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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나도 혹시 분노조절장애? 숫자 세기, 일기 쓰기, 소리내어 울기 도움 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분노조절장애 환자는 2012년 4937명에서 2016년 5920명으로 최근 4년 사이 약 20% 증가했다. 분노조절장애는 충동으로 인한 분노와 화를 없애기 위해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애꿎은 사람의 목숨까지 빼앗아가는 분노조절장애 환자가 매년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욱하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벌어지는 소위 ‘분노조절장애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경남 양산의 한 아파트 외벽에서 창틀에 실리콘 바르는 작업을 하던 김모 씨가 갑자기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아파트 15층에 사는 입주민 서모 씨가 작업자들이 휴대전화로 틀어놓은 음악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며 옥상으로 올라가 김 씨가 매달려 있던 밧줄을 칼로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가해자 서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집에 와서 잠을 청하려는데 음악 소리가 들려서 작업자들에게 음악을 꺼달라고 했지만 음악이 계속 들려 화가 나서 밧줄을 끊었다”고 진술했다.

분노조절장애는 환자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지나친 공격성을 보일 때가 많아서 타인과 건전한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다. 심지어 우발적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까지 높다. 분노가 심해지면 뇌의 교감신경이 잘 조절되지 않아 신체 반응까지 흥분하게 만든다. 이렇게 될 경우 합리적인 생각과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되고, 일부 극단적인 사람은 큰 사고를 저지르게 된다. 이런 현상은 자기애성, 강박적 성격, 정신분열성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스트레스가 잘 해소되지 않을 경우 사소한 문제에도 폭발적으로 분출될 가능성이 높다. 분노조절장애 증상은 크게 ‘충동적’과 ‘습관적’ 분노 폭발형으로 나뉜다. 충동적인 분노 폭발형은 평소에는 차분하다가 이따금씩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 화를 좀처럼 참을 수 없어 분노가 폭발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습관적 분노 폭발형은 분노 표출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 시간이 갈수록 분노 표출 빈도가 높아지는 유형이다.

한 여성이 정신과 의사에게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

▶ 한 여성이 정신과 의사에게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 ⓒ조선DB

분노조절장애로 의심될 경우 치료받아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2016년 습관 및 충동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4937명에서 5920명으로 4년 사이 약 20% 증가했다. 남성의 증가폭이 25.2%로 여성의 증가폭(0.7%)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와 30대는 남녀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대 남성의 경우 2012년 943명에서 1581명으로 무려 67.7%나 늘어났다. 20대 여성도 181명에서 232명으로 28.2% 늘어 전체 여성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남성은 30대에서도 41.5% 증가해 직장, 학업 등 사회적 활동이 활발한 시기에 충동장애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경쟁이 극심한 사회에서 상대적 박탈감과 피해의식에 따른 분노가 충동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4년 1만 810건이던 우발적 폭행 건수는 2014년 7만 1036건으로 5배 넘게 증가했다. 단순한 분노를 넘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분노조절장애로 의심될 경우 전문의의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분노조절장애를 ‘간헐성 폭발장애’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흔히 ‘분노조절장애’라 부르는 질환의 정확한 명칭이 ‘간헐성 폭발장애’인 것이다. 자신이 일주일에 두 번 이상, 3개월 넘게 폭언을 하고 있다면 간헐성 폭발장애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1년에 세 번 이상 폭력을 쓰는 것도 의심 증상 가운데 하나다. 간헐성 폭발장애가 생기는 이유는 장기간 스트레스에 노출되거나 한꺼번에 큰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뇌 속에 편도체라는 부분이 감정을 느끼면 전전두엽이 감정을 조절하고 통제하는데, 과도하게 스트레스가 쌓이면 전전두엽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병이 된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경우가 많은데도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않고 화를 삭이는 사람도 고위험군일 수 있다.

겉으로 화를 내지 않아도 편도체는 그 감정을 모두 느끼기 때문에 받아들인 감정이 전전두엽이 제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으면 결국 폭발하게 된다. 병원에서는 간헐성 폭발장애를 치료할 때 감정기복이나 충동조절을 해주는 약물 복용과 함께 감정조절을 훈련하게 한다. 감정조절 훈련은 면담을 통해 자신의 분노를 알아차리고, 행동이 아니라 언어로 표현하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치료보다 중요한 것이 평소 화를 잠재우는 법을 실천하는 것이다.

자신만의 ‘분노 신호’를 미리 알아두면 좋아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화가 났다는 사실을 본인이 빨리 자각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알아야 폭발적인 행동으로 표현하기 전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다. 자신만의 ‘분노 신호’를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가령 얼굴이 붉어지거나 목소리가 떨리는 등 자신만의 분노 신호가 나타날 때를 기억해둔다. 분노 신호가 나타날 경우에는 차분하게 숫자를 세는 게 좋다. 숫자를 세는 이유는 이성에 관여하는 좌뇌를 쓰게 함으로써 잠시 흥분된 우뇌의 작용을 제어하기 위함이다.

소리 내서 울기, 편지나 일기 쓰기 등을 통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좋다. 눈물은 스트레스에 의한 카테콜아민을 배출시켜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준다. 분노할 때의 감정을 글로 옮기면 객관적으로 감정을 파악할 수 있어 통제력이 생긴다. 화를 유발하는 대상을 보지 않는 것도 좋다. 아무리 강한 분노도 수십 분 이상 지속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화면이나 책상 위같이 눈에 잘 띄는 곳에 화를 억제하는 문구를 써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화내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그만큼 화를 쉽게 잠재울 수 있다. 분노의 원인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환자 스스로 수차례 분석을 통해 감정의 부산물이 없는지, 자기 고백을 통해 근원적인 분노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는 게 효과적인 치료방법이라고 추천했다.

분노조절장애 자가진단


김태형 |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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