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소설의 위기가 아니라 한국 소설의 위기다." 계간 문예전문지 ‘세계의 문학(민음사)’ 2007년 봄호에서 천정환 성균관대 국문과 교수는 ‘2000년대의 한국소설 독자Ⅱ’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뉴미디어 시대에 접어들면서 과거 소설을 향유하던 층과 신세대가 더 이상 소설을 찾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당시 문인들과 출판사들은 "국내 소설시장이 붕괴 직전"이라고 호소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한국 소설계는 근래 최고의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종이에서 디지털로 이동해 웹소설로 진화한 한국 소설은 차세대 문화산업의 기수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 100억 원 수준이었던 웹소설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0억 원대로 2배 이상 성장했다.
2013년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본격 개막한 웹소설 시장은 ‘스마트폰’과 ‘유료’를 내세워 빠르게 성장했다.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전개, 지문을 줄이고 대화 비중을 늘려 생동감을 강조하는 방식, 일일연속극처럼 절정의 순간에 엔딩을 맺는 스타일은 스마트폰 환경에 최적이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한 회를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이 5분에 불과하고 갈등의 최고조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해 궁금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손에서 놓을 수 없다"며 "웹소설은 스마트 모바일에 적응한 콘텐츠"라고 평가했다.
모바일 추세 따라 종이에서 디지털로 독자 이동
스마트폰 환경에 최적, 무한 확장하는 웹소설
웹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일부 유명 작가는 수억 원의 수익을 벌어들이기도 한다. 웹소설 플랫폼 업체인 ‘조아라’의 경우 매해 1억 원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이는 작가가 10여 명에 이른다. 원고료뿐 아니라 2차 콘텐츠 관련 수익을 통한 부가 수입을 얻는 작가도 있다. 올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웹소설은 드라마로도 제작된 ‘구르미 그린 달빛’이다. 윤이수 작가가 쓴 이 작품은 네이버에서 총 131회에 걸쳐 연재되며 누적 조회수가 5000만 건을 넘어섰다. 드라마 방영 당시에는 한 달 유료 보기 매출이 5억 원을 돌파했다.

▶올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웹소설 ‘구르미 그린 달빛’. 드라마로도 제작돼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것은 물론 중국, 일본, 태국, 대만 등에 드라마 판권 수출계약을 마쳤다. ⓒ네이버 웹소설
모바일 시대에 걸맞게 웹소설 시장이 급속도로 확장되면서 유료 보기뿐 아니라 웹소설 연재 후 종이 출판도 이어지고 있다. 웹소설 연재 플랫폼인 조아라가 지난해 6월 <삼국지>를 소재로 한 웹소설 ‘같은 꿈을 꾸다 in 삼국지’를 300부 한정판으로 발매한 양장본은 완판 기록을 세웠다. 추가 출판 요청이 이어져 종이책으로도 발간했다.
웹소설 분야에서 한 가지 콘텐츠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는 이미 일반적이다. 웹소설 원작 첫 드라마로 꼽히는 ‘커피프린스 1호점(2007)’ 이후 수많은 작품이 TV 드라마로 인기를 얻었고, ‘경성스캔들’도 같은 해 드라마로 제작됐다. 2010년에는 웹소설 ‘성균관 유생의 나날’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이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2012년 드라마로 만들어진 ‘해를 품은 달’도 큰 인기를 얻었다. 역시 웹소설 원작 드라마로 최근 방영된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는 사전 제작한 후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는 시도를 감행했다. 이미 스토리가 공개된 상황에서 드라마로 만드는 위험 요소를 최소화한 것이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사전 제작된 드라마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신데렐라와 네명의 기사’ 누리집
국내 넘어 세계로, 웹소설 한류 새 바람
외형 확장되는 만큼 내실 가다듬어야
웹소설 플랫폼 업체들은 중국, 일본과 미국 등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는 중국에서 이미 드라마로 만들어졌지만 원작인 중국 웹소설을 한국 드라마로 재해석했다. 중국 팬들을 공략해 한류를 이끈다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그 결과 중국 동영상업체 ‘유쿠’로부터 회당 40만 달러(약 4억5000만 원)를 받는 조건으로 수출을 성사시켰다.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도 중국, 일본, 태국, 대만 등에 드라마 판권 수출계약을 마쳤다.

▶중국 웹소설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해 드라마로 만들어 중국에 수출한 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누리집
현재 웹소설 플랫폼 업체는 포털사이트와 유료 사이트를 포함해 10여 개에 이른다. 올해 9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스몰 콘텐츠 웹소설의 빅 플랫폼 전략’에 따르면 웹소설 플랫폼인 문피아와 조아라 두 곳의 지난해 매출액은 250억 원에 달한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대형 포털 사업자의 매출과 전자책을 통해 웹소설을 유통하고 연재하는 교보문고, T스토어북스 등의 매출까지 고려하면 4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너도 나도 웹소설 사업에 뛰어들면서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독자를 확보하기 위한 선정성 경쟁 심화와 업체 난립에 따른 콘텐츠 부실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장민지 연구원은 "비슷비슷한 작품으로 이뤄진 과잉 공급 시장으로 흘러갈 우려가 있다"며 "장르의 다변화와 작품성 유지가 뒷받침돼야 지금과 같은 위상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웹소설 플랫폼 통해 웹소설가 되기
"로맨스·판타지는 네이버, 장르 소설은 문피아·교보문고"
웹소설은 누구나 쉽게 쓰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부담 없는 콘텐츠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장민지 연구원은 "스몰 콘텐츠(Small Content)에 해당하는 웹소설의 개념은 두 가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며 "물리적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투입 비용이 매우 적은 경제적 관점과 하위문화집단이 즐기는 소위 변방의 콘텐츠로 창작자와 독자의 관계가 좁고 긴밀한 문화적 관점으로 나눠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웹소설은 웹툰보다도 진입 장벽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영상 콘텐츠와 비교할 때 웹툰의 특색으로 자주 언급됐던 것이 1인 창작이 가능하다는 점, 전문적인 장비가 없어도 작업이 가능하다는 점, 진입이 용이하다는 점이었다. 웹소설 역시 웹툰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1인 창작으로 이뤄진다. 그림이 아닌 글쓰기만으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데뷔가 더 수월하다.
웹소설은 전문적으로 글쓰기를 지향하는 기성작가뿐 아니라 독자에 가까운 창작자들로 혼재돼 있다. 도제식이나 신촌문예와 같은 방식으로 문단에 진출하는 순수문학과는 완전히 구조가 다른 셈이다.
웹소설 플랫폼 업체들은 기존 출판사처럼 신규 창작자를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가장 선호하는 방식은 공모전이다. 현재 웹소설 공모전은 네이버의 네이버 웹소설 공모전, 문피아의 대한민국 웹소설 공모전, 교보문고의 내 소설을 부탁해, T스토어북스의 OSMU 콘텐츠 공모전 등이 있다.
웹소설 플랫폼 업체마다 공모전의 성격이 다르다. 네이버는 로맨스와 판타지·영웅물을 중심으로 하고, 문피아와 교보문고는 특정 분야에 대한 선호보다는 장르 소설의 특성을 잘 담은 작품을 지향한다. T스토어북스는 웹툰의 연장선에서 웹소설을 이해하고 작품을 공모한다. 네이버는 공모전 외에 웹툰과 마찬가지로 ‘챌린지리그’를 운영해 승격 시스템을 갖춰 신규 작가를 영입하고 있다.
글· 김건희(위클리 공감 기자) 2016.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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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