퓨터를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권정수(75) 씨는 더듬더듬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게 됐다. 컴퓨터가 일상화되고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는 것을 보며 자신이 뒤처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났을 때도 약초에 관심이 많은 그는 토사자의 사진과 효능을 검색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모르는 것을 찾기 위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일일이 찾아봤다. 도서관을 오가기 불편했는데 컴퓨터를 배우니 쉽게 검색되고 시간도 아낄 수 있어 참 편리하다”고 권 씨는 말했다. 인터넷에 입문하자 몰랐던 세상이 열린 기분이었다. 왜 진작 배우지 않았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진순자(75·사진) 씨는 실버 피아니스트다. 지난 3년 동안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꾸준히 피아노를 배웠다. 피아노는 노년의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는 “우리 어린 시절에 피아노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때는 아무나 배울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피아노를 배우는 게 지금도 꿈만 같다. 피아노를 배우는 시간이 매일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피아노를 치면서 몸에 변화도 생겼다. 손가락을 모두 사용하니 악력이 생기고 평소 잘 사용하지 않던 손과 발의 근육도 단련되는 듯하다. 악보에 집중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진 씨는 즉석에서 ‘소녀의 기도’를 연주했다. 악보를 다 외웠는지 곡이 끝날 때까지 한 차례도 보지 않았다. 서툴지만 연습량이 엿보였다. 그는 건반 하나하나를 누를 때마다 설렌다고 했다. “처음에는 새로운 걸 배운다는 사실이 망설여졌으나 지금은 피아노가 인생의 즐거움이 됐다”고 말하는 진 씨는 각종 공연, 문화제에서 연주하기도 한다. 무대에서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연주를 마치면 터져 나오는 객석의 박수 소리에 희열을 느낀다. 요즘은 피아노에 이어 판소리에 도전하며 또 다른 취미를 만들고 있단다.

여가활동은 건강한 삶에 필수 요소다. 적극적인 활동이든 소극적인 활동이든 우선 자신의 성향에 맞는 여가 패턴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단체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활동은 노후의 복병인 외로움을 덜 수 있는 방안이 된다. 봉사활동이나 재능 나눔활동은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며 자아실현도 가능하게 한다. 젊은 시절 가졌던 특기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평소 관심만 가졌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방법도 있다. 요즘은 시니어 여가활동에 대한 지원이 활성화되어 있다. 정부에서는 지자체 복지관, 전담기관 등과 연계해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아는 만큼 즐거운 노후생활을 누릴 수 있다. 노후에 주어진 시간을 취미생활, 봉사활동, 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의미 있게 활용하고 인생의 선배로서 사회에 이바지하는 기회로 삼아보자. 


노인자원봉사 활성화 지원 정책

정부는 고령자의 경륜을 사회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노인자원봉사 활성화’를 통해 이들의 적극적인 사회참여와 인적자원 활용을 추진하고 있다.
- 전문 노인자원봉사 프로그램 지원 위탁사업 수행기관을 선정해 은퇴 노인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한 전문적인 봉사활동을 활성화하는 전문 노인자원봉사 프로그램 지원(전문 노인자원봉사 프로그램 개발·보급, 전문 노인자원봉사단 선정 및 지원 업무 수행)
- 대한노인회 노인자원봉사센터 지원 노인자원봉사클럽 운영 지원 및 노인자원봉사자 교육, 대외 홍보,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축, 노인자원봉사 홈페이지 운영 등 노인자원봉사 활성화 지원(경로당 중심의 노인자원봉사클럽을 조직·운영해 월 2회 이상 활동 시 운영비 지원)
- 전국노인자원봉사대축제 개최 노인자원봉사자 간 교류 활성화 및 노인자원봉사활동에 대한 다양한 정보 공유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매년 하반기 노인자원봉사클럽 및 봉사단 소속 자원봉사자와 관계자, 수행기관 실무자가 참여하는 전국노인자원봉사대축제 개최(우수 자원봉사자 시상, 노인자원봉사 프로그램 우수사례 발표, 노인자원봉사 리더십 교육, 노인자원봉사단 공연, 포토 스토리 및 영상 공모전 전시 등의 행사 진행)
문의 : 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 044-202-3478


선수현 |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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