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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달력 제작 전문 온라인 쇼핑몰 '달코만'을 운영하는 최희영 씨는 2016년을 며칠 앞두고 '새해'를 찍어내느라 분주하다. 특히 최 씨가 만드는 달력은 맞춤형 달력이라 유독 손이 많이 간다. 맞춤형 달력은 구매자도 챙겨야 할 게 많지만 이를 찾는 이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달력이 바로 '기둘력'. 이는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여성들이 입대일부터 전역일에 이르는 기간에 맞춰 제작하는 이른바 '곰신' 달력이다. 곰신은 군인 애인을 기다리는 여성을 일컫는 고무신의 준말이고, 기둘력은 달력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시간까지 '기다려(기둘려)주겠다'는 의미를 담은 달력이라는 뜻이다.

 

기둘력 ▶ 군대 간 애인을 위해 여자친구가 직접 만드는 '기둘력'.

 

매달의 페이지마다 연인이 함께 찍은 사진과 남자친구를 향한 메시지 등을 써 넣을 수 있고 날짜 표시 부분에는 전역일 디데이(D-day), 진급일부터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날, 생일 등 기념일을 새겨 넣을 수 있다. 최 씨 역시 2008년 남자친구에게 기둘력을 직접 만들어 선물했고, 2010년부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달력 제작사업을 하고 있다.

최 씨는 "당시 남자친구가 자신만을 위한, 세상에 하나뿐인 달력을 받고 무척 좋아했던 기억이 사업까지 하게 만들었다"며 "2년 동안 남자친구를 기다려 지난해 결혼에 성공하기까지 기둘력이 큰 몫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기둘력이 기존 달력과 가장 다른점은 '다르다'는 그 자체. 기둘력끼리도 똑같은 달력은 하나도 없다. 일반 달력과 달리 기둘력은 1월이 아닌 입대일을 시작으로 최대 24개월 주기로 만들 수 있고, 제작업체에서 제공하는 기본 포맷과 별도로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도 있다.

최 씨는 "기둘력엔 두 사람만의 행복했던 추억과 다시 만날 설레는 미래가 함께 담겼다"며 "세상에 하나뿐인 달력 기둘력이 힘든 시간을 보낼 연인들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실제 식물 씨앗 든 달력
달력 넘길 때마다 식물도 쑥쑥

자신을 '책상 텃밭 농부'라 소개한 광고 디자이너 최윤미 씨는 식물의 씨앗을 넣은 달력을 개발했다. 이름하여 '책상 위에 농사짓기 프로젝트'. 달력에는 씨앗과 함께 윤미 씨가 1년간 사무실 책상 위에서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직접 찍은 사진과 식물 키우는 방법을 설명한 글 등을 담았다. 최 씨는 자신만의 달력을 만들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3년 전 취미 삼아 회사에 화분을 갖다놓고 씨앗을 심었는데 의외로 아주 잘 자라는 거예요. 다 자란 식물은 요리해서 동료들과 나눠 먹었어요. 식물을 키우는 기쁨을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 씨앗을 넣은 달력을 만들게 됐죠. 시간의 흐름을 담고 있는 달력이 씨앗이 싹을 틔우고 다 자라기까지 과정을 함께하는 기쁨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식물달력

▶ 광고 디자이너 최윤미 씨가 실제 식물의 씨앗을 넣어 만든 달력. 1년 동안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최 씨가 직접 촬영한 사진과 식물을 키우는 방법. 요리 레시피 등이 함께 담겨있다.

 

달력엔 루콜라와 스위트바질 씨앗 두 가지가 들어 있다. 각각 봄, 가을 농사용이다. 수확기인 6~8월, 10~12월 면에는 루콜라와 바질로 해 먹을 수 있는 파스타, 샌드위치 등 요리 레시피가 수록됐다.

회사 동료들은 최 씨가 만든 달력을 회사 누리집(ppub.kr)에 올려 판매할 수 있게 했다. 앞으로는 동료들이 다 함께 매해 다른 식물의 이야기를 담은 달력을 만들 계획이다. 최 씨는 "매일 같은 책상에 앉아 일하는 직장인들에게 달력을 넘기는 일이 좀 더 재미있는 일상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예능계부터 기업까지 '달력 전쟁'
마케팅 수단·기부금 마련 등 목적도 다양

한편 TV 예능계에서는 프로그램의 특징을 살린 달력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으뜸은 단연 MBC '무한도전' 달력으로 벌써 아홉 해째 선보이고 있다. 달력에는 매해 1년 동안 방송에서 도전했던 프로젝트와 출연진의 코믹한 이미지가 담긴다. 올해는 특별히 일러스트로 제작돼 컬러링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매년 달력을 꾸준히 구매하는 팬들이 생길 정도로 무한도전 달력은 프로그램만큼 그 인기가 높다. 더욱이 제작비를 제외한 판매 수익금 전액이 불우이웃 돕기에 쓰이고 있어 '착한 달력'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제작진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달력 판매 수익금(기부금)이 약 35억6500만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복면가왕'은 방송을 통해 큰 인기를 끌었던 주요 복면을 캐릭터화한 '복면달력'을 내놓았다. 달력은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 '노래왕 퉁키' 등 가왕을 차지했던 출연자들의 복면을 비롯한 12장의 복면 캐릭터와 4장의 컬러링 가면으로 구성됐다. 날짜가 지난 뒤에는 달력을 오려 가면으로 만들어 쓸 수 있다.

 

복면가왕달력

▶ 날짜가 지난 뒤 종이 가면을 만들 수 있는 '복면가왕' 달력.

 

복면가왕 제작진은 "복면가왕의 시청자들이 복면가왕을 단지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복면을 직접 만들어보고 즐길 수 있도록 복면달력을 만들게 됐다"며 "수익금 일부는 복면가왕의 기획 의도에 맞게 세상의 편견으로 고통받는 곳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이 밖에도 달력은 1년 내내 만든 이의 의도를 전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각계에서 이를 활용하고 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케어'는 유기동물 입양 홍보를 위해 구호견의 화보 사진을 달력으로 제작했고, '제4회 서울시 몸짱 소방관 선발대회'에 참가한 현직 소방관 14명은 저소득층 화상 환자를 돕기 위한 '몸짱 소방관 달력'의 모델로 나섰다. 기업에선 달력에 자사 제품 할인 쿠폰 등을 넣기도 하고, 출판사에선 명화와 함께 좋은 글귀를 담는 경우가 많다.

 

유기견달력

▶ 동물보호시민단체 '케어'가 만든 유기동물 입양 홍보 달력.

 

몸짱소방관달력

▶ 현직 소방관 14명이 화상 환자를 돕기 위해 모델로 나선 '몸짱 소방관 달력'.

 

당신의 2016년 열두 달을 함께할 달력. 다양한 달력의 종류만큼 한 해 동안 추억과 재미, 감동, 행복이 가득 담기기를.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201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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