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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문재인 시대’, 개혁을 위한 협치 나서라

역대 어느 정권도 개혁을 내세우지 않은 정권이 없다. 그러나 ‘문재인 시대’ 만큼 개혁이 절체절명의 과제로 다가온 적은 없다. 새삼 지적할 필요도 없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국가 시스템이 붕괴되고, 그로 말미암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도처의 폐해가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원칙과 상식이 실종된 ‘길 없음’의 시대, 그 암울한 아포리아의 시대는 이제 종막을 고해야 한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10일 취임선서 행사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 을 통해이 같은 뜻을 밝히며 ‘국민통합 대통령’, 다시 말해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될 것을 다짐했다. 취임 첫날인 5월 10일 국무총리를 비롯한 새 정부의 주요 인선을 언론에 직접 발표했고, 야당을 찾아가 대화하며 국정 동반자로 삼을 것임을 알렸다. 이전 정권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파격적인 소통과 통합의 행보다. 

새로운 정치의 희망을 만들어가려는 대통령의 노력은 평균적인 국민의 눈에도 보인다. 그런데 저주에 가까운 말을 퍼붓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 원로 논객이라는 이는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에게 “자살하지 말라”는 ‘막글’을 남겼다. 그런가 하면 대학 강의를 하면서 ‘안면인식 장애’ 운운해 논란을 낳은 정치평론가라는 사람도 있다. 시대가 변하고 정치 환경이 변했다. 그럼에도 ‘과시적’ 반대랄까, 비판을 위한 비판을 일삼는 이들이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언제까지 고립된 섬 갈라파고스에 갇혀 정치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인가.
    
막비왕토 막비왕신(莫非王土 莫非王臣). 절대 왕조시대에는 왕의 땅이 아닌 곳이 없고, 왕의 신하가 아닌 사람이 없다. 권력을 사유화한 이전 정권을 떠올려보면 우리는 마치 그런 시절을 산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 ‘비정상’에 길들여져 스스로 ‘노예 백성’이라도 된 것인가. 정작 간언이나 충언이 필요할 때는 쓴소리 한마디 못하던 이들이 지금 ‘입바른’ 소리를 하고 있다. 다양한 의견이 존중받는 시대다. 하지만 적어도 지식인으로서 행세하려면 말도 글도 최소한의 금도를 지켜야 한다. 벽에나 대고 혼자 중얼거려야 할 법한 망령된 말을, 일기장에나 씀직한 불길한 문자를 함부로 쏟아내는 만용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야말로 적폐가 아닐 수 없다.  
   
국민통합은 시대정신이다. 그것은 대통령 혼자 이룰 수 없는 어려운 과제다. 문 대통령은 41.1%의 득표율로 대승을 거뒀지만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은 과반에 30석이 모자라는 120석이다. 쟁점 법안 통과 선인 180석에 미치지 못한다. 여소야대 상황으로 국정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협치가 필요한 이유다.

민주주의는 투쟁을 통해 얻는 것이지만 투쟁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정치의 본질은 공존이다. 성숙한 민주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대화와 타협, 화해와 포용의 정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원칙 없는 협치는 약이 아니라 독이다. 협치는 어디까지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협치, 개혁을 견인하기 위한 플랫폼으로의 협치여야 한다. 개혁의 대상과 손을 잡는 것은 역사의 퇴보다. ‘보수’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보수와는 거리가 먼 ‘보수의 적’이 얼마나 많은가. ‘보수의 원조’로 통하는 영국의 정치사상가 에드먼드 버크는 〈프랑스 혁명에 관한 성찰〉이라는 책에서 보수를 이렇게 정의했다. “보수는 혁명을 반대하는 것이지 개혁과 쇄신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쇄신만이 보수를 보수답게 만든다.” ‘보수’를 자임하는 이들은 넘쳐나지만 이런 기준에 들어맞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문 대통령은 다자 대결구도에서 4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대구·경북·경남, 세 곳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1위다. 2030세대와 4050세대에서 확고한 우위를 지켰다. 보수 성향이 강한 부산·울산·강원에서 득표율 수위를 차지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지역과 이념, 세대를 아우르는 첫 ‘통합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정치 에너지를 선한 방향으로 활용하면 여소야대를 뛰어넘어 강력한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시대, 적폐청산은 개혁의 동의어다. 적폐청산 없이는 진정한 통합이 이뤄질 수 없다. 시대정신을 외면하거나 우회하려 해서는 안 된다. 개혁과 통합, 그것은 지금도 국민의 가슴속에 타오르고 있는 촛불의 정신이다. 이제 희망이 시작됐다.

 

김종면_서울여자대학교 겸임교수

김종면 | 서울여자대학교 국문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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