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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어린 시절 고향 마을을 대표하는 것은 무엇이 있었는지, 앞뜰과 뒷동산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림으로 그려도 보고 그때 만났던 사람들과 함께했던 이야기들을 나누어본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다시 어린 시절 내가 되어 고향을 만난다. 타임머신을 탄다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지난해 서울 광진정보도서관 시니어 자서전('내 인생은 나의 것') 프로그램을 수강한 이건형 씨는 프로그램을 마친 뒤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혔다. 이 씨는 "짧은 기간에 모아진 원고가 활자화되어 한 권의 책으로 나온다니 예비 작가가 된 뿌듯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이 프로그램은 만 55세 이상의 은퇴 노년층을 대상으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정리해 실제 자서전으로 출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회 활동을 할 기회가 적은 은퇴 노년층이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지난 인생을 정리하는 기회를 준다는 취지다.

매주 한 번, 두 시간씩 진행되는 프로그램에는 문학작가가 글쓰기 기초를 교육하고, 참가자들은 직접 자신의 인생 그래프를 그려보는 등으로 자서전을 써나간다. 광진정보도서관은 시니어 자서전 쓰기를 통해 2014년 7명, 2015년 9명의 자서전을 발간하고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올해는 5월부터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은 지역 도서관을 거점으로 지역주민들에게 인문 강좌와 체험 활동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사진은 제천 기적의 도서관의 지난해 마을길 체험 활동 모습.

 

문화체육관광부는 (사)한국도서관협회와 함께 '2016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이하 길 위의 인문학)' 참여 도서관을 공모해 전국 17개 시·도에서 320개 도서관을 선정하고, 인문 강좌와 체험 활동을 연계한 프로그램을 약 2800회 운영한다고 밝혔다. 광진정보도서관의 시니어 자서전 프로그램 역시 길 위의 인문학 사업으로 선정된 것이다.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은 도서관을 인문학 대중화의 거점으로 발전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공공도서관, 대학도서관 등 지역주민이 이용하는 도서관에서 재미있고 유익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제공해 인문학이 전문가만 할 수 있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역사를 성찰하고 삶의 행복을 추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생활 학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사업은 2013년 처음 시행된 이후 주민들의 호응이 높아 해마다 확대 시행되고 있다. 인기 비결은 인문 강연에 현장 탐방을 연계해 대중이 쉽게 인문학을 접할 수 있게 만든 점. 또한 여기에 독서를 결합해 다채롭고 흥미로운 문화 형식을 창조하고 있다.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성과

 

독서와 인문 강연에 지역 탐방 연계
시각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배려 프로그램도

교하도서관이 있는 경기 파주 지역은 개발이 진행 중인 신도시로서 이주민의 비율이 높아 도서관이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교하도서관의 길 위의 인문학 주제는 '걷는 동네, 마을의 기록'. 이 도서관은 아파트 이기주의를 벗어나 마을 공동체 문화를 되살리고 연대를 주창하는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이 함께하는 마을 릴레이 워크숍'을 4월부터 6월까지 진행한다. 또 지역주민의 이야기를 담는 '스크랩북 자서전' 워크숍도 연중 운영할 방침이다.

주거 환경에 가장 영향력이 큰 주부들을 대상으로 '마을살이'에 대한 강연을 제공하고, 지역 문화에 애정을 가지고 기록 활동을 한 사람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듣고 함께 마을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교하도서관 측은 "신도시 개발 후 유입된 젊은 세대의 자녀들이 청년으로 성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주민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의 특성을 알고 이웃과의 교류가 있는 정주의 삶을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사업 참가 이유를 밝혔다.

그동안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이 대중의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운영됐다면, 올해 사업은 이처럼 인문학을 통한 삶의 의미 있는 변화에 초점을 맞춰 운영된다. 이에 따라 선정된 320개 도서관 프로그램 중에는 문학, 철학, 역사 등 전통적인 인문학 분야 외에도 사회적 약자 배려 프로그램, 과학·예술과 인문의 통섭 프로그램 등 다양한 주제의 인문 강연과 체험 활동이 포함돼 있다.

'눈 감으면 보이는 세상(서울 노원어린이도서관)'과 '유니버설 인문 코끼리(서울 서초구립반포도서관)' 등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비롯해 다문화가정과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35개 도서관에서 진행된다.

 

직장인 위해 '문화가 있는 날' 활용
자유학기제 연계… 청소년 진로지도 역할

38개 도서관은 직장인들에게 더 많은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저녁 시간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고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과 연계해 운영할 예정이다. 또 전국 중학교의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에 따라 도서관과 중학교가 협력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경북 구미시 봉곡도서관은 인근의 경구중학교, 봉곡중학교 학생들을 위해 '청소년! 영화&광고 속에서 진로와 인문학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현직 프로듀서를 초청해 영화와 광고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들어보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클로즈업과 풀샷을 활용한 촬영을 해보며 프레임 속에 자신을 드러내는 체험을 한다. 카피라이터와 함께 대구에 있는 매일신문사와 PBC대구평화방송을 방문해 신문과 방송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체험한다. 모든 활동 전에는 관련 주제를 다룬 책 읽기를 유도해 흥미를 높일 계획이다.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 참가 희망자는 4월 29일 이후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누리집(www.libraryonroad.kr)에서 일정별, 지역별 프로그램 정보를 확인한 후 자신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을 선택해 해당 공공도서관을 통해 참가 신청을 하면 된다. 참가비는 무료다. 다만 프로그램별 주제 도서를 구입할 때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도서 구입비의 일부를 지원하고 강연과 체험을 독서 활동과 연계할 방침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은 정부의 국정과제인 인문·정신문화의 진흥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주민들이 이를 통해 생활 속에서 문화융성을 체감하고, 도서관이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하길 바란다. 또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이러한 문화시설을 이용하면서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201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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