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오후 시간 때마침 운동장에서는 농구와 축구 활동이 한창이었다. 학생들이 농구공으로 드리블을 하면서 목적지를 돌아오는 수업을 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자기편이 더 빨리 들어오길 바라며 반짝이는 눈으로 응원을 보냈다. 담당 교사는 "얘들아, 우리 시합하는 거 아니니까 그냥 천천히 즐기면서 하면 된다"고 말하며 혹시 서두르다가 실수하지 않을까 아이들을 다독였다. 점수로 연결되는 일반 체육수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업이 끝난 뒤 몇몇 아이들에게 자유학기제 수업의 좋은 점이 뭐냐고 물었다.
"일단 시험을 안 봐서 좋은 것 같아요. 답답한 교실에 있는 것보다 활동적이고 재미있고요. 일반 체육수업은 교과과정을 따라가니까 좀 지루한데, 이 수업은 관심 있는 분야니까 훨씬 재미있어요."(정소민, 중1)
2014년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로 선정되면서 자유학기제 모범 운영학교로 크게 주목받은 서울 남가좌동 연희중학교. 기자가 학교를 찾은 4월 둘째 주 교정은 꿈과 끼를 찾는 열기로 후끈했다.
예술·체육 활동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는 '방송댄스' 수업은 스포츠센터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센터 입구에서부터 신나는 음악과 학생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하나, 둘, 셋, 넷~! 다 같이 한 바퀴 턴!" 전문 스포츠댄스 강사의 추임새에 아이들의 움직임이 딱딱 맞아떨어진다.

▶연희중학교는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아주기 위한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으로 ‘방송댄스’와 ‘농구’, ‘단소’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여러 개 프로그램 중 직접 선택
진로나 직업 방향 찾는 데 많은 도움
일부 학생들은 전문 댄스 가수처럼 유연하면서도 예사롭지 않은 춤사위를 보이기도 했다.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힘든 동작이 이어졌지만 학생들의 표정은 밝고 신나 보였다. 한 학생에게 '자유학기제 활동으로 방송댄스를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제 꿈이 가수예요. 방송댄스 활동을 하면 춤에 대해 본격적으로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신청했는데, 정말 재미있어요."(김보윤, 중1)
고재범 방송댄스 인솔 담당 교사는 "아이들이 정해진 프로그램을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개 프로그램 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걸 선택하니까 호응이 훨씬 높은 것 같다. 평소에 생각만 해보던 걸 직접 경험해볼 수 있으니 진로나 직업의 방향을 찾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자유학기제는 선생님 입장에서도 아이들에게 꽤 괜찮은 제도"라고 말했다.
방송댄스 수업 참관을 마치고 장소를 옮겨 학교 안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지 들여다봤다. 마침 한 교실에서 청아한 단소 하모니로 '아리랑'을 연주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모두 10명 남짓했고 하나같이 표정이 진지했다. 1학년 가동훈 군은 "단소가 원래 학교에서 배우던 악기인데, 좀 더 깊이 있게 배우고 싶어서 자유학기제 활동으로 선택했다"면서 "단소를 불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세상의 변화에 맞춰 우리 교육도 변해야
학생들 창의성과 적성 찾아줄 좋은 제도
학생들에게 단소를 지도하는 최상희 교사는 "단소는 우리 국악기이기 때문에 관심 유무를 떠나 학생들이 꼭 배우면 좋은 악기"라며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국악기인 단소 소리를 구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단소 수업 교실을 나오니 복도 한쪽에서는 여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진으로 상상 더하기'라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어요. 사진 위에 거울을 세워놓고 거울을 통해 왜곡된 모습과 원래 사진의 모습을 비교해보는 작업입니다."(이지민, 중1)
이지민 학생은 자유학기제 활동으로 평소에 관심이 많던 '사진'과 '요리' 수업을 선택했다고 한다. "꿈이 파티셰예요. 요리 수업을 통해 스파게티와 샐러드 등을 만들어보면서 요리에 더욱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파티셰를 향한 꿈을 키울겁니다."
바로 옆 교실에서는 '생활미술 경험하기' 수업이 한창이었다. 현혜경 담당 교사는 "아이들이 옷이나 가방 등의 패턴을 그려보면서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며 "디자인이나 미술에 관심이 있는 아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평소 미술을 좋아해 만화가가 꿈이었던 김지호 군은 "이 수업은 일반 미술 수업과 진행방식이 매우 다르다. 훨씬 생활 밀착형이고 재미있다"며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실력을 쌓고 연습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수업이 즐겁다"고 말했다.
박상수 교감은 "처음에는 선생님들도 자유학기제 도입이 두려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세상이 변화하는 것에 맞춰 우리 교육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이제 아이들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것보다 아이들 스스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자유학기제는 아이들의 창의성과 적성을 찾아줄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연희중학교의 자유학기제 운영 노하우
연희중학교는 전국 대부분의 학교가 2학기에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것과 달리 1학기에 실시한다. 박상수 교감은 "자유학기제 연구학교로 지정됐을 때부터 1학기에 실시했다. 대부분의 학교가 2학기에 자유학기제를 시행하기 때문에 직업체험 등을 나갈 때 스케줄을 조정하기가 힘든데, 1학기에는 여러 가지 체험 활동을 편하게 할 수 있다"며 "초등학교에서 중학생이 되는 아이들에게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중학교에 적응하는 기간을 갖게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오전에 국어, 영어, 수학 등 기본교과 수업 23시간(일주일 기준)을 진행하고, 오후에 자유학기 활동 11시간(일주일 기준)을 진행한다.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은 예술·체육 활동(화요일·목요일)과 주제선택 활동(금요일)으로 구분해서 진행하고 있다.
'주제 선택' 활동에는 세상과 소통하는 신문 읽기, 바른 인성 함양을 위한 창의적 활동, 서울 역사 여행, 행복한 사회, 과학으로 요리하기, 수학으로 바라본 세상, 창의·융합 발명, 패션과 문화, 외국인과 함께하는 문화 교실 등 17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이 밖에 직업체험 활동은 3~5명의 학생이 기업 등에서 하루 동안 생활하며 관심 있는 직업을 탐색해본다. 또한 2학년과 3학년에게도 희망자에 한해 1년에 두 차례 직업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박 교감은 '자유학기제' 도입으로 걱정하는 학부모들에게 지속적인 설득과 이해를 구했고 지금은 학부모들에게 긍정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요즘에는 공부를 잘해도 취업하기가 무척 힘들잖아요.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통해 자신감을 얻으면 사회에 적응하는 데 더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말씀드리고 있어요. 다행히 자유학기제의 이런 의도를 학부모들도 깊이 공감하고 동참해주고 있습니다."
글 · 김민주 (위클리 공감 기자) 사진 · 조영철 기자 2016.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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