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보기만 해도 힐링’이란 말에 가장 어울리는 대상은 귀여운 동물이다. 동물과 교감하며 마음에 안정을 찾았다는 사람들의 사례가 많아지면서 동물매개치유는 새로운 심리치료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동물과 함께하는 힐링을 체험할 수 있는 제2기 ‘동물매개치유 문화교실’ 지난 6월 2일 열렸다.
“강아지도 웃을 수 있어요?”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은 무슨 뜻이에요?”
6월 첫 번째 주말인 6월 2일, 전북 전주에 있는 농업과학도서관에 아이들의 즐거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날 열린 수업에는 동물과 따뜻한 유대관계를 만드는 법을 배우러 직장인, 교사, 학생 등 총 38명이 참가했다. 동물매개치유 문화교실은 농촌진흥청이 동물매개치유의 가치를 알리고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 확산을 위해 지난 3월 십1일 첫 수업을 시작했다.
동물매개치유는 동물이 갖고 있는 치유의 힘을 보다 과학적으로 체계화해 사람의 치료에 적용하는 보완 대체의학이다. ‘펫 테라피’ 또는 ‘애니멀 테라피’라고도 한다. 동물매개치료는 다른 치료보다 치료 대상자가 더 능동적이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다. 치료 과정에서 동물이 치료사와 환자 간의 관계가 보다 긴밀하게 형성되도록 유도할 수 있고, 치료 효과를 향상시키는 촉매재로도 작용한다.
인간은 동물을 쓰다듬기만 해도 행복 관련 호르몬 수치가 증가한다. 미국 미주리대학 수의학교 존슨 박사팀이 십5분간 반려견을 쓰다듬는 그룹과 같은 시간 동안 장난감 로봇개를 쓰다듬는 그룹으로 나누고 활동 후 세로토닌 분비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 장난감 로봇개와 활동한 그룹에서는 세로토닌 증가가 없었으나 반려견을 쓰다듬은 그룹에서는 세로토닌 분비가 증가했다.
동물매개치료 심리 안정에 도움돼
동물매개치료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미국 뉴욕데일리뉴스는 9·11 테러 당시 ‘티크바’라는 이름의 치료도우미견의 활약상을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세계무역센터 붕괴 지점인 ‘그라운드 제로’에서 작업 중이던 구조대원들의 심적 고통을 티크바가 크게 덜어줬다는 내용이다. 티크바 외에도 많은 치료도우미견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받는 생존자와 유가족을 위로해 그들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는 데 큰 도움을 줬다.
동물매개치료는 최근 국내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친구들과 선생님을 잃은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심리치료를 위해 4개월 된 골든리트리버 ‘단이’와 ‘원이’가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했다. 학생들은 ‘핫도그’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단이와 원이의 사료 주기, 함께 산책하기, 목욕시켜주기 등을 직접 챙기며 정서적 안정을 되찾았다.


▶ 6월 2일 전북 전주 농업과학도서관에서 열린 동물매개치유 문화교실에 참가한 사람들이 동물과 교감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 국립축산과학원 ⓒ 이용숙
동물매개치유 문화교실도 단원고 학생들이 했던 활동과 유사하게 진행됐다. 시츄, 골든리트리버 등 치유도우미견 여섯 마리와 앵무새, 페럿 등 다양한 동물이 수업 도우미가 됐다. 동물과 교감하는 시간에 앞서 한국동물매개심리치료학회 소속 동물매개심리상담사가 참가자들에게 동물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큰 소리로 말하지 않기, 머리를 앞에서 만지지 않기 등을 설명한 후 치유동물과 참가자가 직접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동물과 눈을 마주치는 것을 시작으로 뽀뽀하기, 빗질하기, 안아주기, 먹이주기 등 간단한 활동을 통해 감정을 나눴다.
이날 수업에 참가한 사람들 중 단연 아이들의 호응이 좋았다. 동물매개심리상담가가 설명을 할 때는 지루한 기색을 숨기지 않던 아이들이 동물과 교감을 시작하자 눈에 띄게 말이 많아졌다. 이름을 부르고 먹이를 주면서 동물의 반응을 조심스레 살펴보는 아이들의 눈에는 즐거움과 평온함이 공존했다. 아이를 데리고 수업에 참여한 윤지성(3십9) 씨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윤 씨는 “평소 좋든 싫든 내색을 잘 하지 않던 아이가 강아지와 노는 것을 이렇게 좋아하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동물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참가자들은 어떻게 감정을 표현하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기쁨이나 행복, 즐거움 등 긍정적인 감정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표현한다고 말하는 반면 우울, 스트레스, 긴장 등 부정적인 감정은 속으로 삭히는 경우가 많다고 대답했다. 수업을 진행하던 안상현 아이본소아청소년과 원장은 “많은 한국인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풀지 못해서 쌓아두고 지내는 사람이 많다”며 “부정적인 감정은 쌓아두면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은 동물매개치유 문화교실을 올해 9월, 십1월 2회 더 진행할 예정이다. 동물매개치유 문화교실에 참가하려면 국립축산과학원 기술지원과(063-238-7205)로 문의하면 된다. 오형규 농촌진흥청 기술지원과장은 “앞으로 반려동물뿐 아니라 가축을 활용한 다양한 동물매개치유 모델을 발굴하고 확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물매개치료, 탐나는 교육프로그램이에요”

동물매개치유 문화교실 참가자 이용숙(5십·죽산초 교사) 씨
수업에 어떻게 참가하게 됐나?
평소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관심이 많다. 우리 학교는 학생 수가 약 5십명 정도라 가족적인 분위기다. 동물매개치유가 아이들 정서 발달에 좋다는 사실을 알게 돼 3학년, 5학년, 6학년 학생들과 함께 참석했다
수업 내용 중 인상 깊었던 것은?
소아과 의사선생님의 강연이 기억에 남는다. 사회적으로 받은 상처를 동물로 치유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요즘 소아우울증도 많은데 아이들의 경우 동물 치료로 많이 호전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아이들의 반응은?
감정 표현에 서툰 아이들이 많다. 수업 중 강아지, 고양이, 페럿, 앵무새 등 다양한 동물이 등장했다. 자기 이야기를 잘 하지 않던 아이들이 귀여운 동물들을 보자마자 표정이 밝아지면서 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짧은 시간 안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 놀랐다.
수업에 참가한 소감은?
평소 아이들이 감정 표현을 많이 하도록 유도하는 편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들의 변화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이 수업을 꾸준히 하면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상대방의 행동을 보면서 원하는 것, 감정 등을 섬세하게 파악할 수 있는 데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에서 동물을 기르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아이들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데 동물들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려동물 시대 ‘동물권’ 새 화두로
만혼과 저출산·고령화로 1인 가구가 늘면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팸족’이 천만 명을 넘어섰다. 펫팸족이 늘어남에 따라 반려동물의 복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2014년 9월 19일 서울 건국대학교 민주광장 잔디밭에서 ‘애견 한마당’에 참가한 보호인과 반려견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뉴시스
2016년 TV로 공개된 ‘강아지 공장’은 동물권을 짓밟은 인간의 행태를 여실히 보여줘 적잖은 충격을 던졌다. 비위생적이고 좁은 환경에 모견 3백마리를 가두고 강제 임신, 새끼 불법 판매, 불법 마약류를 사용한 제왕절개 수술을 행하는 모습을 본 많은 펫팸족이 분노하면서 동물권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는 이런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2천십7년 3월 2십1일 동물 학대 및 유기 행위 처벌기준을 상향하고 반려동물 관련 영업자 및 소유자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됐고, 동물을 유기한 소유자는 과태료가 백만 원에서 3백만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동물을 판매하거나 죽일 목적으로 포획하는 행위, 도박 목적으로 동물을 이용하거나 상품이나 경품으로 동물을 제공하는 행위, 영리를 목적으로 동물을 대여하는 행위 등이 금지 행위에 추가됐다. 반려동물을 등록하지 않은 사람, 외출 시 목줄이나 인식표를 채우지 않은 사람, 반려견의 배변을 즉시 수거하지 않은 사람 등을 신고할 경우 포상금을 지급하는 내용도 신설됐다.
동물 복지와 관련해 많은 내용이 개정안에 담겼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동물 살해 전면 금지, 동물 생산법 사육관리기준 강화, 반려동물 생산등록제, 피학대동물 긴급격리조치 등 동물보호단체가 주장한 내용이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향후 국회, 관계부처, 지자체, 동물보호단체 등과 지속적이고 심도 있는 협의를 거쳐 합리적인 방법으로 입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동물권 신장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반려동물과의 공존을 위해 ▲동물의료협동조합 등 민간동물 주치의 사업 활성화 지원 ▲반려견 놀이터 확대 ▲반려동물 행동교육 전문 인력 육성 및 지원센터 건립 ▲유기동물 재입양 활성화 추진 ▲길고양이 급식소 및 중성화 사업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긴 ‘반려동물이 행복한 대한민국 5대 핵심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유기견 ‘토리’를 입양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3월 2십2일 동물보호단체와 동물권 향상을 위한 정책 협약식을 갖고 동물권 향상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협약 내용에는 ▲동물 복지 확보 및 효과적인 위험관리를 위한 방역 정책 수립 ▲반려동물 복지 향상 실현 ▲실험동물의 복지를 위한 규제 및 실험자 의무 강화 ▲야생동물 보호정책 강화 ▲전시동물 시설의 관리기준 강화 ▲인간과 동물의 생태적 공존 실현을 위한 기반 마련과 행정 정비 적극 검토 등이 포함됐다.
동물권리 보호에 적극적인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동물보호단체의 기대가 크다. 황동열 팅커벨 프로젝트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임기 내 유기견 수를 5만 마리 이하로 줄인다는 공약과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및 중성화 수술 지원이 실현되길 바란다”며 “정부가 최선을 다해서 하루라도 빨리 유기견묘의 안락사 문제와 길고양이와 사람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힘써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장가현|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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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