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가을이 오면 야구팬들의 가슴은 두근거린다. 미국에서는 ‘폴 클래식(Fall Classic)’이라 부르고, 국내에서는 ‘가을 야구’로 통칭되는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정규 시즌이 마무리되면 그해의 진정한 챔피언을 가리기 위한 ‘포스트 시즌’이 열린다. 포스트 시즌은 정규 시즌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시즌 챔피언을 가린다는 긴장감은 물론이고 스테이지의 성격에 따라 대략 5전 3선승제 또는 7전 4선승제로 벌어지는 단기전인 까닭에 정규 시즌과는 또 다른 전략과 전술이 총동원되기 때문이다.
국내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에서는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두산은 지난해 정규 리그 5연패와 한국시리즈 4연패를 기록하며 ‘푸른 왕조’를 완벽하게 구축하던 삼성을 무너뜨리고 2001년 이후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김태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첫 시즌에 일군 위업이어서 그 의미가 더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삼성이 이른바 ‘도박 파동’에 휩싸이면서 팀의 주축 투수들이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터라 두산이 어부지리를 얻은 측면이 있다는 시선도 없지 않았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 최대 관심사
‘판타스틱 4’ 별칭 지닌 초강력 선발진 최대 무기
그러나 올해는 양상이 전혀 달랐다. 두산은 93승 50패 1무를 기록하며 1995년 이후 21년 만에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모든 전문가들이 ‘완벽한 우승’이라고 격찬할 정도로 내용도 좋았다. 아직 한국시리즈 상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두산의 전력은 2연패를 장담하기에 충분하다.

▶한 · 미 · 일 프로야구가 포스트 시즌에 돌입하면서 풍성한 화제를 낳고 있다. 사진은 올 해 한국 프로야구 국내 정규 시즌 우승을 견인한 두산 베어스의 투수 유희관 선수. ⓒ동아DB
먼저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완벽한 선발 투수진을 갖췄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22승)를 필두로 마이클 보우덴(18승), 장원준, 유희관(이상 15승) 등 초강력 선발진은 ‘판타스틱 4’라는 별칭 그대로 포스트 시즌에서도 여전히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활약으로 두산은 올 시즌 역대 최다 선발승(75승)과 한 시즌 최다승(93승)의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정규 시즌이 끝난 이후 한국시리즈가 열릴 때까지 약 3주간의 공백으로 생긴 실전 감각 유지가 최대 난점으로 지적됐는데 두산은 ‘통 큰 결정’으로 포스트 시즌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공백기간 동안 일본 미야자키로 전지훈련을 떠나 라쿠텐 등 일본 프로야구팀과 세 차례 연습경기를 치르며 실전 감각을 유지할 계획이다.

이런 치밀한 준비의 배경에는 두산 야구의 또 다른 원동력으로 손꼽히는 강력한 프런트가 자리 잡고 있다. 두산은 국내 프로구단 가운데 가장 전문적인 프런트를 보유한 팀으로 평가받는다. 20년 이상을 구단에서 재직하며 단장을 거친 김승영 사장과 동아대 야구선수 출신으로 매니저, 홍보 운영 등 밑바닥을 두루 경험한 김태룡 단장이 중심축을 이루면서 안정적이면서도 강력한 프런트진을 구성하고 있다. 전반기가 끝난 직후 김태형 감독과의 3년 연장계약을 발표하면서 현장에 전폭적인 힘을 실어준 것도 이들 프런트였다. 이런 프런트와 현장의 조화가 두산의 2연패 가능성을 높게 점치게 하는 이유다.
두산에 도전할 상대는 정규 시즌 2위 NC와 4위 LG의 맞대결로 가려진다. NC는 신생구단답지 않은 노련미가 돋보이지만 최근 승부 조작 사건 연루와 주포 에릭 테임즈의 음주운전 파동으로 팀 분위기가 뒤숭숭한 것이 단점이다. LG는 특유의 신바람 야구로 KIA와 넥센을 연달아 이기며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단기전의 특성상 투수진의 누적된 피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이다.
108년 만에 우승 도전하는 시카고 컵스
신구 에이스의 맞대결로 관심 모은 일본시리즈
미국에서는 한창 양대 리그의 챔피언십 시리즈가 열리고 있다. 세계 야구의 본산인 미국 메이저리그 포스트 시즌은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양대 리그(내셔널리그, 아메리칸리그)의 디비전 시리즈와 챔피언십 시리즈를 거쳐 양대 리그 챔피언이 격돌하는 월드시리즈까지 네 단계로 다소 복잡하게 펼쳐진다. 우리의 관심은 당연히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포스트 시즌 활약에 우선적으로 쏠렸지만 올해는 한마디로 ‘별 볼 일’이 없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소속된 팀 가운데는 김현수의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추신수의 텍사스 레인저스만이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지만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먼저 패했고, 텍사스 레인저스마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디비전 시리즈에서 패퇴하면서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폴 클래식’을 즐기려고 마음먹었던 국내 팬들을 실망시켰다.

▶시카고 컵스와 LA 다저스의 대결에서 승리한 팀이 월드시리즈에 직행한 다. 사진은 10월 17일 다저스의 아드리 안 곤잘레스가 홈런을 치는 모습. ⓒ연합
이렇게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이 일찌감치 가을 야구를 접은 가운데 올 시즌 월드시리즈의 패권은 토론토 블루제이스 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LA 다저스 대 시카고 컵스(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의 대결로 좁혀졌다. 1908년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이후 108년간 우승을 맛보지 못한 시카고 컵스가 과연 이번에는 ‘염소의 저주(1945년 디트로이트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애완용 염소를 데리고 왔던 한 팬이 입장을 거부당하자 "다시는 이곳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으리라"고 악담을 퍼붓고 떠난 것에 연유된 징크스)’를 풀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시카고 컵스는 올 시즌 유일하게 100승을 돌파(103승)할 정도로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역시 1948년 이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해 시카고 컵스 다음으로 오랜 기간 월드시리즈 제패와 인연이 없었다. 두 팀이 ‘한풀이 시리즈’에 성공할지 궁금하다.

▶ 니 혼햄의 신세대 괴물 투수 오타니 쇼헤이는 165km의 괴력투를 자랑한다. ⓒ연합
일본에서는 일찌감치 일본시리즈 상대가 결정됐다. 퍼시픽리그에서는 홋카이도 니혼햄이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4승 2패로 꺾고 일본시리즈에 올라 센트럴리그에서 요코하마 베이스타스를 4승 1패로 제압한 히로시마 도요카프와 격돌한다. 양 팀은 일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신구 에이스가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모은다. 니혼햄에는 일본의 신세대 괴물 투수 오타니 쇼헤이(22)가 버티고 있다. 히로시마 도요카프는 메이저리그에서 7년 동안 79승을 올린 뒤 친정팀으로 복귀한 노장 투수 구로다 히로키(41)가 정신적 구심점을 맡고 있다. 클라이맥스 파이널 스테이지에서 무려 165km의 괴력투를 뿌리며 괴물의 진가를 발휘한 오타니와 만년 하위팀 히로시마 도요카프를 무려 25년 만에 일본시리즈 진출로 이끈 백전노장 구로다가 이번 일본시리즈에서 어떤 드라마를 연출할지 일본 열도가 흥분하고 있다.
글· 위원석(스포츠서울 체육1부장) 2016.10.24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