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폐산업시설인 마포 석유비축기지가 휴식과 문화 공간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1970년대 석유파동을 기점으로 건설된 지 41년 만이다. 기존 다섯 개의 탱크와 해체된 철판으로 신축한 탱크는 공연장, 전시장, 이야기관이 됐다. 석유 대신 문화가 가득 찬다는 뜻의 ‘문화비축기지’다.

▶ 유류탱크에서 해체된 철판을 재활용해 조립한 신축 건축물 T6 ⓒC영상미디어

▶ 석유비축기지가 문화비축기지로 변신하는 가운데 탱크 원형을 그대로 보존한 T3 ⓒC영상미디어

▶ T2 상부에 마련된 야외무대, 공연이 없을 때면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된다. ⓒC영상미디어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 매봉산이 에워싼 곳에 ‘문화비축기지’가 있다. 마포 석유비축기지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사실 몰랐다. 상암동 회사를 매일같이 출퇴근하면서도 ‘이런 곳이 있었나?’ 싶었다. 하지만 반가웠다. 석유 대신 문화로 가득 찬 도시 속 휴식 공간이 하나 더 늘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마포 석유비축기지가 문화비축기지로 41년 만에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석유비축기지는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국내 경기가 출렁이자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건설된 곳이다. 다섯 개 탱크를 건설해 서울시민이 한 달 정도 소비할 수 있는 양인 6907만 리터의 석유를 비축했다. 일반인의 접근을 철저히 통제하는 1급 보안시설로도 지정됐다.
석유비축기지가 문제로 떠오른 것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였다. 월드컵경기장을 건설하며 경기장 서쪽의 석유비축기지는 위험시설로 지적됐다. 비축했던 석유는 경기도의 한 저장소로 옮겨졌고 2000년 기지가 폐쇄되며 축구장 20개 면적의 넓은 부지가 10년 넘게 방치됐다.
공간 활용에 대한 아이디어는 시민에게서 나왔다. 2013년 진행한 시민 아이디어 공모에서 기존 석유 탱크를 문화 공간으로 ‘재활용’하는 방안이 제기됐다. 설계·시공을 시민이 주도하기로 했고 협치형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운영도 시민에게 맡겨졌다. 축구장 20개와 맞먹는 14만 22㎡의 부지는 시민이 공연장, 장터, 피크닉 같은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수 있게 개방됐다. 높이 15m, 지름 15~38m의 기존 유류 보관 탱크는 시민이 활용할 수 있는 공연장, 강의실, 이야기관 등으로 변신했다. 탱크를 해체하며 생긴 내외장재는 신축 건물에 재활용돼 카페테리아, 원형 회의실, 다목적 강의실 등이 됐다.
시민 주도형 재활용 문화 공간
산업 유산의 재생으로 구축된 공간인 문화비축기지는 그 특색이 살아난 건강한 공간이 됐다. ‘친환경’ 요소를 담아 환경과 재생의 의미를 생각하는 공간이 된 것. 기지 내 모든 건축물은 지열을 활용한 재생에너지를 통해 냉난방을 해결한다. 화장실 대소변기와 조경용수는 각각 중수처리시설과 빗물저류조를 통해 생활하수와 빗물을 재활용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과거 상암동이 갖고 있는 활용성을 생각해보면 의미는 한층 깊어진다. 상암동은 9200만 톤의 쓰레기가 매립돼 쓰레기산을 형성했던 곳이다. 이곳에 조성된 평화의 공원, 노을공원, 하늘공원, 난지천공원과 함께 문화비축기지가 들어섬으로써 난지도 일대 생태 복합문화공간을 완성하는 랜드마크 역할을 기대하게 한다.
문화비축기지에 들어서면 드넓은 공간인 문화마당 T0가 눈에 띈다. 시민의 휴식과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책임지는 대형 광장이다. 이곳에는 아메바 놀이터가 조성돼 있다. 형형색색 일반 놀이터와는 달리 매봉산 일대에서 수집한 나뭇가지와 짐볼을 이용해 투박하게 만들어진 놀이터다. 친환경 소재를 활용해 놀 수 있고 요즘 아이들이 쉽게 하기 힘든 흙장난을 할 수 있는 서울의 놀이 공간이다. 10월 28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용 가능하다.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매주 금·토요일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밤도깨비 야시장이 열린다. 지역문화생산자들이 제공하는 푸드트럭 먹거리, 핸드메이드 상품은 물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버스킹·퍼포먼스 같은 색다른 공연이 펼쳐진다. 이때 텀블러나 자신의 식기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설거지 캠페인’이 진행되기 때문. 야시장 내에 설치된 작은 부엌에서 방문객이 먹은 그릇은 직접 설거지할 수 있게 유도해 일회용 용기를 최대한 줄이도록 했다. 매주 둘째 주 토요일 오후 5시면 온 가족이 함께하는 달시장도 열리니 참고하자.
평창문화올림픽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10월 22일, 24일 영국 작가의 그네와 첨단기술이 만난 ‘VR 플레이그라운드’와 10월 27~28일 춤과 곡예가 결합된 공연 ‘중력’이 펼쳐지니 문화를 즐기며 평창을 먼저 만나볼 수 있다.
문화마당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여섯 개의 탱크다. 제일 먼저 발걸음이 닿는 곳은 T6(커뮤니티센터)다. 1·2번 탱크에서 해체된 철판을 재활용해 조립한 신축 건축물이다. 2948㎡의 면적에서 웅장함이 풍긴다. 내부에 들어서면 문화공간답게 어둠과 빛이 적절히 활용된 감각이 두드러진다. 특히 지하에서 1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유명 갤러리를 방불케 한다. 원형 건물을 따라 올라가는 경사도 제법 운치가 있다. 이곳에는 강의실, 회의실, 카페테리아 등 커뮤니티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옥상까지 따라 올라가면 탁 트인 하늘을 만날 수 있다. 원형 프레임에서 바라보는 서울 하늘은 낮에도 밤에도 자연 그대로가 작품이다.
T1(파빌리온)은 다목적 커뮤니케이션 공간이다. 탱크 해체 후 남은 콘크리트 옹벽 안에 유리로 벽체와 지붕을 새로 만들어 과거의 옹벽과 현재의 건축물, 매봉산의 암반 지형이 조화롭게 펼쳐지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10월 28일부터 11월 15일까지 예술사 속 제작 문화에 관한 아카이빙 전시, 세미나, 작은 영화제 등이 열리며 11월 18일부터 12월 6일까지 문화와 퍼포먼스가 결합된 워크숍형 전시 ‘티끌 하나 우주 쑈쑈쑈’가 열리는 걸 알고 간다면 T1을 두 배로 즐길 수 있다.
입구에서 시작되는 경사를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탱크 T2(공연장)는 2580㎡ 면적을 자랑한다. 상부는 야외무대, 하부는 공연장으로 이뤄져 있다. 공연이 없는 날에는 야외공간을 휴게 쉼터로 이용 가능하다. 매봉산이 둘러싸고 있는 야외 공연장은 자연 속에서 문화를 즐기는 데 최적의 장소다. 12월 2~3일, 5~6일은 탈극장을 지향하는 다큐멘터리 연극 ‘애도기행’이 상영되며 12월 9일은 청년 아티스트들이 선보이는 ‘배럴 댄 유-핫 스팟’ 공연예술 워크숍이 진행된다.
문화비축기지의 유류저장탱크가 문화 공간으로 변모하는 사이, T3(탱크 원형)는 원형 그대로를 보존했다. 석유비축기지 또한 산업화의 역사적 단면이기 때문이다. 직경 40m, 높이 15m의 탱크 외관은 낡고 녹슨 모습을 간직하며 석유비축기지를 조성한 당시 상황을 떠오르게 한다.
휴식도 취하고, 문화도 즐기고

▶ 2, 3 T4에 전시된 ‘탱크 가득 리볼브’ 전시
4 문화비축기지의 사진 전시 모습
5 T6 옥상에 오르는 길은 원형 경사로로 조성됐다.
6 폐자원을 활용한 전시 작품. T5에전시돼 있다. ⓒC영상미디어
T4(복합문화공간)에 들어서면 눈앞에서 작품을 마주하게 된다. 기존 탱크 내부의 독특한 형태를 그대로 살려 여러 개의 파이프 기둥이 어우러져 있다. 지금까지 체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느낌이 전달된다. 환경, 문화, 예술 등 다양한 주제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11월 11일까지 미디어 설치 그룹 ‘방앤리’의 가변적 라이트 아트와 다중채널 영상, 음악 설치로 예술성을 표현한 ‘탱크 가득 리볼브’가 개최되며 11월 20일부터 12월 10일까지 ‘함께 채우는 링크’ 미디어 아트 전시가 개최된다.

▶ 1 T5에 문화비축기지의 40여 년 역사가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C영상미디어
유류저장탱크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공간, T5(이야기관)다. 마포 석유비축기지가 문화비축기지로 바뀌는 40여 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기록된 전시 공간이다. 전시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신발, 밧줄, 헤어드라이기, 스케이트보드 등 일상에서 버려진 쓰레기가 작품으로 승화돼 문화비축기지를 대변한다. 이야기가 시작된 곳에서 석유비축기지가 생긴 시점부터 폐쇄된 시점까지를 고스란히 살펴볼 수 있다. 이후 공간은 바깥으로 이어진다. 자연스레 시선은 유류저장탱크의 외관으로 향하며 지금 서 있는 곳을 실감하게 된다. 감상을 마치면 이야기는 다시 시작한다. 문화비축기지로 변신하기까지의 구상, 설계 등의 변천사를 만나볼 수 있다. 시각 전시물과 영상이 어우러진 이곳은 흡사 문화비축기지의 박물관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문화비축기지에서 시간을 다 보낸 후 이어지는 또 하나의 매력. 매봉산 능선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다. 매봉산 전망대에 올라서면 문화비축기지는 물론 서울 월드컵경기장과 마포구 일대를 조망할 수 있다. 과거 서울 상암동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눈앞의 변화한 서울이 참 반갑게 느껴질 것이다.

이용 안내
주소 서울 마포구 증산로 87
문의 02-376-8410
운영 공원 연중무휴, 전시관 월요일 휴관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참고 누리집(culturetank.blog.me)
선수현 |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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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