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20대 빠듯한 수입에도 취미생활 적극, 60대 시니어족 졸혼·자유여행 증가”
해외여행, 셀프 인테리어, 악기 배우기, 외국어 공부.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지만 꿈처럼 여겨지는 ‘위시리스트’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현재의 행복을 위해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 이들을 ‘욜로족’이라 부른다.
회사원 김지우(32) 씨는 다가오는 5월 황금 연휴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2016년 항공사 얼리버드 이벤트로 필리핀 세부행 비행기표도 손에 넣었다. 여행지를 세부로 정한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여름휴가 때 제주도에서 스노클링 체험을 한 뒤 바다의 매력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그 후 스킨스쿠버에 관심이 생겨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따고, 일주일에 두 번 수영장에 가서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드디어 세부에서 실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동안 스킨스쿠버를 하면서 강습료나 장비에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갔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스킨스쿠버를 시작하면서 인생이 즐거워졌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김지우 씨처럼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을 가리켜 ‘욜로(YOLO)족’이라 한다.
‘You Only Live Once’의 약자를 딴 YOLO(이하 ‘욜로’)는 미국에서 생긴 신조어. 욜로가 미국 사회에서 주목받은 것은 2011년 래퍼 드레이크의 앨범에서 비롯됐다. ‘인생은 한 번뿐이니 작은 일에 연연하지 말고 후회 없이 즐기며 사랑하고 배우라’는 의미가 재조명되면서 젊은 층이 즐겨 쓰는 말이 됐다.
‘욜로’는 한국에 들어오면서 그 의미가 확장됐다. 현재를 미래에 저당 잡혀 살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즐겁게 살자는 뜻이 포함됐다. ‘현재를 즐기며 살자’는 메시지로 욜로는 앞만 보며 살아온 많은 한국인의 가슴에 박히는 말이 됐다.
욜로 라이프는 여러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20~30대 젊은 층에서는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하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이 유행이다. 버킷리스트에는 여러 가지 항목이 들어간다. 세계 일주 여행, 외국어 공부 등 저마다 하고 싶었던 일을 하나씩 해나가면서 욜로 라이프를 즐긴다. 특히 ‘퇴사 후 여행’이 인기 있는 키워드. 실제로 회사를 퇴직하고 유럽이나 동남아시아 등으로 한 달 이상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
40~50대의 욜로 라이프는 어릴 적 친구를 다시 만나는 ‘동창 찾기’에서 시작한다. 소셜 미디어인 네이버 밴드에는 동창회 모임만 1만 8572개에 달한다. 일하랴, 결혼하고 자식 키우랴 잊고 살았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동창회뿐 아니라 등산회, 취미 활동 동호회 등 여러 모임에서 활동하며 욜로 라이프를 즐긴다.
60대 이상 시니어층에서도 욜로 라이프가 나타난다. 일본에서 시작돼 한국까지 확산된 ‘졸혼(卒婚)’이 욜로 라이프의 대표 유형. 졸혼은 혼인관계는 유지하되 부부가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드라마 <우리 갑순이>에서 고두심, 장용 부부의 해혼(解婚)을 다뤄 큰 관심을 모았다. 최근에는 연기자 백일섭 씨가 아내와 성격 차를 이유로 졸혼을 했다고 고백한 것이 화제가 됐다. 졸혼은 늦었다고 체념하고 살기보다 지금이라도 인생을 즐겁게 살겠다는 가치관이 반영된 현상이다.
‘시니어 배낭족’도 욜로 현상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시니어 배낭족은 여행 코스가 미리 짜인 패키지 관광보다 주도적으로 여행 계획을 세우는 60대 이상 여행객을 말한다. 여행사 하나투어에 따르면 항공권과 숙소만 예약해주는 여행 상품인 자유 여행을 다녀온 60대 이상 여행객이 지난 2012년 4500명에서 2016년 1만 8000명으로 4배가량 늘어났다. 시니어 배낭족이 주로 가입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5060 해외 배낭여행’은 회원 수가 1700명이 넘는다. 이곳에서는 중·장년층이 부담 없이 떠날 수 있는 해외여행 코스를 회원들끼리 소개하기도 하고 함께 아프리카, 터키 등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좌절 경험이 미래보다 현실 중시하게 해
갈수록 욜로족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리학 박사이자 다양성관리연구소 소장인 김정인 소장은 “자신의 삶을 좀 더 가치 있게 보내려는 태도나 의식과 관련지을 수 있다. 자신의 삶에서 과연 무엇이, 그리고 어떻게 사는 것이 중요한지 자각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욜로족이 등장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 소장은 세대별로 욜로족이 등장한 배경을 달리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20대에서 40대에 이르는 젊은 층은 경제 불황과 취업 실패를 경험하며 사회·경제적 제약 및 좌절을 경험한 세대다. 성실하게 노력만 하면 기회와 성공이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불확실한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 현실에서 의미를 찾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기성세대는 어떨까? 김 소장은 “베이비붐 세대로 대표되는 기성세대(1955~1963년 생)는 우리 사회의 경제성장에 지대한 공헌을 했고 가족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자부하는 세대다. 쉬는 것을 사치로 여긴 이들이 암 선고나 퇴직 명령 같은 일을 겪으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됐다. 이 과정에서 자신에 대해 연민을 느껴 삶의 의미를 다시 정립하려고 욜로 라이프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향후 욜로 라이프가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한 더 많은 사람이 욜로 라이프를 구가할 것으로 본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미래를 위해 지금 이 순간을 견뎌내는 것도, 지금 이 순간 즐거운 일을 하면서 사는 것도 답일 수 있다.

ⓒ김희원
욜로족 <한 달 5만 원 인테리어> 저자 김희원 씨
“인생의 즐거움 찾는 방법, 어렵지 않아요”
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한 계기는?
아내가 육아를 하면서 우울증에 걸렸다. 어떻게 하면 아내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우연히 아내의 수첩을 발견했다. 그 수첩에서 ‘예쁜 집에서 살고 싶다’는 메모를 봤다. 아내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 시작했다.
직장에 다니며 어떻게 작업했나?
야근이 잦아서 일이 늦게 끝나는 날은 작업을 할 수 없었다. 주로 6시 칼퇴하는 날 작업했다. 집에 돌아와서 하루 일과를 마치면 밤 10시가 되는데, 그때부터 자정까지 조금씩 작업했다.
작업할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나?
‘절대 무리하지 말자’가 작업 기준이다. 그래서 작업 시간도 정하고 재료 구입비도 5만 원으로 정했다. 무리하지 않아야 인테리어를 계속할 수 있을 테니까.
셀프 인테리어를 하면서 일어난 변화는?
평생 즐길 수 있는 취미 활동이 생겼다. 아내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시작했지만 어느새 나도 즐기는 일이 됐다. 누가 그러더라. 지금 즐거운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욜로 라이프’라고. 대단한 게 아니다. 지금 가장 즐길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하다 보면 인생이 즐거워진다.
장가현│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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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