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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한국형 히든 챔피언 세계시장을 누비다

일본 5만 개, 미국 1만 3000개, 독일 1만 개, 네덜란드 3500개. 주요 경제 강국이 보유한 100년 이상 된 장수기업 수치다. 우리나라는 7개에 불과하다.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우리의 기업 역사가 짧기도 하지만 기업의 지속성 측면에서 사회적·제도적 기반이 약한 측면도 없지 않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장수기업을 적극 육성하기 위해 2014년부터 관련 법률을 정비하는 등 다양한 준비를 해왔다. 정부가 이번에 ‘대한민국 대표 명문장수기업’을 선정, 발표한 것도 그 일환이다. 영광을 차지한 6개 명문장수기업을 통해 세계시장을 누비는 ‘한국형 히든 챔피언’의 성장 가능성을 알아봤다.


사례 1
‘기업은 정직해야 더 강하다’라는 경영철학으로 달려온 지 49년. 1968년 중앙전자공업사로 시작한 스마트홈 전문 기업 코맥스는 국내 최초로 인터폰을 만들었고, 끊임없는 기술력 향상과 차별화된 제품으로 현재 전 세계 12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12년 연속 품질경쟁력 우수기업으로 선정됐고, 주력 상품인 비디오 도어폰은 14년 연속 세계 일류상품, 12년 연속 ‘퍼스트 브랜드 대상’을 수상했다. 고용 확대, 노사 상생, 대기업 못지않은 복리후생은 이 회사의 대표적인 자랑거리. 한국해비타트 후원,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사랑나눔 등 지역사회 공헌 활동을 기업의 ‘의무’라고 여긴다.

사례 2
1970년 설립된 삼우금속공업은 표면처리(도금) 전문 회사로 ‘사람이 자산’이라는 인재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이다. 이곳은 청년 고용 확대와 노사 상생을 위해 적극 노력해왔다. 삼우금속공업은 경영 성과에 따라 정기 상여금 600% 외에 매년 월급의 최대 350%까지 성과급을 지급한다. 따라서 취업하고 싶은 기업, 일하기 좋은 기업, 한국의 아름다운 기업, 노사문화 우수기업, 대한민국 100대 중소기업 등 수많은 수식어를 갖고 있다. 삼우금속공업은 대한민국 뿌리산업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고 있는 중이다.

정부는 2월 27일 ‘명문 장수기업’ 6개사를 선정·발표했다(중소기업청·중소기업중앙회 주관). 45년 이상 기업을 운영하며 사회에 이바지한 바가 크고 세대를 이어 지속 성장이 기대되는 회사들이다. 선정된 명문 장수기업은 코맥스, 동아연필, 매일식품, 피엔풍년, 광신기계공업, 삼우금속공업으로, 2016년 10월 ‘명문 장수기업 확인제도’가 시행된 이후 첫 번째 영예를 안았다.

명문 장수기업 확인제도는 2014년 9월 ‘명문 장수기업 육성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선진국에 비해 장수기업군이 취약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타개하고,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등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한국형 히든 챔피언’을 집중 지원하는 게 목적이다.

법적 근거인 ‘중소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명문 장수기업은 ▲사업을 개시한 날로부터 45년 이상 주된 업종 변동 없이 사업을 유지하며 ▲기업의 경제적·사회적 기여도가 크고 ▲브랜드 가치, 보유 특허 수준, 제품이 우수하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등 네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정부는 2016년 10월 ‘명문 장수기업 선정계획 공고’를 낸 후 50개사를 대상으로 3개월 동안 종합평가(서면 및 현장 평가, 평판 검증 및 심의위원회 심사)를 실시해 6개사를 최종 선정했다.

명문 장수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에는 다양한 혜택이 부여된다. 중소기업청은 기업의 자긍심과 명예를 고취하기 위해 명문 장수기업 현판식 및 확인서 수여식을 3월 중 시행할 예정이다. 생산된 제품에 명문 장수기업 마크를 사용할 수 있고, 영문 확인서 발급 등 국내 판로 및 해외 수출 마케팅을 적극 지원한다. 정부 포상 우선추천, 그리고 중소기업청의 R&D·수출·인력·정책자금 등 다양한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한편 2016년 12월 ‘중견기업법’이 개정·공포되면서 명문 장수기업 확인제도를 ‘중견기업’까지 확대한다. 중소기업청은 올해 상반기까지 하위 법령을 개정, 하반기에 중소·중견 기업을 대상으로 한 명문 장수기업 발굴 및 선정 작업을 진행한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명문 장수기업 확인제도는 나무를 키우는 것과 같다. 그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는 않으나 최소 10년 이상 긴 호흡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면서 “기업 성장의 바람직한 롤모델로 자리매김하고 ‘한국형 히든 챔피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본 국내 중소 장수기업의 특징
“멀리 내다보며 지속 성장 추구”

장수기업으로 성장한 회사의 키워드는 ‘장기적 관점의 경영전략’과 ‘지속 성장 추구’다. 이 기업들은 단기 이익에 매달리지 않는다. 눈은 멀리 내다보고 발은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스타일이다. 요컨대 건실한 경영을 해왔다는 것이다. 이는 오너의 경영철학과 관련이 깊다. 욕심을 내지 않고,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으면서, 점진적 성장을 꾀하는 것이다.

장수기업은 일상생활과 밀접한 ‘의식주’ 분야에서 많이 나온다. 첨단기술이나 수요가 급격히 변하는 분야에서는 나오기 힘들다. 제조업에서는 ‘전자’보다는 ‘자동차’ 분야에서 장수기업이 상대적으로 많다.

조직관리, 기업문화의 특징도 중요하다. 장수기업은 구성원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정신문화, 공통된 목표, 근로자의 의욕 등에서 남다르다.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이지만 구성원 간 도리와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면이 강하다.

창립한 지 30~40년이 지나면 경영승계 과정에서 위기가 찾아오는데 장수기업은 창업주와 후계자 간 승계가 원활히 이뤄진다는 점도 특징이다. 변화에도 시의적절하게 적응한다. 외부 환경 변화에 부응해 연착륙하는 것이다. 장수기업은 해외시장을 착실히 공략할뿐더러 내수시장의 과다경쟁을 피하는 기초체력도 갖고 있다.


세금 감면 통해 장수기업 적극 육성

정부가 장수기업을 적극 육성하기로 한 것은 지속적 경제성장, 고용 창출 확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감 제고에서 장수기업의 중요성이 계속 커지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장수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게 세계적 추세다. ‘가업승계 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독일은 가업승계 중소기업에 대해 상속세 납부를 유예한 후, 상속인이 10년간 경영하며 상속 당시의 종업원 수를 유지하면 상속세를 100% 면제해준다. 또 7년 동안 93%를 유지하면 납부세액의 85%를 감면해준다. 장수기업이 가장 많은 일본도 비상장 중소기업을 상속할 경우 고용 유지 등 일정 요건 준수를 전제로 상속세의 80%를 감면해준다.

우리 정부도 2010년 들어 장수기업 지원제도를 적극 시행하고 있다. 가업승계 지원 조세제도, 가업승계지원센터 운영, 차세대 경영후계자 양성교육 등이 그것이다. 중소기업이 가업을 승계하면 가업 상속 재산의 70%를 공제해주고, 피상속인의 사업 영위기간도 과거 ‘15년 이상’에서 ‘10년 이상’으로 완화했다. 1960~1970년대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중소기업 창업 1세대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현 상황에서 기업승계에 따른 조세 부담을 적극 덜어줄 필요가 있다. 가업승계는 단순히 ‘부(富)의 대물림’이 아니다. 기업에 체화된 기술, 경영 노하우의 계승을 통해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책임의 대물림이다. 우수한 리더십을 갖춘 후계자 양성,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 확산 등이 요구되는 이유다.

 

백승구│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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